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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백차승의 4승... 국적이 미국이라도... 그는 한국인입니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9. 28.

시애틀 매리너스의 백차승이 120여일만에 선발 등판해서 시즌 4승째를 따냈군요.

 
20홈런 타자만 5명이 포진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상대로 안타 7개를 허용했지만 볼넷을 하나도 내주지 않는 뛰어난 제구력을 자랑하며 6이닝을 1실점으로 잘 막았습니다.
 
삼진도 2개 곁들였고, 투구수는 91개네요.
 
한 이닝 정도 더 던져도 괜찮았을테지만 좋은 기억으로 시즌을 마무리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9월에 콜업 된 후 3경기에서 9이닝 1실점. 나름 괜찮은 투구 내용을 선보이며 좋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구위와 컨트롤 다 괜찮았고... 통산 10승, 내년에는 붙박이 주전 선발이 될 수 있으면 좋겠군요.
 
Seattle Mariners starting pitcher Cha Seung Baek, of South Korea, throws against the Cleveland Indians in the first inning of an MLB baseball game Thursday, Sept. 27, 2007 at Safeco Field in Seattle.(AP)
 
오늘 경기 중 AP 통신에서 전한 그의 경기장면입니다.
 
'Cha Seung Baek, of South Korea'이라는 문구가 보이지 않는지요...
 
그가 결혼을 통해 미국 국적을 취득한 것 때문에 말들이 많지만...
 
어디까지나 그는 한국인으로 취급받습니다.
 
'국적'이란 추상적인 개념으로 설명할 수 없는 한국인의 피를 이어받아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
 
이유가 어찌되었건 그가 미국 국적을 취득한 사실을 비난할 수는 있겠지만, 그를 미국인이라고 몰아 붙이며 원색적인 비난을 할 필요까지 있을까 싶네요.
 
이제는 '한국계 미국인'이 되어버린 백차승이지만... 그는 한국인입니다. 
 
오히려 언론에서 열광하는 미쉘 위(위성미)같은 경우가 완전한 미국인이죠.
 
백차승은 아직도 미 현지 언론에서 보도될 때면 'Korean'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지만
 
위성미의 경우는 완전한 '자랑스러운 미국인' 취급이죠.
 
사고 방식도 생활 스타일도 자라온 환경도 완전한 미국의 것인...
 
하지만 백차승은 다릅니다.
 
타의 반 자의 반으로 미국 국적을 선택해야 했지만...
 
그에게도 그럴 수 밖에 없는 현실과 아픔이 있었죠.
 
누가 그에게 정성기(싱글 A 올해의 투수로 뽑힌 28살의 예비역 선수)의 전철을 따르라고 강권할 수 있겠습니까.
 
야단을 치고 따금하게 혼을 낸다 하더라도 한국인으로서 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대체 그가 우리에게 잘못한 것이 얼마나 많길래 이토록 많은 이들이 그를 몰아붙이는 것일까요.
 
'군대'라는 이 사회가 안고 있는 또 하나의 슬픈 현실이 만들어낸 비극이 아닌가 합니다.
 
응원하자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비난을 멈추라고 설득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다만 쓴소리를 들어야 하는 백차승은 어디까지나 한국인입니다.
 
자랑스럽지 못하다 하더라도... 우리와 같은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죠.
 
그것만 기억해 주면 안될까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국가의 부름을 내팽개친 의리 없는 야구선수'로 기억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그는 미국인이니 관심 가지지 말자'라는 식의 분위기는 아니었으면 합니다.
 
머나 먼 땅에서 누구의 응원도 얻지 못하고 홀로 고군분투 하고 있는 고교시절 라이벌 학교(부산고-저는 경남고 출신입니다)의 에이스를 위해 잠시나마 끄적여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