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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의미 없는 인기상으로 전락한 'Hank Aaron Award'

by 카이져 김홍석 2008. 10. 27.

1974년 저 유명한 행크 아론(통산 755홈런)이 베이브 루스(714홈런)를 넘어서며 새로운 메이저리그 통산 홈런 신기록을 작성했다. 이에 메이저리그는 지난 1999년부터 'Hank Aaron Award'를 신설해 최고의 타격을 뽐낸 선수를 리그 별로 한 명씩 선정해 시상하기로 했다.


99년 매니 라미레즈(당시 44홈런 165타점)와 새미 소사(63홈런 141타점)가 그 첫 번째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을 때만 해도 그다지 주목받지는 못했던 상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꽤나 주목받는 개인 타이틀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개인 성적 외에도 팀 성적과 포지션, 수비 능력 등을 모두 고려해 뽑는 MVP와는 달리 행크 아론 상은 오로지 최고의 ‘타격’을 선보인 선수에게 그 영광이 돌아간다. 때문에 언젠가는 사이영상과 더불어 투타를 대표하는 최고의 영예로운 상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기자단 투표에서 팬 투표로 그 선정방식이 바뀐 후로는 점점 인기상처럼 되어 가더니 마침내 올 시즌에는 전혀 자격이 없어 보이는 두 명의 선수가 최종 수상자로 결정되고 말았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케빈 유킬리스와 시카고 컵스의 아라미스 라미레즈가 그 두 주인공이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템파베이 레이스의 월드시리즈 4차전이 열린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는 2008시즌 행크 아론상 시상식이 열렸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일부 팬들은 그런 상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 냉담한 반응을 보일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이 양대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둔 타자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킬리스(29홈런 115타점 .312)가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사실이나 아메리칸리그 타점왕 자쉬 해밀턴(32홈런 130타점 .304)이나 홈런왕 미겔 카브레라(37홈런 127타점 .292) 등을 제친 것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나마 유킬리스는 양호하다. 메이저리그 홈런-타점 1위를 차지한 라이언 하워드(48홈런 146타점 .251)와 ‘괴물타자’ 알버트 푸홀스(37홈런 116타점 .357)가 버티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27홈런 111타점의 라미레즈가 내셔널리그 수상자로 결정되었다는 점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


이들이 수상자로 결정된 것은 레드삭스와 컵스가 양대 리그에서 가장 인기 있는 팀이기 때문이다. 올해 행크 아론상은 각 팀별로 한 명씩 후보자를 추린 다음, 팬 투표를 실시해 그 수상자를 결정했다. 결국 인기 있는 팀 소속의 선수들이 팬들의 몰표에 힘입어 수상자로 선정되고만 것이다.


행크 아론상은 지난해에도 더 많은 관심을 끌기 위해 자격도 없는 선수들을 단지 인기가 많다는 이유로 후보군에 포함시켜(작년까지는 후보가 리그별로 5명이었다) 공신력에 스스로 먹칠을 하더니, 급기야 올해 그동안 쌓아왔던 이미지를 모두 깨버리고 말았다.


이제 팬들은 행크 아론상을 ‘가장 뛰어난 타자에게 주어지는 영예로운 상’이 아니라, 특별한 의미가 없는 ‘인기상’으로 여긴다. 뉴욕 양키스의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지난해까지 4회(01, 02, 03, 07)나 이 상을 수상해 최다 수상자라는 영예를 누리고 있었지만, 이제 그 의미마저도 퇴색되어버릴 지경이다.


과연 'Hank Aaron Award'가 계속해서 그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개인 타이틀이라는 것이 수상자 혼자만의 영광이 아니라 팬들이 함께 누릴 수 있는 기쁨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김홍석(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