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이치로의 실력 = 2천만 달러??(Part 2)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6. 29.


이 글은 이틀 전에 ‘Daum 스포츠 - 해외야구 - 카이져의 야구 스페셜’ 섹션에 올렸던 [이치로는 2천만불의 가치가 있는가?
] 라는 칼럼의 연장선상에서 작성한 글이다. 많은 네티즌들이 그 칼럼의 내용에 대해 관심을 보였지만, 그들 중 대다수는 칼럼의 내용에 있어서 반대의견을 제시해왔다. 때문에 필자 역시도 이치로 스즈키라는 선수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고, 다시 한 번 네티즌 분들과 의견을 나누어 보고자 한 번 더 그를 칼럼의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게 되었음을 미리 밝혀 둔다.


또한, 이 글을 포함해 [카이져의 야구스페셜] 이라는 코너는 해외야구 섹션의 ‘칼럼’이다. 때문에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보도 기사’ 와는 달리, 여타 칼럼과 마찬가지로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과 의견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본 칼럼의 목적은 단순한 자기주장을 통한 설득이 아니라 필자의 의견 제시와 함께 대중의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한 것이며, 그런 점에서 찬성이든 반대든 여러 가지 형태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준 분들께는 감사의 말을 전한다.

본격적으로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지난 번 칼럼에서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해 보자면,

첫째, 이치로가 역사상 손꼽히는 수준의 리드오프인건 사실이지만, 널리 알려진 것처럼 역대 최고 수준의 1번 타자이거나 당대에 비교할만한 자가 전혀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수준은 아니다.

둘째, 비교 대상이 될 만한 쟈니 데이먼의 연봉을 기준으로 생각해 볼 때, 최근 FA 시장이 좋은 점을 감안해 그 보다는 좀 더 많이 받겠지만 2천만 불을 받을 정도까지는 아니다.(개인적으로는 약 1500~1600만 정도가 적정선이라고 생각함)

셋째, 하지만 워낙에 큰 인기를 누리고 있으니, 그 상품성 때문에라도 충분히 2천만 불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고, 그럴 수 있는 팀은 보스턴 레드삭스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라는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하지만 필자의 의견과 달리 많은 분들이 ‘이치로는 가진 실력만으로도 충분히 메이져리그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을 만하다’ 는 내용의 댓글이 많았고,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바로 그 ‘실력’ 이라는 면을 살펴보려 한다. 다시 말해 이치로의 국적과 인기, 그리고 상품성에 관한 부분은 완전히 배제한 채, 오로지 그가 보여주는 ‘성적의 가치’ 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만 생각해 보자는 말이다.


우선 타격과 수비 그리고 주루 플레이의 면에서 이치로의 능력을 한번 되짚어 봐야 할 것이다. 그가 1번 타자로서 얼마나 가치 있는 선수인지, 그로 인해 팀이 가질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결국 1번 타자가 가지는 가치에 대해서 언급이 되어야 할 것이다. 왜 리드 오프 타자들이 거포들에 비해서 적은 연봉을 받는지 그 이유를 한번 살펴보고, 그러한 점이 이치로에게는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를 알아보자.(글이 상당히 길기 때문에 사진은 생략한다.)


◎ 수비

뛰어난 판단력과 풋워크, 그리고 총알 같은 송구까지 장착한 이치로는 두 말할 것 없이 현역 최고의 외야 수비수 중 한명이다. 어떤 전문가나 감독에게 뽑으라고 해도 그의 이름은 3위 안에 항상 포함되어 있다. 물론 그 자체로 몇 백만 불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는 골드 글러브 급의 유격수나 2루수와 비교할 순 없겠지만, 이치로의 외야 수비 능력 또한 100만 불을 더 줘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지난 10년 동안 이치로 만큼의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는 건강한 토리 헌터와 날씬했던 시절의 앤드류 존스, 그리고 젊은 시절의 짐 에드먼즈 밖에 보지 못했다.


