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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NL 포스트 시즌 진출 확정! 필리스 & 로키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10. 2.


[카이져의 야구스페셜]


내셔널 리그는 드라마의 연속이다. 필리스가 17경기를 남기고 7경기차를 극복하더니, 오늘은 콜로라도가 연장 13회 초에 터진 2점 홈런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13회 말에 3득점하며 기어이 포스트 시즌에 올랐다. 그것도 투수 3관왕 제이크 피비와 역대 최고의 마무리 트레버 호프만을 꺽으면서.

 
드디어 마지막 한 자리의 주인공까지 가려졌다. 내셔널 리그 디비즌 시리즈는 결국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vs 시카고 컵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 vs 콜로라도 로키스'로 최종 결정이 났다. 한 시리즈는 투수력의 싸움이고 다른 쪽은 막강 화력이 맞붙는다.


포스트 시즌 전망을 해보기 전에 가져보는 플레이오프 진출 8개 팀의 시즌을 간략히 정리해보는 시간. 오늘은 마지막으로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콜로라도 로키스를 살펴본다.



▷ 필라델피아 필리스(89승 73패 .549)

MVP : 하워드 & 롤린스 & 어틀리


필리스의 찰리 매뉴얼 감독은 시즌이 시작된 후 보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중요한 결단을 한 가지 한다. 지난 4년 동안 매년 10승 이상을 기록하던 팀의 에이스 브렛 마이어스를 셋업맨(!!)으로 기용하겠다고 밝힌 것. 더욱 어이없는 것은 마이어스 본인도 팀을 위한다며 흔쾌히 승낙했다는 것이었다.


지난 2년 동안 215이닝-208탈삼진, 198이닝-189탈삼진을 기록했을 정도로 뛰어난 구위를 자랑하는 마이어스는 올해야 말로 가진 잠재력을 모두 폭발시키며 사이영상에 도전할 것으로 기대되었던 선수다. 때문에 이와 같은 결정은 팬들을 분노하게 만들었고, 전문가들은 어이없어하며 성공 가능성에 의문 부호를 그렸다.


결국 이 결정은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를 불러온다. 5월 초 주전 마무리였던 탐 고든이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했고, 대신 마무리를 맡게 된 마이어스가 생각 이상으로 잘 적응했던 것. 신기하게도 마이어스가 구원 투수로 나서기 시작하면서 팀 성적은 좋아지기 시작했다.
 

투수

이닝

삼진

방어율

콜 하멜스

15

5

0

183.1

177

3.39

카일 켄드릭

10

4

0

121.0

49

3.87

제이미 모이어

14

12

0

199.1

133

5.01

브렛 마이어스

5

5

21

52.1

62

2.92

J.C. 로메로

2

2

1

56.1

42

1.92


하지만 5월말 마이어스가 어깨 부상을 당해 2달 동안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지구 1위 뉴욕 메츠를 뛰어넘지는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해왔다. 더욱이 에이스를 불펜으로 돌린 대신 선발 요원 자체가 질과 양에서 모자라 시즌 내내 고생을 해야만 했다.


어쨌든 결국 7월 말에 마이어스는 돌아와서 마무리로서의 역할(21세이브 3블론)을 안정적으로 해냈고, 전반기 내셔널 리그 최고 선수라 평가 받았던 체이스 어틀리의 한 달 공백에도 불구하고 전년도 MVP 라이언 하워드의 홈런 대폭발과 시즌 내내 꾸준했던 지미 롤린스의 활약으로 점점 메츠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8월을 마친 시점에서 2경기차, 지구 타이틀이 눈앞에서 어른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9월의 시작과 동시에 3연패를 당하는 등 4승 7패로 부진, 결국 17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메츠와 7경기차로 벌어졌다. 남은 경기수를 감안했을 때 이 정도면 절망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차이.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전설은 14일부터 16일까지 메츠와의 3연전을 모조리 승리로 장식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연승을 거듭하며 2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결국 타이를 이루었고, 동률에서 치러진 마지막 경기에서 메츠가 플로리다에게 덜미를 잡힌 대신 필리스는 워싱턴을 물리쳤고, 결국 자력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었다. ‘역대 최고의 페넌트레이스 역전’이라는 전설이 탄생한 것이다.

타자

득점

홈런

타점

도루

타율

출루율

장타율

체이스 어틀리

104

22

103

9

.332

.410

.566

아론 로원드

105

27

89

6

.309

.374

.515

지미 롤린스

139

30

94

41

.296

.344

.531

쉐인 빅토리노

78

12

46

37

.281

.347

.423

라이언 하워드

94

47

136

1

.268

.392

.584

팻 버렐

77

30

97

0

.256

.400

.502


한 달의 공백만 아니었다면 리그 MVP 1순위였을 채이스 어틀리, 후반기에만 26홈런을 몰아치며 홈런-타점에서 리그 2위에 오른 하워드, 30-20-30-40(2루타-3루타-홈런-도루)라는 사상 초유의 대기록을 달성하며 단숨에 유력한 MVP후보로 급부상한 롤린스, FA를 앞두고 폭발한 아론 로원드와 최고의 2번 타자감 빅토리노, 전반기는 침묵(11홈런 .215)했지만 후반기(19홈런 .295)에 몰아치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버렐까지. 양키스를 제외한 메이저리그 최강 타선의 힘이었다.


