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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북아메리카 원주민 조바 체임벌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8. 31.


드디어 뉴욕 양키스가 아메리칸 리그 와일드 카드 레이스에서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보스턴과의 3연전에서의 설마 했던 스윕(3연전 등의 단기전을 한게임도 패하지 않고 모두 이기는 것)은 지구 1위(5경기 차)에 대한 희망도 남겨놓았다.


▷ 뉴욕 양키스의 조바 체임벌린? Who??

전반기를 5할 승률(43승 43패)로 마감한 양키스가 후반기에 대반격(32승 16패 승률 .667)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투수력의 안정인 활약이었다. 무엇보다도 구원투수진의 달라진 모습이 결정적이었다.


양키스는 전반기 25번의 세이브 찬스 중 무려 13번을 구원투수들의 난조로 날려버렸다. 48%의 세이브 성공률은 빅리그 최하위였으며 29번의 기회에서 단 3번의 실패밖에 없었던 보스턴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하지만 후반기에는 15번 중 4번으로 줄었고, 8월 한 달간은 9번 중 7번의 승리를 지켜냈다.

 

8월 7일 양키스가 숨겨놓은 히든 카드가 메이저리그에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 선수의 이름은 조바 체임벌린, NBA의 전설 월트 체임벌린과 같은 성을 쓰는 이 22살의 선수는 북아메리카 원주민, 즉 인디언이다.


필자는 지난 8월 7일 객원기자로 있는 인터넷 신문을 통해「‘빅리그 입성’ 체임벌린…양키스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이라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 오히려 정식 콜업 날짜보다 하루 일찍 기사를 내보내는 바람에(정보를 너무 일찍 입수했던 것이 오히려 실수였다)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기사였고, 빅리그 팬이라 해도 양키스의 골수팬이 아니고서는 체임벌린의 이름은 생소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3주가 지난 지금 사정은 180도 달라졌다. 웬만한 메이저리그 팬이라면 ‘제 2의 로져 클레멘스’라고 불리는 조바 체임벌린 이라는 선수가 누군지 상당히 궁금해 한다. 1이닝을 던지면 하루, 2이닝을 던지면 이틀을 쉬게 한다는 ‘조바 룰’도 세간의 관심을 사기에 충분한 요소였다.


양키스 경기가 중계될 때면 경기에 등판하지도 않는 체임벌린의 얼굴이 10번도 넘게 카메라에 잡힌다. 이미 벤치에 앉아 모자를 돌리며 장난을 치고 있는 거구의 장난꾸러기는 미국 현지에서는 전국구 스타가 될 준비를 마친 상황.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선수이길래 이렇게까지 조바 체임벌린이라는 선수에게 열광하게 만드는 것일까? ?


▷ 삼진! 삼진! 삼진!

체임벌린이 야구 시합에서 마운드에 오른 것은 고교 졸업반이 되어서이다. 그 전까지 그는 장타력을 과시하는 강타자였다고 한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투수로 변신한지 5년도 채 되지 않는 이 선수는 현재 메이저리그 최고 인기 구단의 핵심 셋업맨으로서 마운드에서 연신 97~99마일의 불같은 강속구를 뿌리고 있다.


우선 체임벌린의 성적을 한 번 살펴보자.

야구를 아는 사람이라면 저 숫자만 보고도 왜 그가 이토록 주목받는 지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프로에 본격적으로 입문한지 아직 1년도 되지 않은 그가 137.1이닝 동안 잡은 삼진은 무려 198개, 9이닝으로 환산하면 12.98개다. 트리플 A에서 24개의 아웃 중 18번이 삼진이었다는 점은 경악 그 자체다.

 

99마일의 총알 같은 강속구, 80마일대 후반으로 형성되는 슬라이더와 제 3의 구질인 체인지업을 무기로한 체임벌린은 작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최고의 셋업맨 조엘 주마야가 보여주었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불같은 강속구를 던지는 유망주의 경우, 보통은 컨트롤이 불안해 볼넷 숫자 또한 삼진에 비례해 엄청나게 많은 편이다. 하지만 조바의 34/198이라는 볼넷/삼진 비율은 과연 저 선수가 22살의 어린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다. 야구 관계자들을 가장 놀라게 하는 것도 바로 이 점이다.


무엇보다 트리플 A로 승격된 이후 현재 메이저리그에 이르기까지 그는 2달 가까이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올 해 빅리그에 첫 발을 내딛은 이 선수의 메이저리그 공식 방어율은 ‘제로’다. 콜-업 되자마자 클로저 마리아노 리베라 이전에 8회를 책임질 팀의 핵심 셋업맨으로서의 임무를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는 이 선수에게 팬들이 열광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해 보인다.


▷ 양키스 영건 3인방 - 필립 휴즈, 이안 케네디, 조바 체임벌린

작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1픽으로 지명된 채임벌린(1985년생)은 110만 달러의 계약금을 받고 양키스에 입단했다.


당초 탑 10안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한 때 300파운드(135kg) 가까이 나갔던 몸무게 때문에 리스크가 크다는 판단 하에 순위가 주르륵 밀린 것이다. 지금도 공식 프로필에는 키 6피트 2인치에 몸무게는 230파운드(188cm 103kg)로 나와 있지만 아무리 봐도 250파운드는 되는 듯 보인다.


