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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AL 신인왕 - 마쓰자카가 유리!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9. 16.


시즌 중반까지 아메리칸 리그 신인왕 레이스를 거의 독주하다시피 했던 마쓰자카(14승 12패 4.41)가 최근의 급작스런 부진으로 인해 방어율이 4점대 중반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그 덕분에 그의 능력치에 대한 의심이 일기도 하고, 신인왕 수상도 혼전 양상으로 치닫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며칠 전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마쓰자카를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았고, 그것은 필자도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이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여전히 아메리칸 리그 신인왕 레이스는 마쓰자카의 독주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오카지마 히데키가 최근의 잇단 부진으로 인해 레이스에서 사실상 탈락한 지금, 가능성이 있는 후보는 마쓰자카를 포함하여 3명. 간단하게나마 그의 라이벌이 될 만한 선수들에 대해 알아본 후에, 왜 마쓰자카가 가장 유력한 후보인지를 살펴본다.



▷ 후보 1 : 더스틴 페드로이아(보스턴 레드삭스)


마쓰자카를 견제할 만한 첫 번째 선수는 같은 팀 소속의 2루수 더스틴 페드로이아다. 맞추는 데 재능을 보이는 이 선수는 .326이라는 빼어난 타율로 현재 아메리칸 리그 타격 6위에 랭크되어 있다. 3할대 후반의 높은 출루율(.389-14위)을 자랑하며 이제는 레드삭스에 없어서는 안 될 든든한 테이블 세터로 자리 잡았다.


높은 타율을 바탕으로 2루수 치고는 나쁘지 않은 장타율(.449)을 보이고 있으며, 삼진(40개)보다도 더 많은 볼넷(44개)을 얻어낼 정도로 공을 잘 고른다. 부진한 훌리오 루고(.241)와 코코 크리스프(.272)를 대신하여 리드오프 역할을 잘 수행해냄으로써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선수다.
 

그렇지만 그에게도 약점은 있다. 적지 않은 2루타(35개)를 만들어 내기는 하지만 홈런은 7개에 불과하고 주루 플레이(5도루)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정도의 선수는 아니다. 40경기 정도를 9번 타자로 출장했기 때문에 득점(76개)과 타점(49개)에서도 수치상으로 나타나는 것은 그다지 눈에 띠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그의 라이벌은 14~16승 투수인 마쓰자카.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는 타율만으로 그를 재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그는 결정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진다. 인기팀인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이기는 하나, 그가 돋보이기에는 같은 팀 안에 스타급 플레이어가 너무나도 많다.


MVP와 사이영상을 비롯해 신인왕 선정에 이르기까지, 그 투표권은 각 팀의 연고지의 이름 있는 기자들이 2명씩 선정되어 그들이 던진 표를 바탕으로 선정이 된다. 같은 신인이라곤 해도 일본의 특급 스타 출신으로 크나큰 주목을 받으며 데뷔해 전국적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는 마쓰자카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03년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에서는 당시 밀워키 소속이던 스캇 파세드닉이 풀시즌을 소화하며 .314/.379/.443의 뛰어난 비율 스탯에 100득점과 43도루까지 곁들였음에도 불구하고, ‘디트레인’ 열풍을 몰고 온 돈트렐 윌리스(161이닝 14승 6패 3.30)에게 압도적인 차이로 신인왕을 내주고 말았다.


포스팅 금액까지 포함해 1억 달러가 넘는 막대한 돈을 투자한 것에 비해 결과가 조금은 시원치 않다는 여론이 마쓰자카를 집어 삼키지 않는 한, 페드로이아의 역전 가능성은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다.



▷ 후보 2 : 브라이언 베니스터(캔자스시티 로열스)


사실 투수와 타자는 쉽사리 비교하기 힘들다. 영역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쉽게 누가 낫다고 평가하기 힘들기 때문. 하지만 같은 선발 투수끼리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실 신인왕 레이스가 혼전에 접어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은 예상치도 못한 브라이언 베니스터의 맹추격 때문이었다.


마쓰자카가 7월까지 12승을 거두며 18승 페이스를 보일 때만 하더라도 베니스터(7월까지 7승 6패)와 경쟁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5월까지 단 1승도 없었던 베니스터는 여름(6~8월)에만 무려 11승을 거두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고, 현재는 12승 8패로 턱 밑까지 쫓아 온 상황. 방어율(3.39)에서는 마쓰자카(4.41)에 비해 1점 이상의 큰 차이로 월등히 앞서 있다.
 

그냥 언뜻 보기에는 이미 베니스터가 방어율의 압도적인 우세를 바탕으로 2승 차이 정도는 충분히 극복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쉽게 그의 우세를 점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우선 페드로이아에게 적용되는 ‘전국적인 이름 값’의 부족함은 베니스터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인기 없는 약체 팀의 선수일 뿐만 아니라, 그는 그 흔한 「베이스볼 아메리카 선정 100대 유망주」에도 한번 뽑힌 적이 없었던 만큼 지명도에 있어서 너무나도 불리하다. 최근 좋은 활약으로 그 이름값을 높여가고 있지만 마쓰자카와 비교하면 역시나 턱없이 부족한 실정.


