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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김홍석 vs 야구라] PO 1차전 리뷰 - 두산, 발야구로 승리를 거두다

by 카이져 김홍석 2008. 10. 17.

두산 베어스가 특유의 발야구로 삼성 라이온즈를 몰아부친 끝에 대역전승으로 플레이오프 1차전을 승리로 가져갔다. 덤으로 2004년 플레이오프 이후로 이어오던 포스트시즌에서 삼성전 7연패의 사슬도 끊었다.


초반 4실점하면서 패색이 짙던 두산 베어스는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와 찬스에서 보인 응집력 등으로 삼성 라이온즈의 필승 불펜조인 정현욱-권혁-안지만을 상대로 경기를 역전시켰다. 삼성 라이온즈는 우익수인 최형우의 공수에서 보인 실망스러운 모습과 박진만이 범했다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에러 등으로 자멸하면서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본 칼럼은 2008시즌 한국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을 맞이하여 [야구라의 뻬이쓰볼][김홍석의 야구스페셜]이 공동 기획한 것으로, 전반부는 선수들의 평점과 더불어 그에 대한 간략한 멘트가, 후반부에는 경기에 관해 서로가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두산 타선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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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라
- 3회에 3실점한 후에 4회말 1점을 만회한 후에 계속된 2사 1루에서 고영민의 적시 3루타에 이은 이대수의 적시타로 단숨에 3점 차이로 따라 붙는 힘을 보여주었다. 5회에는 오재원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지만, 무사 1, 2루에서 중심 타선이 김현수-김동주-홍성흔이 각각 삼진과 범타 등으로 물러난 것은 실망스러운 장면이었다. 두산이 초반 4점의 차이를 뒤엎고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하위타선(이대수-전상렬)과 테이블 세터진(이종욱-오재원)이 맹위를 떨쳤기 때문이다. 또한, 도루 자체는 2개밖에 기록하지 않았지만, 루상에서 끊임없이 삼성의 베터리는 물론이고, 내외야를 뒤흔든 것이 결정적인 승인이 되었다. 특히, 7회 무사 만루에서 김동주의 얕은 우익수 플라이에 포구 동작의 미숙함을 틈타서 홈을 밟은 이종욱의 판단력에는 찬사를 보낼 뿐이다.


김홍석 - 두산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들의 야구를 일관했다. 쉴 새 없이 계속되는 적극적인 주루플레이가 승리를 불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특히 7회 김동주의 다소 짧은 외야 플라이 때 보여준 이종욱의 태그업 플레이나 박진만의 에러 때 김현수의 홈 쇄도가 결국 승리를 불러왔다. 특히 2번 오재원은 김경문 감독의 바람대로 ‘깜짝 스타’로 등극했다. 특히 7회 무사 1루 상황에서 2스트라이크를 먼저 당하고도 9구까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볼넷을 얻어낸 것은 이날 경기의 승부처였다고 할 수 있다. 당초 기대를 100% 충족시켜 주진 못했지만 안타 하나 없이 3타점 2득점을 기록한 중심타선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 삼성 타선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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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라
- 3안타를 친 신명철을 제외하고, 4명의 선수가 1안타를 기록하였다. 게다가, 두산의 마운드로부터 얻은 사사구는 단 4개에 불과했다. 삼성은 3회 단 한번의 공격에서 4득점을 올렸지만, 그것이 1차전에서 올린 전부였다. 게다가, 3회초에 3득점한 후에 계속된 무사 만루의 기회에서 채태인의 희생 플라이로 1점을 추가하는데 그친 것이 두산을 초반에 완전히 무너뜨리지 못한 것이 결과론적으로 수비에서 자멸을 보인 끝에 대역전패를 당한 빌미가 되었다. 준플레이오프에 이어서 최형우는 공수에서 실망스러운 플레이를 펼친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었고, 박진만의 어이없는 실책에 따른 실점으로 넘을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김홍석 - 박석민의 공백이 이렇게까지 크게 느껴질 줄은 미처 몰랐다. 타선의 짜임새 면에서 큰 구멍이 뚫린 듯했다. 3회 일거에 4득점한 것은 좋았으나, 이혜천 이후의 두산 투수들을 전혀 공략하지 못하고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양준혁, 진갑용, 신명철이 그나마 제 몫을 해줬을 뿐, 기대를 했던 최형우는 수비 실책과 더불어 타석에서도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채태인은 기대 이상의 1루 수비능력을 과시했으나, 믿었던 유격수 박진만의 연이은 실책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강점으로 평가되었던 수비에서 이처럼 쉽게 무너져버리면 삼성으로서는 승산이 없다.


▶ 두산 투수진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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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라
- 스피드나 제구력 등에서 컨디션이 나쁘지 않던 김선우는 주심의 좁은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으로 2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결과적으로 김선우에 이어서 3차전 선발로 예상되던 이혜천을 투입하는 김경문 감독의 강수가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혜천은 첫타자인 최형우에게 힛바이피치를 허용하면서 흔들리는 기미도 없지는 않았지만, 후속 세타자를 범타로 처리하면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또한, 1점 차이로 따라붙은 5회에는 정재훈으로 과감하게 교체하는 등 김경문 감독은 질과 양에서 풍부한 불펜진을 적절하게 운영하는 묘를 살렸다.


