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김홍석 객원기자]‘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야구의 정석처럼 통한 속설이다.
하지만 미국 메이저리그의 경우는 다르다. 최고 연봉을 받는 것은 대부분 타자들의 몫이었고, MVP 투표에서도 타자가 더 큰 가치를 인정받는 편이다. 실제로 빅리그 관계자들은 5일에 한 번 경기에 나서는 선발 투수보다는 출장 횟수가 많은 타자의 팀 공헌도가 더 큰 것으로 평가한다.
야구에서는 투타가 균형을 이뤄야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투수력이나 타력 가운데 하나만 강한 팀은 승률 5할 이상은 가능할지 몰라도 리그 최고의 팀이 되기는 어렵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승률 1위(0.603)를 달리고 있는 보스턴 레드삭스는 팀 방어율 2위(3.83), 게임당 평균 득점에서도 4위(5.17)에 올라있을 만큼, 안정된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 2위인 LA 에인절스(0.588)도 득점 5위(5.12) 방어율 9위(4.13)로 모두 상위권이다.
반면 팀 방어율 4위(3.91)를 마크하고 있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는 타선의 빈약한 득점 지원(4.44점-23위) 탓에 5할 승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고(0.483), 평균 득점 10위(4.85)에 올라 있는 텍사스 레인저스는 29위로 가라앉은 팀 방어율(5.01)로 인해 아메리칸 리그에서 두 번째로 좋지 않은 승률(0.435)의 성적표를 받아들며 서부지구 최하위에 내려앉아 있다.
그러나 무엇이든 궁극으로 가면 통한다고 했던가. 지금 뉴욕 양키스는 극에 다다른 타력을 과시하며 후반기 메이저리그 최고의 팀으로 거듭나고 있다.
양키스는 전반기 43승 43패로 딱 5할의 승률을 보였다. 전반기 팀 방어율(4.36)은 15위로 리그 평균 수준은 됐고, 평균 득점은 5.40으로 2위(1위 디트로이트 5.95)에 올라 있을 만큼 뛰어났지만, 양쪽의 톱니가 제대로 맞물리지 않아 5할 승률에 머물러야 했다.
그런 양키스가 후반기 들어 완전히 달라졌다. 21승 8패(0.724)로 리그 최다승을 거두고 있는 양키스의 후반기 팀 방어율은 여전히 리그 15위(4.38)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높은 승률을 올리고 있는 것은 팀 타선이 가진 잠재력을 모두 폭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양키스의 후반기 평균 득점은 무려 7.59점으로, 라이언 하워드가 완전히 살아난 2위 필라델피아 필리스(6.44)나 마크 테익세이라가 가세한 3위 애틀란타 브레이브스(6.19)를 따돌리며 압도적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팀 타율은 무려 0.324에 달하고 0.395의 출루율과 0.552의 장타율(OPS 0.949)의 수치로, 한 팀의 성적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빼어난 기록을 선보이고 있다. 51개의 팀 홈런까지 포함해 도루를 제외한 타격부문 대부분에서 리그 최정상에 올라 있을 정도.
전반기와 비교했을 때 타자들이 완전히 달라졌다. 하워드(11개)를 제치고 후반기 홈런1위(12개)에 올라있는 마쓰이 히데키(28타점 0.339/0.378/0.678-타율/출루율/장타율 순), 2할 대 중반에서 허덕이던 시즌 타율을 단숨에 3할대(0.309)로 끌어 올린 지난 시즌 타격3위 로빈슨 카노(0.422/0.480/0.734), 후반기 메이저리그 타점1위(35)에 올라 있는 바비 어브레유(0.346/0.403/0.617)가 선봉에 나서 팀을 이끌고 있다.
전반기 내내 홀로 팀을 지탱해 왔던 알렉스 로드리게스(7홈런 24타점)가 다소 부진하지만, 시즌 내내 괜찮은 활약을 펼치던 포수 호르헤 포사다(0.385/0.505/0.692)는 후반기 들어 한층 더 파괴력 있는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고, 멜키 카브레라(3홈런 18타점 0.364/0.400/0.591) 방망이에도 불이 붙었다.
결코 나쁘다고 할 수 없는 성적을 올린 데릭 지터(0.310/0.375/0.440)와 자니 데이먼(0.289/0.398/0.392)이 오히려 부진한 것으로 느껴질 정도다. 또한 얼마 전 제이슨 지암비까지 복귀, 양키스는 드디어 1번부터 9번까지 단 한 순간도 피해갈 수 없는 리그 최고의 살인 타선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전반기 내내 선발 투수진의 불안으로 고생했던 양키스가 내놓은 답은 투수진의 보강이 아니라 더더욱 무서운 타선의 완성이었다. 지켜서 이긴다는 야구의 기본적 정서를 배제한 채 5점을 주면 6점을 내고, 9점을 허용하면 10점을 따낸다는 각오로 타격을 앞세운 이기는 야구를 하고 있다.
양키스의 최근 상승세를 보고 있으면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후반기의 양키스는 단점의 보완 없이 장점의 극대화를 통해 최고 승률을 올리고 있다고 요약할 수 있다.
◆AL 동부지구 순위
1위 보스턴 70승 46패 0.603 -
2위 양키스 65승 51패 0.560 5.0
3위 토론토 58승 57패 0.504 11.5
◆AL 와일드카드 순위
1. 시애틀 64승 50패 0.561 -
2. 양키스 65승 51패 0.560 -
3. 디트로이트 64승 52패 0.55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