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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보스턴 ‘플랜B’ 선택…양키스 도와준 꼴?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10. 1.
 
4일부터 디비전시리즈 개막

[데일리안 김홍석 객원기자]콜로라도와 샌디에이고의 단판승부만을 남겨둔 2007 메이저리그의 정규시즌이 모두 끝난 가운데, 곧 시작될 디비전시리즈 일정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오는 4일(이하 한국시간)부터 시작되는 4개의 매치업 가운데 내셔널리그 2개의 디비전시리즈는 똑같은 7일간(4일~10일)의 일정이다. 하지만 아메리칸리그의 경우, 플랜 A(5일~10일/클리블랜드 vs 양키스)와 플랜 B(4일~10일/ 보스턴 vs LA 에인절스)로 나눠져 있다.

 

당초 리그 최고 승률 팀에게 주어지는 이 선택권은 두 가지 일정 중 어떤 것을 택하느냐에 따라 투수 로테이션 운영 자체가 달라져 포스트 시즌의 판도를 좌우할 수도 있다. 내셔널리그는 일정이 같은 관계로 상관이 없다.

플랜 A에 속한 팀은 1차전에 등판한 1선발이 3일만 쉬고 4차전에 등판하는데 무리가 따른다. 때문에 플랜 A에 속한 팀은 4인 로테이션을 가동해야만 한다.

하지만 B 일정에 따랐을 때는 1차전 선발이 4차전에 다시 등판할 수 있다. 즉 원투 펀치인 1~2선발을 5경기 중 무려 4경기에 등판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A-B 스케줄을 달리한 것에 대해 여러 말들이 많았지만, 이 같은 스케줄은 ‘19승 콤비’인 C.C. 싸바시아(3.21)-파우스토 카모나(3.06)의 원투펀치를 보유한 클리블랜드와 이에 못지않은 존 랙키(19승 3.01)-켈빔 에스코바(18승 3.40)를 보유한 LA 에인절스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시즌 막판까지 보스턴과 클리블랜드는 리그 선두자리를 다투었지만, 누가 1위를 하든 2선발이 약한 보스턴은 A일정을, 막강 원투펀치를 자랑하는 클리블랜드는 당연히 B일정을 택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리그 승률 1위를 확정지은 보스턴이 의외로 플랜 B를 선택, 일이 꼬여버리고 말았다. 테리 프랑코나가 B일정을 택한 이유는 4선발을 맡게 될 팀 웨이크필드가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여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 따라서 큰 무대 경험이 풍부한 2선발 커트 실링을 믿어 보기로 결정했다.

보스턴이 양키스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클리블랜드에게 8일 일정을 양보할 것으로 보였지만, 그들의 선택은 전혀 예상 외였다. 양키스를 저지하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우선 자신들의 발에 떨어진 불을 끄는 것이 더 급했기 때문. 덕분에 양키스와 에인절스는 웃음을, 인디언스는 눈물을 흘리게 된 상황이 연출되고 말았다.

◇ 표 = 데일리안 스포츠

양키스는 클리블랜드의 막강 1~2선발을 4번이나 상대하느니 마이크 무시나를 4선발로 내세우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고, 에인절스 역시 3선발 제러드 위버(13승 4.01) 외에 마땅한 4선발 요원이 없어 고민하던 차에 잘됐다는 반응이다.

반면, 양키스의 ‘살인 타선’을 상대해야하는 클리블랜드는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믿을 수 있는 원투 펀치에 비해 3선발인 제이크 웨스트브룩(6승 9패 4.32)과 4선발 폴 버드(15승 8패 4.59)는 신뢰도가 많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

때문에 에릭 웨지 감독은 3차전까지의 결과가 2승 1패라면 버드를 예정대로 등판시키고, 만약 1승 2패라면 4일 만에 에이스 사바시아를 등판시키는 무리수를 두겠다고 공언했다.

보스턴이 택한 의외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 올 것인가에 대해서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프랑코나 감독의 결정이 3년 만에 다시금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인지, 거함 양키스를 살려준 꼴이 되어 ‘자승자박’의 결과를 초래하고 말 것인지, 벌써부터 팬들의 관심은 ‘가을 잔치’에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