김홍석 - 일부 전문가들이 3차전 혹은 4차전의 선발 투수로 점쳤던 이혜천을 과감하게 조기 투입시킨 김경문 감독의 판단이 빛났다. 어쩌면 김경문 감독에게 4점은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허리 싸움에서는 두산이 절대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 한판이었다. 컨디션이 나빠 보이지 않았음에도 조기에 무너져버린 선발 투수 김선우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후의 7이닝은 완벽 그 자체였다.


▶ 삼성 투수진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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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라
- 3회까지 거의 완벽하게 두산의 타선을 틀어막은 배영수였지만, 4회에 3실점 후에 강판된 것은 팀의 1선발로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삼성의 전천후 출격기인 정현욱은 전체적으로 볼이 위쪽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었고, 결국에는 5회에 집중 3안타를 맞으면서 동점을 허용하였다. 하지만, 중심 타선을 봉쇄하면서, 추가 실점을 막는 등 자신의 몫은 충분히 하였다. 삼성이 패하는 원인이 된 것은 7회에 선두 두 타자에게 볼넷을 허용한 것이다. 이 볼넷은 전적으로 권혁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바깥쪽 볼에 인색한 판정을 하는 김풍기 주심의 스트라이크 존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진갑용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김홍석 - 선발 배영수가 일찍 마운드에서 내려온 것 보다 더욱 큰 타격이 정현욱-권혁-안지만이 모두 점수를 허용한 것이다. 특히 권혁은 두산의 끈기와 기동력을 앞세운 타선 앞에서 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패전의 멍에를 쓰고 말았다. 오승환을 제외한 나머지 핵심 계투조를 모조리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리드를 지켜내지 못하고 패했다는 점이 2차전에서도 삼성을 괴롭힐 것이다.


▶ 삼성을 자멸시킨 최형우의 수비

김홍석 - 두산의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가 삼성답지 않는 수비 실수를 부르면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준플레이오프에 이어서 최형우가 보인 수비는 전혀 프로답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의 수비 미숙이 결국에는 박진만의 에러와 그 후의 허탈감으로 나타난 것 같다. 그 때의 박진만이 보인 표정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야구라 - 동감한다. 삼성으로서는 3회에 4득점한 이후로 오히려 경기가 꼬이는 느낌이었다. 그 느낌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 최형우의 수비는 아니었나 싶다. 최형우의 미숙한 포구를 파고든 이종욱의 센스에는 상대 팀이지만, 찬사를 보낸다. 선동렬 감독으로서는 2차전에서 최형우를 기용할 것인지 여부로 골머리를 썩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2차전에서도 수비에서 실수가 나올 경우에는 회복하기 어려운 데미지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2차전도 넓은 외야를 가진 잠실이다. 그렇다고 그를 뺄 경우에는 공격력의 약화는 - 준플레이오프에 이어서 타석에서도 부진을 보이고 있지만 - 불을 보듯이 뻔한 상황이다.


김홍석 - 되돌아보면,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의 조성환이 부진한 것이 팀 전체에 악영향을 끼쳤듯이, 삼성도 최형우의 부진이 도화선이 된 느낌이다. 수비의 리더인 박진만까지 흔들리자, 삼성의 내외야진이 일거에 정신줄을 놓은 것 같았다. 결국, 최형우의 기용 여부는 선동렬 감독이 2차전 선발 투수인 에니스를 얼마나 믿는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1차전에서 삼성이 정현욱, 권혁, 안지만 등을 소비했기에, 타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지는 않나 싶다.


야구라 - 하긴 그렇다. 박석민이 빠진 상황에서 두산에게 강한 최형우까지 빠진다면, 타선의 무게감이 현저하게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포스트시즌과 같은 큰 경기에서 수비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2차전도 잠실 구장에서 열린다는 점까지 생각하면, 특단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찬스에서 대타 등으로 사용하고, 대구 구장에서 열리는 3, 4, 5차전에서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편이 낫지 않나 싶다.


▶ 플레이오프는 선발 투수보다는 불펜 싸움

김홍석 - 최형우도 최형우이지만, 마운드의 허리 싸움에서 두산이 우위를 보인 것도 승패를 결정한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두산은 김선우가 조기 강판 당했지만, 이혜천-정재훈-이재우가 7이닝 동안에 단 3피안타밖에 허용하지 않으면서, 완벽하게 삼성 타선을 틀어막았다. 반면에, 삼성의 정현욱-권혁-안지만은 모두다 실점을 기록했다. 안지만의 경우에는 자책점은 아니지만.


