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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NL 신인왕 2파전 : 브론 VS 톨로위츠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9. 14.

지난 「AL의 숨막히는 다승왕, 피말리는 사이영상 레이스」에 이어 또 다시 개인 타이틀을 예상해보는 시간이다. 시즌 막판이 되면 한국이든 미국이든 프로 야구의 팬들은 각종 개인 수상자들을 예상해 보는 데 여념이 없다.


개인 성적과 팀 성적을 찬찬히 살펴보면 어느 정도 윤곽은 드러나지만 대부분의 경우 확실히 한 명을 점찍을 수 없는 경우가 많으며, 이것 또한 ‘기록경기’인 야구가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일 것이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특히나 양대 리그의 MVP와 사이영상 그리고 신인왕, 이 6명의 수상자는 매년 팬들의 많은 관심을 끈다.

 

전 칼럼에서 밝혔듯이 아메리칸 리그의 사이영상 수상자는 예측불허다. 어쩌면 시즌이 끝난 뒤라 하더라도, 공식적인 발표가 나는 그 순간까지는 확신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이와 반대로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될 확률이 거의 99%로 보이는 아메리칸 리그 MVP와 투수 3관왕 페이스로 달려가고 있는 제이크 피비의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은 거의 확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내셔널리그 MVP(다음 칼럼에서 다룰 예정)는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고, 양대 리그 신인왕 역시도 한 때는 리그 별로 한명(AL의 경우 마쓰자카)의 독주처럼 보였으나 어느 순간 혼전 양상으로 치닫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오늘은 내셔널 리그의 치열한 신인왕 레이스를 살펴보려 한다.



▷ 2파전 : 라이언 브론 VS 트로이 톨로위츠키


현재 내셔널리그 신인왕 구도는 두 말할 것 없는 2파전이다. ‘알버트 푸홀스 이후 최고의 괴물 신인’이라 불리는 밀워키 브루어스의 라이언 브론과 신인 유격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골드 글러브를 노리는 콜로라도 로키스의 트로이 톨로위츠키가 그 주인공들이다.


시즌 초 1999년 1라운드 1픽 출신인 자쉬 해밀턴이 홈런포를 쏘아올리고, 한 달 늦게 콜-업되어 시즌을 맞이한 헌터 펜스가 정교한 중장거리포로써의 위력을 뽐낼 때만 하더라도 올해 신인왕은 이 두 명중 한명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해밀턴이 두 번의 부상으로 인해 2달을 쉬어야 했고, 늦게 시작한 터라 갈 길 바빴던 펜스도 7월을 넘기지 못하고 부상으로 한 달을 넘게 경기에 빠져야만 했다.


그 사이 2달이나 늦게 출발했던 라이언 브론이 역대 신인 최고 페이스로 홈런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시즌 내내 꾸준한 활약을 보이던 톨로위츠키는 성실함을 바탕으로 신인 중에서 안타, 타점, 득점 1위에 오르며 브론의 유일한 라이벌로 떠올랐다.

 

 

위의 표는 올 시즌 내셔널리그의 주요 신인왕 후보들의 성적이다. 보다시피 펜스와 해밀턴은 출장 경기의 부족이 뼈아프고, 크리스 영의 경우는 장타력에서는 손색이 없지만 타율과 선구안 면에서 심각한 약점을 노출하고 있다.


투수의 경우는 요반니 가야르도(8승 3패 3.99)와 팀 린스컴(7승 4패 3.99), 카일 켄드릭(8승 3패 4.02)등이 괜찮은 투구를 보여주고는 있지만 위의 선수들과 경쟁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다만 이들의 경우 한 꺼풀만 벗는다면 당장 내년 시즌에 에이스급 투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한 터라, 앞으로를 기대해 봐도 될 것이다.



▷ 50홈런 포텐셜의 3루수 VS 30홈런 포텐셜의 유격수


우선 두 명의 타격을 한번 살펴보려고 한다. 위의 표에서 간단히 알 수 있듯이 출장 경기수를 감안한다면 브론의 압승이다. 현재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톨로위츠키는 24홈런 94타점 98득점, 브론은 35홈런 96타점 89득점으로 시즌을 마감하게 된다.


하지만 브론(114경기 출장 예상)의 성적을 톨로위츠키(154경기)와 같은 경기수로 환산하면 47홈런 130타점 120득점의 어마어마한 수치가 나온다. 2001년도의 알버트 푸홀스(37홈런 130타점 112득점)의 성적을 넘어서는 것은 물론, 역대 신인 최다 홈런을 달성한 1989년의 마크 맥과이어(49홈런 118타점 97득점) 조차도 넘어서는 수준이다.