◎ 주루

주루는 두 가지로 나누어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도루 능력이고 두 번째는 루상에서 보여주는 진루 능력이다. 우선 도루 능력에 있어서 이치로는 최고급의 선수다. 80%가 넘는 통산 성공률도 뛰어난 것이지만, 초창기 2년 동안은 75%에 그쳤던 도루 성공률(아메리칸 리그 최다인 29도루자를 기록)이 이후 4년간은 84%로 상승했다. 메이져리그에 완전하게 적응한 뒤 이치로는 뛰어야 할 때와 참아야 할 때를 구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나 작년과 올해는 45도루 연속 성공이라는 아메리칸리그 신기록을 작성하는 등 94%의 엄청난 성공률을 자랑한다.


그렇다면 이제 도루를 제외한, 나머지 영역에서의 이치로의 주루 플레이 능력을 한 번 살펴보자. 작년 시즌 이치로가 후속 타자의 싱글 히트 때 1루에서 3루까지 진루한 것은 36번 중의 10번, 2루에서 홈으로 파고 든 것은 22번 중 13번, 후속 타자의 2루타가 나왔을 때 1루에서 홈으로 들어와 득점을 올린 경우는 14번 중의 4번으로 28%, 59%, 29%의 확률을 보인다. 이는 메이져리그 평균인 28%, 60%, 42%와 비교했을 때 비슷하거나 조금은 떨어지는 수치다.


그의 스피드가 엄청나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타자가 2루까지 가는 동안 1루 주자인 이치로가 홈까지 들어오는 확률이 29%밖에 되지 않는 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이는 이치로의 타구 판단 능력이 떨어진다고 결론지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치로는 작년 시즌 오버런으로 3번, 투수의 와일드 피치나 에러 때 내달리다가 5번의 아웃을 당했고, 이것을 합친 8번의 아웃은 메이져리그에서 가장 많은 회수다.


물론 이러한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안타와 볼넷으로 인한 출루를 제외한 나머지 출루들, 즉 와일드 피치, 포수의 패스트 볼, 보크, 희생 플라이, 야수들의 무관심으로 인한 진루에서 33회로 메이져리그 최다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것이 주루 플레이에서의 실수를 보완해준다.


『빌 제임스 핸드북』에서는 이러한 도루를 제외한 선수들의 베이스 러닝(위의 세 단락에서 언급한)으로 인한 진루 회수를 메이져리그 평균과 비교해 수치화 했으며, 여기에서 이치로는 메이져리그 평균인 ‘0’ 을 기록한다. 션 피긴스가 +28로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채이스 어틀리(+27), 호세 례이예스(+22), 카를로스 벨트란(+21), 헨리 라미레즈(+21), 쟈니 데이먼(+19) 같은 선수들이 좋은 주루 플레이를 과시했고, 자쉬 윌링험(-30), 애드리언 곤잘래스(-25), 마이크 피아자(-25), 프랭크 토마스(-23), 라이언 하워드(-21) 같이 스피드와 주루 감각 모두가 떨어지는 선수들이 진루에서 많은 손해를 봤다.


이치로는 도루 외의 주루 능력에서는 그냥 평균 수준의 능력을 보여주었다. 그가 만약 션 피긴스 만큼의 베이스 러닝 능력을 보여주었다면 그의 득점이 10개는 늘어났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그가 도루로 인해 얻어낸 43개의 진루만으로도 메이져리그 전체 탑 10에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다.


◎ 타격 - 단점

아무리 1번 타자의 주 임무가 출루와 득점이라고 하지만, 야구가 점수를 내기 위한 스포츠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타점 역시도 무시할 수는 없는 문제다. 특히 중심타자와의 비교가 아닌, 같은 타순과 동일한 조건 하에서도 타점 수가 부족하다면 그것은 그 선수 자신의 문제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이치로는 주자가 있을 때 .330의 타율을 보이며 자신의 통산 타율(.333)과 비슷한 수치를 보인다. 하지만 .396을 기록했던 01시즌의 성적이 워낙 뛰어나서 그럴 뿐 지난 5년간은 .305의 타율로 매년 자신의 시즌타율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주자가 있다고 해서 긴장하거나 심한 부담을 느낄 것 같지는 않은 선수인데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날까? 이유는 주자가 없을 때라면 자신의 빠른 발로 인해 내야 안타로 기록될 타구가, 주자가 있을 때는 선행 주자를 아웃시키는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장타력 부족과 함께 이치로가 타점이 적은 이유 중의 하나가 된다.