물론 베니스터의 성적이면 신인왕으로서 전혀 손색이 없는 수준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마쓰자카는 ‘신인 투수가 쉽게 이룰 수 없는 것’을 보여줄 것으로 보이기에 베니스터가 그 벽을 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일한 가능성이 있다면 남은 3번의 선발 등판을 모두 승리로 장식해 다승에서 뒤지지 않는 방법뿐이다.



▷ 후보 3 :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 레드삭스)


30경기에 출장한 마쓰자카는 4.41이라는 다소 평범해 보이는 방어율(아메리칸 리그 전체 평균 방어율 4.52)로 14승을 거뒀다. 타선 지원으로 인해 많은 승을 거둘 수 있었다는 비판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마쓰자카의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실점 이하) 회수는 17회, 하지만 그 모두가 승리 투수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6이닝을 2실점 이하 또는 7이닝 이상을 3실점 이하로 막은 경기들이다. 이긴 시합과 그렇지 못한 시합에서 기복이 컸음을 비판할 순 있어도 단순히 타선의 도움으로 거둔 승은 결코 아니다.
 

그가 방어율에 비해 다소 많은 승수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 또한 경기당 평균 108개의 투구 수는 아메리칸 리그 전체 1위에 올라 있으며, 경기 수가 많은 만큼 베니스터보다 30이닝 이상이 많은 190이닝을 소화했다. 그리고 그 동안 잡은 삼진은 186개.


그렇다, 마쓰자카는 빅리그에서 인정받는 에이스의 척도 중 하나인 ‘200이닝-200탈삼진’의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앞으로 3경기에 더 등판할 것으로 보이는 마쓰자카는 1984년 드와이트 구든과 마크 랭스턴 이후 23년 만에 200-200을 달성한 신인 투수가 될 전망이다.


이는 루키 신드롬을 불러 온 95년의 노모 히데오(191.1이닝 236삼진)나 98년의 케리 우드(167.2이닝 233삼진)도 이루지 못했던 기록. 위에서 언급한 ‘신인 투수가 쉽게 이룰 수 없는 것’은 바로 이것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다.


최근에는 재능 있는 젊은 파워피처들이 많이 나타나면서 연평균 5~8명씩 달성자가 나타나기는 하지만, 이 기록은 여전히 뛰어난 구위를 자랑하는 선발 투수의 척도로 여겨진다. 올해도 7~8명 정도 탄생할 것으로 보이는 200-200클럽에 신인인 마쓰자카의 이름이 올라가는 것이다.


신인 투수가 200이닝을 던진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말이 아니다. 작년에 풀타임 선발로 활약하며 신인왕을 거머쥐었던 저스틴 벌렌더도 186이닝에 그쳤다. 21세기에 들어선 이후 신인 투수의 200이닝 투구 기록은 단 두 번 나왔으며, 신인의 200탈삼진은 98년 캐리 우드 이후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Rookie of the Year Awards(올해의 신인)』가 정식으로 시상되기 시작한 1947년 이후로 200-200을 달성한 신인은 모두 4명, 그 가운데 3명이 신인왕을 수상했다. 마쓰자카는 역대 5번째로 200-200을 이룬 신인 투수가 되는 것이다.


신인왕을 타지 못한 단 한명의 예외는 1984년 27홈런 116타점의 빼어난 성적을 거둔 앨빈 데이비스에게 밀린 마크 랭스턴(225이닝 204삼진 17승 10패 3.40)이다. 당시 데이비스는 타점(4위), 출루율, 장타율(이상 5위)에서 리그 최상위권에 랭크되며 리그 MVP 투표에서도 12위에 올랐을 정도였다. 현재 마쓰자카의 라이벌들은 그 정도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남은 3번의 등판 중에서 1승만 더 거두면, 15승 200이닝 200탈삼진이라는 ‘에이스급’ 성적을 남기게 되는 마쓰자카. 이 정도면 4점대 중반의 방어율이 그의 발목을 잡을 수 없을 전망이며, 브라이언 베니스터(159이닝 75삼진)가 역전을 기대하기 힘든 이유도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다.


시즌 내내 롤러코스터 같은 기복 있는 피칭을 이어오긴 했지만, 마쓰자카가 실제로 크게 부진했던 것은 9월 초의 2경기(5.1이닝 7실점, 2.2이닝 8실점) 정도다. 그 전까지 그는 3점대 방어율(3.88)을 마크하고 있었으며, 이번 양키스 전에서도 종잡을 수 없는 심판의 볼 판정에도 불구하고 5.2이닝 2실점으로 비교적 호투했다.


원정 경기(3.84)에 비해 홈(5.10)에서 많이 부진한 것으로 보아 극성스런 보스턴 팬들이 가득 찬 펜웨이 파크의 분위기에 아직까지 완전히 적응 하지 못한 것 같기는 하지만 이는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다.


아무리 일본 프로야구에서 최고로 군림하며 잔뼈가 굵은 마쓰자카라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어디까지나 신인 신분, 더 큰 물에 발을 내딛고 보니 그에게도 여러 가지 약점이 엿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200-200을 이루어 낸 그는 2007년의 아메리칸 리그의 신인왕으로 전혀 손색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