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보니 재밌는 기사가 났더군요.
이치로와 시애틀이 맺은 5년간 총액 9000만불의 계약 이면에 숨어있는 ‘추후지급’에 관한 기사였습니다.
이전에도 빅리그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종종 있어왔죠.
마크 맥과이어도 이런 식의 계약을 맺었었고, 제프 벡웰이나 기타 다른 선수들도 팀의 사정이 어렵거나 하면 팀을 배려해서 자신의 연봉을 여유가 생긴 뒤에 지급해도 된다는 식의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계약 자체에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조항이 명시된 것은, 그것도 이 정도의 특급선수에게 적용된 것은 참 오랜만에 보는군요.
결국 시애틀과 이치로 사이에 협약이 있었던거죠.
이치로와 그의 에이전트는 구단측에서 자신의 체면을 살려주길 원했고, 구단은 그렇게 하는 한편 실리를 추구하는...
결국 실제로 이치로의 계약은 5년간 9000만불이 아니라 5년간 6500만 불입니다.(사이닝 보너스 500만 포함)
그리고 그 차액인 2500만은 그가 은퇴한 이후 20년간 분할 지급한다는 내용이죠. 이자를 붙여서 말이죠.
5.5%의 이율... 큰 것 같기도 하고 그다지 대단하지 않아 보이기도 하지만...
그 이율 자체가 매년 복리로 붙는다 하더라도 현재 빅리그의 연봉 상승률에 비하면 제법 모자람이 있는 수치죠.
놀란 라이언이 최초로 연봉 백만 불 시대를 연지 15년 만에 천만 불 시대가 시작되었고, 그 뒤 5년만에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매니 라미레즈가 이천만 불 시대를 개척했죠.
노사규약상 연 평균 1610만 불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실제 체감 액수는 그 보다 더 적게 느껴질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어쨌든 양쪽이 모두 머리를 잘 쓴 것 같기는 합니다.
구체적인 내용이 어찌되었건 주위에서 기억하는 것은 9000만 이라는 총액일 것이니, 그것으로 이치로의 체면은 충분히 세워졌으니까요.
시애틀 구단역시도 충분히 원하는 것을 얻었고 말이죠.
사실 이치로의 가치를 가장 잘 아는 팀이 바로 시애틀이죠.
현재 그를 데리고 있으면서 그의 상품성으로 인해 들어오는 모든 수입을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는 유일한 팀...
그러한 시애틀이기에 가장 정확하고도 융통성 있는 판단을 내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FA 시장에 나와서 보스턴이나 일본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연안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면 그보다 더 많은 액수를 받았을 지도 모르지만...
괜한 모험을 하느니... 양쪽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현명한 판단이 아닌지...
1610만 달러라면 결코 오버페이라는 말을 할 수도 없는 액수이고 말이죠.
이 후의 결과에 대해서는 확답을 할 수 없겠지만, 다소 민감한 문제였던 이번 계약을 이렇게 잘 마무리 짓다니...
‘대인배’라 불리며 비아냥거림의 대상이 되던 바바시 시애틀 단장을 다시 보게 되는군요.
이번 계약은 바바시와 이치로가 함께 만들어낸 완벽한 윈-윈 전략이 아닐까 합니다.
팀을 떠난 하그로브 감독만 괜히 불쌍해 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