주자가 있을 때 228타수 83안타 7더블 2트리플로 .364의 타율을 보인 선수를 A, 207타수 54안타 7더블 4트리플 5홈런으로 .231의 타율을 기록한 선수를 B라고 하자. 둘 중에 누가 타점이 더 많을까? B가 홈런 5개가 더 많지만 안타수가 무려 29개나 차이가 나고 타율이 1할 이상 차이가 난다는 점을 들어 A가 타점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두 선수의 타점은 A는 52타점, B는 53타점으로 20타수나 적은 B가 오히려 1타점 더 많다. 5개의 홈런과 2개의 3루타가 주는 타점이 36개의 싱글 히트로 얻을 수 있는 타점 보다 오히려 더 많다는 것이다.


이것이 현대야구에서 장타력을 중요시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장타율조차도 A가 근소하게 B에 앞서있지만, 장타의 개수 자체가 부족하면 타점생산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A는 이치로의 2004년 성적이고, B는 쟈니 데이먼의 1999년 성적이다. 일부러 주자 수와 상황(무사 1,2루 등)부터 시작해 팀 성적과 하위 타선의 능력까지 고려해 모든 면에서 이치로의 조건이 더 좋았던 시즌을 선택해서 비교한 결과다. 1할의 타율이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도 이러니, 타율이 5푼 정도 차이가 난다 하더라도 데이먼이 이치로보다 타점이 적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득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금 이치로가 양키스나 보스턴에 있다면 엄청난 득점을 올릴 것이라고 하는 분들이 계셨지만, 시애틀이 927득점으로 리그 최강 타선을 자랑했던 2001년, 이치로의 득점은 127점이었고 이것은 메이져리그 전체 6위에 불과했다. 무려 280회나 출루를 했지만 장타는 50개, 도루 56개로 2루 이상 진출에 성공한 경우가 100회가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95~99년까지 평균 126득점을 기록했던 크렉 비지오는 그 기간 동안 19개의 홈런을 포함해 평균 62개의 장타와 39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리키 핸더슨이 82~86년까지 평균 123득점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도 장타는 50개에 불과했지만 그 중 17개가 홈런이었고 평균 도루가 무려 94개에 달했기 때문이었다. 그 기간 동안 핸더슨의 평균 출루는 이치로에 비해 20회 이상이나 뒤지는 256회였다.


이치로와 가장 비슷한 경우가 바로 웨이드 보그스다. 3000안타를 달성하고 작년에 명에의 전당에 보그스는 8년 연속 200안타를 때리며 출루 회수에서도 메이져리그 역사상 유일하게 8년 연속 1위(그 중 7년 연속 양대 리그 통합 1위)에 올랐던 선수다. 하지만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간 동안 보그스의 평균 득점은 108점이다. 장타는 56개로 크게 쳐지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 중 홈런은 8개에 불과했고 그는 도루 능력이 거의 없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의 필자의 결론은 간단하다. 아무리 이치로가 3할 중반이 훌쩍 넘어가는 타율을 보이고, 4할이 넘는 출루율을 보여준다 하더라도, 리키 핸더슨 만큼의 도루를 기록하거나, 비지오 만큼의 장타를 보여주지 못하는 한 ‘타점’ 뿐만이 아니라 ‘득점’ 이라는 면에서도 최고의 1번 타자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실제로 비지오 스타일로 최고의 1번 타자로 평가 받았던 선수가 쟈니 데이먼이었고, 현재는 호세 례이예스와 핸리 라미레즈, 그래디 시즈모어 등이 장타와 도루를 겸비한 리드오프 스타일로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 타격 - 장점

또 하나의 세이버매트리션들의 스탯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Win-Share 라는 것이다. 경기가 이겼을 경우, 승리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선수 3명에게 주어지는 이 포인트는,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경기가 얼마나 많았는가를 설명해 준다. 승리한 팀에게만 주어지기 때문에, 강팀의 선수들이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양키스 같이 스타가 많은 팀은 포인트가 분산되기 쉽고, 약팀의 경우 특출난 스타 몇 명에게 포인트가 몰리는 편이라서 팀 승수에 크게 구애받는 편은 아니다.


