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김홍석 객원기자]현역 최고의 좌완으로 손꼽히는 요한 산타나(27·미네소타 트윈스)는 그의 주무기 체인지업을 앞세워 두 번의 사이영상(04년, 06년)을 수상했다.
산타나는 지난 2005년 8월 22일(시카고W전) 이후 올 시즌 개막전(볼티모어전)까지 홈경기 17연승을 내달렸다. 산타나 개인 성적만 승으로 기록된 것이 아니라, 그 기간 미네소타는 산타나가 등판한 24경기를 모두 쓸어 담았다.
특히 사이영상을 차지한 지난해, 홈 17경기에서 12승 방어율 2.19를 기록한데 반해, 원정에서는 7승 6패 3.38에 그치며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박찬호의 경우도 LA 다저스 시절 홈에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였다. 최고 전성기였던 2000년과 2001년의 홈 성적을 합치면 35경기 20승 8패 방어율 2.35의 엄청난 성적. 또한 245이닝동안 166피안타 225삼진을 기록, 투수에게 유리한 다저스타디움의 수혜를 크게 입었다.
물론 구장의 특성에 따른 유-불리, 또는 홈에서의 심리적 안정감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매 시즌 치르다 보면 유난히 홈에서 강한 투수들이 눈에 띈다. 올해 역시 유독 홈에서만 강점을 보이는 선수들이 있다.
메이저리그 방어율 1위(2.02)를 달리는 크리스 영(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도 그 중 하나다. 원정 12경기에서 5승 3패 방어율 3.30을 기록 중인 영은, 9번의 홈경기에서는 4승 1패 0.73의 방어율을 마크했다. 게다가 아직까지 홈에서 단 하나의 피홈런도 허용하지 않았을 정도로 안방에서 강하다.
영의 원정경기 성적도 결코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휴스턴의 웬디 로드리게스(28) 같은 경우 어마어마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 7승 10패 방어율 4.34를 기록 중인 로드리게스는 얼핏 성적을 봤을 때 팀 타선이 받쳐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홈에서 12번 등판한 로드리게스는 6승 2패, 방어율 1.65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원정 11경기에서 1승 8패에 방어율 8.16을 기록, 20경기 이상 등판한 선발 투수 중 최악의 성적을 내고 있다. 또한 그가 등판한 원정경기에서 팀이 거둔 승리는 단 2번에 불과할 정도.
크리스 영이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투수 친화적인 구장 중 하나인 팻코 파크를 홈으로 쓰는 데 반해, 에스트로스의 홈구장인 미닛 메이드 파크는 홈런이 잘 나오는 타자친화적인 구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어 로드리게스의 이런 기록은 더욱 놀랍다.
지난해 자신이 거둔 16승 중 10승을 홈에서 거두며 홈(3.02)과 원정(5.95)의 방어율이 두 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던 어빈 산타나(LA 에인절스)는, 올 시즌 더욱 심한 차이(홈-4승 2패 3.42, 원정-1승 9패 8.79)를 보이며 결국 마이너로 강등되고 말았다.
이들 외에도 로이 오스왈트(홈 8승 1패 2.17 - 원정 5승 5패 5.01), 로이 할라데이(토론토, 9승 1패 3.61 - 4승 4패 4.88), C.C. 싸바시아(클리블랜드, 9승 4패 3.07 - 5승 2패 4.25), 조 블랜튼(오클랜드, 5승 5패 2.82 - 4승 3패 5.49) 등이 올 시즌 유난히 홈에서 강하다.
반대로 원정경기에서 유난히 호투하는 투수들도 있다. 올 시즌 생애 첫 사이영상에 도전하는 제이크 피비는 홈경기(6승 5패 3.10)보다 원정경기(7승 무패 1.06)에서 더욱 강력한 피칭을 과시한다. 재미있게도 올 시즌 홈-원정 경기 방어율 1위는 모두 샌디에이고 소속이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조쉬 베켓(7승 4패 4.50 - 8승 1패 1.65)과 마쓰자카 다이스케(6승 3패 4.39 - 7승 5패 2.99)의 경우도 원정경기에서의 방어율이 홈경기보다 훨씬 좋다. 홈 팬들의 큰 기대와 성원이 부담스러워 나타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쿠어스 필드를 홈으로 사용하는 제프 프랜시스(6승 3패 4.55 - 7승 2패 3.47)는 물론이고, 내셔널리그 다승 1위 카를로스 잠브라노(5승 5패 4.09 - 9승 3패 3.36), 토론토의 영건 션 마컴(3승 2패 4.50 - 6승 2패 2.62) 등도 원정 경기 성적이 더 뛰어나다.
전체적인 성적이 나쁘지 않다면 홈과 원정 어느 한 곳에서 유난히 강점을 보이는 것이 꼭 단점은 아니다. 그래도 기왕이면 홈경기에서 더 좋은 성적을 올려주길 바라는 것이 프로구단 관계자는 물론 팬들의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