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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1800만불 1번’ 버논 웰스…웃지도 울지도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9. 7.
  
토론토, 마땅한 1번타자 부재
웰스 기용으로 성공적이라는 평가


[데일리안 김홍석 객원기자]스즈키 이치로는 지난 7월 소속팀 시애틀 매리너스와 연장 계약(5년 9000만 달러)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2500만 달러를 은퇴 후 분할 지급받기로 했기 때문에 사실상 이치로의 평균 연봉은 메이저리그 선수노조 규정상 1600만 달러(계약금 포함)인 셈이다.

1600만 달러로 계산해도 이치로는 빅리그 최고 연봉을 받는 1번 타자로 우뚝 섰고, 이치로 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 리드오프는 향후 몇 년간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치로의 대형계약이 발표된 지 채 6개월이 되지 않아 ‘비전문’ 1번 타자가 ‘리드오프 최고 몸값’이라는 타이틀을 빼앗았다. 그 주인공은 지난 겨울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7년간 1억 2600만 달러에 연장계약을 체결한 버논 웰스(29)다.

데뷔 시절부터 ‘5-tool player’로 주목 받으며 꾸준한 성장을 보인 웰스는 1번부터 9번까지 두루 거치며 타격감을 조율, 30홈런 타자로 거듭난 지난 2003년부터 3번 타자로의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토론토의 존 기번스 감독은 지난해 1번 타자로 좋은 활약을 펼쳤던 리드 존슨이 시즌 시작과 동시에 부상당하자, 중심 타자 중 하나인 알렉스 리오스(22홈런 74타점)를 1번 타자로 기용하기 시작했다.

반면, 슬러거로서의 모습을 기대했던 웰스는 예상 밖의 부진을 보이며 우려를 낳았고, 기번스 감독은 지난 6월말부터 ‘1번타자 웰스’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그의 선택은 웰스의 부진탈출이라는 성공을 가져왔다. 이후 웰스는 16경기를 더 1번 타자로 출장한 뒤, 리드 존슨의 복귀와 함께 클린업 트리오로 돌아갔다. 하지만 존슨이 2할대 중반(0.243)의 빈타에 허덕이자 웰스는 다시 리드오프의 임무를 맡게 됐고 지금까지도 1번 타자로 출장하고 있다.

사실 존 기번스 감독이 지난 2004년 지휘봉을 잡은 이후, 토론토는 제대로 된 1번 타자를 보유하지 못했다. 30도루 이상을 해줄만한 선수를 가져본 적이 없으며, 나름 괜찮은 활약을 해준 리드 존슨(통산 타율 0.283)도 두 자리 수 도루를 기록해 본 적이 없다. 게다가 존슨은 부상을 자주 겪는 ‘인저리 프론’의 대표적인 선수다.

급기야 기번스 감독은 올 시즌 팀의 간판타자인 웰스와 리오스, 6할대 장타율로 부활의 기미를 보이는 거포 맷 스테어스를 1번 타순에 배치하기도 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1번 타자 웰스’의 선택은 지금까지 합격점을 줄만 하다.

웰스가 1번 타자로 나선 24경기에서 토론토는 15승 9패의 호성적을 거둬 5할 승률(71승 68패)을 유지하고 있다. 리드 존슨(17승 21패)과 알렉스 리오스(25승 32패)로는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맷 스테어스(5전 전승)와 웰스의 1번 타자 기용 전략은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웰스의 ‘1번타자 기용’은 리오스와 스테어스를 비롯해, 프랭크 토마스(21홈런 82타점)-트로이 글로스(20홈런 62타점) 등 거포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선수 운용이다.

특히 올 시즌 136경기에 나서 16홈런을 기록 중인 웰스는 1번 타자로 나선 24경기에서 8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시즌 평균 0.733에 불과한 OPS도 1번 타자로 나오기만 하면 0.912로 껑충 뛰는 바람에 리드오프가 적격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분간 계속해서 1번 타자로 출장할 것으로 보이는 ‘1800만 달러의 사나이’ 웰스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