이치로는 지난 6년간 매년 20포인트 이상을 기록하며 총 158포인트(평균 26.3)를 획득했다. 배리 본즈(217), 알버트 푸홀스(210), 알렉스 로드리게스(192)의 빅 3에게는 크게 뒤지지만 바비 에브레유(168),  매니 라미레즈(167), 토드 헬튼(163), 브라이언 자일스(161), 미겔 테하다(159)등 과는 큰 차이 없이 9위에 올라있으며 쟈니 데이먼(129)을 크게 앞서는 수치다. 윈 쉐어 포인트도 중심 타자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1번 타자인 이치로의 포인트는 어브레유의 그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고 봐도 될 것이다.


이치로의 타격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역시나 그의 발로 만들어내는 안타다. 어떻게든지 삼진을 피하고 인플레이로 만들어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그의 플레이 스타일은 상대 수비를 긴장시키고 피곤하게 만든다. 뜬금없는 홈런도 투수의 힘이 빠지게 만들지만, 다른 타자였다면 출루시키지 않았을 단순한 땅볼 타구가 안타가 되었을 때 느끼는 투수와 야수들의 허탈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이치로는 본즈와 게레로 다음으로 고의 사구가 매우 많은 선수이기도 하다. 주자가 3루에 있고 1루가 비어있는 경우, 투수들이 그의 높은 타율을 두려워해 거르기 때문이며, 이런 경우 이치로의 출루율은 5할이 넘는다. 이러한 이치로의 플레이 스타일과 그로 인한 많은 출루 회수는 지금처럼 중심타선이 약한 경우에는 100% 활용되지 않지만, 강한 중심타선을 가진 팀에서라면 120%의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1루에 있는 이치로를 단번에 불러들일 수 있게끔, 팀 타율은 낮더라도 중심 타자의 홈런이 많은 팀에서 그의 가치는 극대화 될 수 있을 것이다.


◎ 거포와 리드오프를 바라보는 시선

미국 현지의 칼럼리스트들이나 스포츠 관련 언론에서 이치로를 현역 최고의 리드 오프나 가장 뛰어난 외야수라고 평가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2001년 이치로가 혜성같이 등장하여 타격왕과 MVP를 수상했을 당시에는 매니 라미레즈나 블라드미르 게레로 등과 함께 2위를 다투는 외야수로 평가 받기도 했고(당시 1위는 홈런 신기록을 막 달성한 배리 본즈), 리드오프 중에는 최고라는 평가도 받았었다. 하지만 센세이션했던 시즌이 지나고 난 후 그를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야구 관계자들은 지금에 와서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2007시즌이 시작할 무렵 ESPN의 칼럼리스트 Jerry Crasnick은 그의 칼럼 「The game's best leading men」에서 이치로를 호세 례이예스, 그래디 시즈모어, 쟈니 데이먼에 이어 4위에 랭크시켜 놓았다. FOXSports.com의 Michael Harmon은 외야수들의 랭킹을 매기며 알폰소 소리아노, 칼 크로포드, 맷 할리데이 등에 이어 이치로를 8위에 올려놓았다.


실제로 이치로가 외야수 부문 실버 슬러거를 수상한 적도 데뷔 시즌 단 한 번뿐이다. 2004년도에는 최다안타 신기록을 세우는 등 캐리어 하이 시즌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290/.393/.534 36홈런 121타점을 기록한 게리 셰필드에게 밀렸으며, 그 전에도 30홈런 120타점 정도를 기록한 개럿 앤더슨과 버논 웰스에게 실버 슬러거 자리를 내줘야 했다. 이는 미국 현지에서 리드오프 타자와 중심타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이치로가 마음먹고 홈런을 치려고 하면 30개는 칠 수 있다는 말은 알버트 푸홀스나 에이로드가 방망이 짧게 쥐고 끊어 치면 4할을 칠 수 있다는 말과 다름없다. 선수들 주위의 관계자나 감독들은 항상 그러한 립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실제로 보여주지 못하는 스탯은 의미가 없다.