하지만 41픽 치고는 굉장히 많은 금액으로 계약을 했을 만큼 제대로 성장했을 때의 기대치 또한 엄청난 선수였다. 입단 계약과 동시에 하와이 윈터리그에 보내진 채임벌린은 그 곳에서 3:46이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볼넷/삼진 비율을 보여주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한다.

 

젊은 투수 유망주를 평가함에 있어 구위 이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컨트롤이다. 이미 구위 면에서 손색이 없던 채임벌린은 저와 같은 활약으로 윈터리그 유망주 평가에서 1위에 오르며 당장 양키스 최고의 유망주 중 한명으로 떠오르게 된다.


이미 양키스에는 올 시즌 중고 신인인 마쓰자카를 제외하고는 메이저리그 투수 유망주 랭킹 1위였던 필립 휴즈(1986년생)을 비롯하여 작년 드래프트에서 체임벌린에 앞서 뽑았던 이안 케네디(1984년생)가 특급 유망주로 주목받고 있던 상황이었다. 여기에 체임벌린까지 가세하면서 양키스의 투수 유망주는 풍년을 맞이하게 된다.


이미 작년 마이너리그 26경기에서 146이닝을 던지는 동안 92개의 피안타만을 허용하고 168개의 탈삼진(34볼넷)을 잡아 뉴욕을 들끓게 한 필립 휴즈(2승 2패 5.35)는 양키스 선발진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았고, 선발 로테이션에서 탈락한 마이크 무시나 대신 빅리그로 올라와 그 자리를 대신할 선수가 바로 이안 케네디다.


체임벌린과 함께 참가한 하와이 윈터리그에서 30.1이닝 동안 45개의 삼진을 잡으며 9이닝 당 삼진 비율에선 오히려 한 수 위의 활약을 보여줬던 케네디는 올해 마이너리그에서 26경기에 146.1이닝을 던지며 163개의 탈삼진(50볼넷) 그리고 1.91이라는 뛰어난 방어율을 보여주고 있다.


케네디까지 빅리그에 올라오게 된다면 싱글 A에서 시즌을 시작했던 두 명의 유망주가 몇 개월 지나지도 않아 4단계를 건너뛰어서 메이저리그에 올라오는 진기한 일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과거 이러한 전철을 밟아왔던 요한 산타나, 제이크 피비, 자쉬 베켓, 벤 쉬츠 같은 선수들은 하나 같이 리그 탑 수준의 에이스로 성장했다.


▷ 제 2의 로켓? or 포스트 리베라?

지금 체임벌린을 두고 양키스 팀 프런트가 하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은 이 선수의 내년 보직이다. 마이너리그에서 선발 수업을 받고 있던 체임벌린을 팀의 특급 셋업맨으로 활용하기 위해 트리플 A로 승격시킨 뒤 잠시간 불펜 수업을 받게 하고 빅리그에 올렸고, 이는 더할 나위 없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절대적인 요인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양키스 상승세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고, 이대로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한다면 결과적으로 체임벌린이 ‘퍼즐의 마지막 한 조각’으로 평가받게 될 전망이다.


마이너리그 시절 「스카우팅 리포트」는 이 선수를 ‘제 2의 바톨로 콜론’ 이라고 평가했었다. 2005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콜론은 지금은 예년과 같은 구속을 잃어버렸지만, 20대 시절만 하더라도 9회에 98마일 이상의 공을 8개 연속으로 뿌려 화제를 불러일으켰을 정도로 무적의 패스트볼을 자랑하던 선수였다.


하지만 막상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른 체임벌린을 보고선 TV 중계진과 팬들, 그리고 필자까지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모자를 눌러쓴 외형에서부터 체격과 투구폼에 이르기까지, 그는 지금 같은 팀 동료인 ‘로켓맨’ 로져 클레멘스를 연상시키게 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풍기는 분위기만이 아니라 던지는 공의 위력까지도 ‘제 2의 클레멘스’라 칭해지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 팬들은 이 선수의 모습에서 미래 양키스 에이스의 모습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내년 시즌 체임벌린이 선발 투수로 뛸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미 부상으로 수술을 받은 경력이 있고, 그의 장대한 체구와 위력적인 슬라이더는 부상을 가져올 위험이 있다. 때문에 구원 투수로 남아있는 편이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에 더 유리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으며, 그것은 단순한 호사가들의 입방정이 아니라 매우 설득력 있는 분석이기도 하다.


게다가 마리아노 리베라의 기량이 쇠퇴했음이 올해 보여 지고 있고, 그 계약 기간도 올해로 끝이 난다. 리베라가 양키스를 떠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1년 또는 2년의 짧은 계약을 맺은 후, 최종적으로는 체임벌린을 클로저로 자리매김하게 만들겠다는 생각도 분명 팀 프런트의 계산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 분명하다.


로져 클레멘스가 은퇴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이는 지금, 왕 첸밍-앤디 페티트-마이크 무시나-필립 휴즈-이안 케네디로 이어지는 5선발 체제도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선발진에 채임벌린-리베라 콤비가 불펜 에이스 역할을 맡아준다면 올해 보다 한층 더 강력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로져 클레멘스를 연상시키는 조바 체임벌린을 클로저로 키우기는 아깝다는 생각도 드는 것이 사실. 빅리그 무대를 밟은 지 한 달도 되지 않는 체임벌린이지만, 이미 그의 미래는 뉴욕 양키스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