야구라 - 개인적으로 이번 플레이오프의 승자와 패자를 가를 요소로 삼성의 좌투수(권혁, 차우찬, 전병호)가 두산의 좌타자(이종욱, 오재원, 김현수, 전상렬 등)를 어떻게 봉쇄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는데, 권혁이 좌타자인 이종욱과 오재원에게 볼넷을 허용하면서, 무사 1, 2루의 위기를 자초한 것이 결정타였던 것 같다. 수비진의 어이없는 실책으로 실점한 안지만으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거 그렇고, 김경문 감독이 이혜천을 구원으로 등판시킨 것이 뜻밖이면서도 적절한 선택인 것 같았다.


김홍석 - 이혜천의 구원 등판은 이번 플레이오프가 선발 투수가 아닌 불펜 싸움임을 단적으로 나타낸 상징은 아닐지 싶다. 상승세를 타고 있던 삼성의 기세를 꺽기 위해서라도, 또한 1차전의 중요성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잡아야 했던 경기였기 때문에 강수를 둔 것 같다. 결과론적이지만, 만약 패했다면 엎친데 덮친격이 되었겠지만, 승리했으니 결국은 성공한 용병술이라고 생각한다. 김경문 감독은 4점 정도는 따라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야구라 - 이혜천이 선발 투수로 기용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두산의 불펜진에 좌투수가 금민철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혜천의 불펜 기용은 삼성으로서는 박석민의 이탈로 타선의 무게감이 좌타자에게 쏠린 상황에서 큰 과제가 될 것 같다.


▶ 두산을 승리로 이끈 스피드

김홍석 - 오늘 경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선수는 오재원이었다. 2스트라이크를 당한 상황에서도 9구까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더니 볼넷을 얻어내는 등 그를 2번 타자로 전진 배치시킨 김경문 감독의 선택이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1회부터 들었던 생각이 두산의 타자들이 친 타구가 아웃이 되더라도, 계속해서 진루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초반 4실점이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도루자도 하나가 있었고, 주루사도 있었지만,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의 결과가 두산을 승리로 이끌었다. 두산은 처음부터 끝까지 스피드를 중심으로 한 자신들의 야구를 펼치면서, 결국에는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삼성의 허점을 파고든 느낌이다.


야구라 -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두산의 중심 타선은 기대에 못 미쳤다고 생각한다. 희생 플라이 등으로 타점 등은 올렸지만, 그 타점은 삼성이 헌납한 것이지, 김동주나 홍성흔 등이 직접 생산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두산의 중심 타선이 휴화산이었던 점이 앞으로 삼성에게도 기회는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홍석 - 중심 타선이 안타는 치지 못했지만, 외야 플라이로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두산의 경우에는 그 중심타자들이 하나의 병살타도 기록하지 않았다. 땅볼이든 플라이든 타점을 올리는 플레이를 해줬고, 분명히 제 몫을 100%발휘하지는 못했지만, 팀 승리에 공헌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할은 했다고 생각한다. 특유의 발야구를 바탕으로 중심 타선이 맥을 끊지 않은 것이 상대의 예기치 못한 수비실책을 이끌어 내면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야구라 - 1차전만 놓고 본다면, 두산의 중심 타선은 운이 좋았다는 느낌이다. 그 운도 두산의 스피드가 만들어 낸 것이지만, 중심 타선의 부진이 계속될 경우에는 두산도 갑갑한 경기를 펼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건 삼성도 마찬가지이다. 양준혁 외에는 믿고 배치할 수 있는 타자가 없다. 박석민의 공백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 최형우가 빨리 살아나야만 하는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 2차전 전망

김홍석 - 금민철과 임태훈 등을 아낄 수 있었던 두산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게다가, 1차전에서 삼성이 수비진의 자멸로 패한 것을 하루 만에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야구라 - 삼성도 오승환을 사용하지 않았다. 게다가, 안지만이나 권혁은 짧게 던졌고, 정현욱은 애니콜이다. 1차전에 등판했다고 해서 2차전에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분명히 1차전에 이은 연속 등판은 무리가 될 것이기에, 선발 투수인 에니스가 5이닝을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되지 않을지 싶다.


김홍석 - 선발 싸움에서는 삼성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삼성의 에니스가 두산을 상대로 9이닝 1실점(비자책)을 기록한 것에 비해서, 두산의 랜들은 6번이나 등판해 1승 3패, 평균 자책 4.65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게다가, 퀵 모션 등이 향상되었다고 하지만, 두산의 스피드를 잡기에는 무리이다. 게다가, 중심 타선 역시 득점타를 올리고 있기에, 1차전 대역전승을 거둔 두산이 지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야구라 - 삼성 야구의 강점은 저력이 아닐지 싶다. 최근 몇 년간 큰 돈을 들여서 영입했던 선수들이 부상으로 나가떨어지는 상황에서도 삼성은 최소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힘을 발휘했다. 분명히 1차전에서 어이없는 패배를 당했기 때문에, 분위기를 반전시키기가 쉽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삼성에는 양준혁, 진갑용, (수비실책을 범했지만) 박진만 등 베테랑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그들이 충분히 제 역할을 하면서, 심기일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묵묵히 삼성을 응원한 팬들을 위해서라도 삼성이 2차전에서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야구라( http://yagoo.tistory.com/) & 김홍석( 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