지난 6년간 시애틀의 평균 득점은 4.84점이었지만, 이치로가 빠진 15경기에서 그들은 평균 5.3득점 하며 9승 6패를 기록했다. 5%도 채 되지 않는 이 경기수로 이치로의 가치를 폄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치로가 없으면 시애틀은 무조건 진다”고 할 만큼 1번 타자 이치로가 팀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님을 어느 정도 보여준다고 여겨진다.


2003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배리 본즈가 출장한 경기에서는 86승 44패(.662)의 어마어마한 성적을 보였지만 그가 결장한 31경기에서는 14승 17패에 그치고 말았다. 그나마 그 해가 당시로서는 격이 달랐던 본즈의 가장 인간적(?)인 시즌이었음에도 그가 미치는 영향력은 정말 가공했다.


현대 야구에서는 매 시즌마다 250개의 안타를 치고 50개의 도루를 한다고 하더라도 파워가 없는 1번 타자의 가치는 40홈런을 때리는 거포에 미치지 못한다. 비교적 홈런의 비중이 현저하게 낮은 우리나라에서는 그 차이가 덜할지 몰라도, 메이져리그는 다르다.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점수의 홈런으로 만들어지는 야구가 메이져리그 베이스볼이다.


2천만 불을 받는 1번 타자라면

이치로가 일본에서 기록한 성적은 평균 124경기 출장 .353/.421/.522 177안타 29더블 17홈런 92득점 74타점 28도루다. 94~96년까지 3년 연속 리그 MVP를 수상, 7년 연속으로 3할 4푼 이상의 타격을 보여주며 타격왕에 올랐고, 200안타를 한번 달성했으며 2번의 20홈런(95년 25개, 99년 21개) 시즌을 보냈다. 주로 3번 타자로 활약하면서 최다 득점은 111개, 최다 타점은 91개였다. 물론 홈런왕에 오른 적은 없다.


이미 일본과 미국에서 때린 통산 안타가 2700개를 훌쩍 넘어섰고, 내년 중에 자신의 통산 3000안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이런저런 이치로의 약점을 많이 언급했지만, 지난 6년간 그가 보여준 성적과, 최고의 시즌을 맞이하고 있는 올해의 모습을 봤을때, 그는 역시 현역 최고의 리드오프라 평가 받기에 손색이 없다. 필자는 그런 그에게도 약점은 있고,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곳에 홀로 위치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의 2천만 연봉은 오버페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실력으로 2천만의 연봉을 받는 1번 타자라면, 리그 전체 3위 수준의 연봉을 노리는 리드오프라면, 전성기의 크렉 비지오나 리키 핸더슨은 능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그들이 20위권 수준의 연봉을 받았는데, 그들보다 다소 처지는 이치로가 메이져리그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는 선수로 평가받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리고 연봉은 ‘현재의 성적+앞으로의 전망’ 으로 평가받게 되는 것이다. 내년이면 35살이 되는 선수에게 2천만 불을 쏟아 부을 팀은 그다지 많지 않다. 대부분의 리드오프 타자들이(아무리 위대했던 선수라 하더라도) 본격적으로 노쇠함을 보였던 시기와 일치한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어차피 모든 답은 올 연말이 되면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이다. 34살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당장 올해에도 너무나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이치로가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는 야구를 좋아하는 팬들의 입장에서라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데릭 지터와 에이로드처럼 스타성만으로도 500만 불의 연봉을 더 받을 자격이 있는 선수다. 그러한 이치로가 이루어낼 계약이 어느 정도 수준일지는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지난 칼럼에서도 밝혔듯이 올해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한 양키스가 독한 마음을 먹고 데이먼의 트레이드와 함께 이치로 영입을 시도 하지 않는 한, 그에게 2천만 불의 돈을 안겨줄 가능성이 있는 팀은 보스턴 말고는 없을 듯하다. 과연 그가 1번 타자로서 거포들을 제치고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인지, 4년 만에 이루어지는 이치로의 재평가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앞으로의 메이져리그 FA 행보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덧붙이는 글>

지난번 칼럼에서 이치로의 에이전트에 관한 내용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실수임을 인정합니다. 확실치 않은 내용을 칼럼에 담아 메이져리그와 이치로를 좋아하시는 분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린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그런 정보 전달의 문제에 있어서는 같은 실수 반복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