 
올 시즌을 살펴봐도 알렉스 로드리게스(현재 52홈런 140타점 134득점)를 제외하고는 이 보다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선수가 없다. 2달 가까이 마이너리그(34경기 10홈런 22타점 28득점)에 머물러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00경기도 뛰지 않은 현 시점에서 30홈런을 돌파한 실력만큼은 단연 압권이다.


단, 그 출장 경기수가 적다는 점이 신인왕 투표에서 유리하게 적용될지 불리하게 적용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경기 수가 적은만큼 브론의 뛰어남을 알 수는 있겠지만, 그 만큼 팀에 대한 공헌도는 떨어지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


게다가 톨로위츠키의 성적도 결코 만만하게 볼 것이 못된다. 그의 21홈런은 내셔널리그 신인 유격수 기록(종전 1954년 어니 뱅크스의 19개)을 무려 53년 만에 경신한 것이다. 메이저리그 기록인 30개(1997년 노마 가르시아파라)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두 번째 기록인 칼 립켄 주니어의 기록(1982년 28홈런 93타점 90득점)에 버금가는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후반기 페이스(55경기 12홈런 46타점)가 매우 뛰어나다는 점도 강점이다. 전반기를 마감할 시점만 하더라도 브론의 독주로만 보였던 신인왕 레이스에 톨로위츠키가 뒤늦게나마 라이벌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타격이라는 면만 놓고 본다면 브론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다른 선수들보다 40경기 이상 적게 출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리그 홈런 랭킹 5위에 올라 있는 브론의 파워는 가공할 만하다. 하지만 다른 요소가 작용한다면 역전이 불가능할 정도의 절망적인 차이는 아니며, 톨로위츠키에게는 내세울만한 무기가 있다.



▷ 최악의 3루 수비수 VS 최고의 유격수 수비수


브론(83년생)과 톨로위츠키(84년생)는 둘 다 2005년에 드래프트 된 선수들이다. 브론은 전체 5위로 브루어스에, 톨로위츠키는 전체 7순위로 로키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런 선수들이 이미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성장해 신인왕 후보로 각광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선수들 대부분의 경우 공격은 몰라도 수비에서는 약점이 노출되는 것이 보통이다. 현재 최고의 수비수로 주목받고 있는 선수들도 신인 시절에는 어이없는 실책을 범하거나, 팀 플레이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해 기록되지 않은 에러를 양산하기도 했다.

 
하지만 톨로위츠키는 그렇지 않다. 97경기에서 무려 21개의 실책을 범하며 빅리그 전체(50경기 이상 출장 기준)에서 유일하게 8할대의 수비율(.898)을 기록 중인 브론과 달리, 톨로위츠키는 사실상 올해 당장 내셔널 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 글러브를 수상해도 될 만큼 뛰어난 수비실력을 갖추고 있다.


브론의 수비는 두 말 할 것 없이 최악이다. 공을 잡는 동작부터 시작해 송구까지 어느 하나 안심할 구석이 없다. ‘핫 코너’라 불리는 3루 수비를 맡을 자격이 있는지 조차 의문이 갈 정도. 프린스 필더의 존재로 인해 1루로 옮길 수도 없는 상황이라 팀 코칭 스탭의 한숨은 깊어만 간다.


이에 반해 톨로위츠키는 지난 2년 동안 내셔널 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수상자이자 통산 11개나 되는 황금장갑의 주인인 오마 비스켈을 제치고 새로운 골드글러브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더블 플레이(107회)를 성공시킨 유격수가 바로 톨로위츠키다. 무려 744개의 아웃을 잡아 전체 1위(2위 라파엘 퍼칼 667)에 올라 있으며, 502개를 기록 중인 어시스트는 1980년 아지 스미스(621개)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페이스다. 수비율(.985)도 1위 호세 레예스(.987)에 겨우 2리 뒤처진 3위로 오마 비스켈과 동률.


긴 말 할 것 없이 유격수는 포수와 함께 가장 중요한 수비 포지션이다. 2001년 이치로가 신인으로 외야수 골드 글러브를 수상한 적이 있고, 10번의 황금장갑에 빛나는 전설적인 포수 자니 벤치가 신인 신분으로 포수 부문 골드 글러브를 수상한 적이 있지만, 유격수 부문에서 신인이 수상했던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올해 내셔널 리그 신인왕 레이스는 포지션을 초월해 최고의 타격을 뽐내는 최악의 수비수와 포지션 대비 최상급 타격을 보유한 골드글러브급 수비수의 대결이다. 과연 이들 중 최후에 웃는 자는 누구일까? 주인공이 누가 되던 간에 떨어진 한 명이 참으로 안타까워 보일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