마이어스가 두 달, 어틀리와 하워드 그리고 마이어스를 대신해 에이스로 등극한 콜 하멜스까지 모조리 부상으로 한 달씩의 공백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루어낸 쾌거였다.


선발 투수 중 제대로 풀 시즌을 소화한 선발 투수는 44세의 제이미 모이어 뿐, 20경기에 등판해 10승을 거둔 신인 카일 켄드릭의 깜짝 활약이 없었더라면 저 막강 타선을 가지고도 역전에 성공하긴 힘들었을 것이다.
 

물론 이 선발 투수들로 포스트 시즌을 치른다는 것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다. 4선발로 누구를 내세워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 로메로와 마이어스로 이어지는 마무리 라인은 그나마 믿을 만하지만 역시나 타선에 기댈 수밖에 없다. 내셔널 리그 팀 득점 1위인 필리스와 2위 로키스가 맞붙는 디비즌 시리즈는 화끈한 타격전이 될 듯하다.



▷ 콜로라도 로키스(90승 73패 .552)

MVP : 맷 할리데이


와일드카드 진출이라고는 하지만 그들은 내셔널리그 전체 승률 2위의 팀이다. 또한 홈에서는 무적에 가까운 모습을 선보이며 51승 31패라는 무시무시한 홈 승률(전체 2위)을 기록한 팀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11연승을 포함해 최근 15경기에서 14승을 거두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사실 ‘Wild-Wild-West’라 불리는 내셔널 리그 서부지구에서 콜로라도 로키스가 이처럼 선전하며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것이라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찾아보니 ESPN의 전문가 18명의 시즌 전 예상에서도 단 한명도 로키스를 언급한 이가 없다). 대부분 전력 강화에 성공한 LA 다저스나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2년 연속 진출을 예상했다. 


하지만 애리조나에 이어 콜로라도까지 의외의 선전으로 좁은 관문을 뚫었다. 전체적으로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흘러간 아메리칸 리그와는 달리 내셔널 리그는 컵스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의외의 결과가 나타난 것.


필리스와 마찬가지로 로키스 역시 타선의 힘으로 포스트 시즌 진출을 이루어냈다. 역시나 162경기라는 대장정의 장기전에서는 타선의 힘이 중요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 결과다. 아래의 표를 보면 필리스 팀 타선의 성적과 비교해 봐도 전혀 밀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타자

득점

홈런

타점

도루

타율

출루율

장타율

맷 할리데이

120

36

137

11

.340

.405

.607

토드 헬튼

86

17

91

0

.320

.434

.494

개럿 앳킨스

83

25

111

3

.301

.367

.486

브래드 호프

80

29

116

0

.291

.387

.539

트로이 톨로위츠키

104

24

99

7

.291

.359

.479

마쓰이 가즈오

84

4

37

32

.288

.342

.405

 
마지막 경기에서 2타점을 추가하며 라이언 하워드를 제치고 타점 단독 1위에 오른 맷 할리데이는 타격-타점 2관왕의 위업을 달성하며 MVP 1순위로 떠올랐다. 지미 롤린스와 치열한 경합이 예상되지만 필자에게 표를 던질 권리가 있다면 할리데이를 뽑을 것이다.


시즌 내내 작년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막판 상승세를 타며 3할을 기록한 개럿 앳킨스, 기대만큼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100타점 훌쩍 넘어선 브래드 호프. 타점에서 하나가 모자라 아쉽게도 신인 유격수 최초 100득점-100타점에는 실패했지만 골드 글러브가 예상되는 수비력까지 선보이며 팀의 활력소가 되어준 트로이 톨로위츠키와, 나름대로 솔리드한 리드오프 마쓰이 가즈오.


무엇보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선취점이 되는 외야 플라이와 5회 동점을 만드는 솔로 홈런을 때리면서 팀을 포스트 시즌으로 이끈 콜로라도의 심장 토드 헬튼의 선전이 눈에 띤다. 그는 데뷔 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포스트 시즌 무대를 밟게 되었다.


투수

이닝

삼진

방어율

제프 프랜시스

17

9

0

215.1

165

4.22

애런 쿡

8

7

0

166.0

61

4.12

자쉬 포그

10

9

0

169.2

99

4.94

매니 코파스

4

2

19

78.0

58

2.08

브라이언 푸엔테스

3

5

20

61.1

56

3.08


다만 역시나 이 팀도 마운드가 문제였다. 로키스의 프랜차이즈 타이기록인 17승을 거둔 재프 프랜시스를 제외하고는 믿을 만한 선발 투수가 없어 시즌 내내 고전했다. 후반기 팀 선발진의 주축으로 떠오른  어발도 히메네즈(15경기 4승 4패 4.28)와 3경기 연속 무실점 경기를 펼치는 등 시즌 막판에 대활약을 펼친 프랭클린 모랄레스(8경기 3승 2패 3.43), 이들 두명의 신인의 활약이 없었더라면 로키스의 대역전은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작년까지 믿을만한 마무리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브라이언 푸엔테스가 6월 말 4경기 연속 블론 세이브를 기록한 뒤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있었지만, 그 공백을 매니 코파스가 너무나도 훌륭히 매워주었다. 푸엔테스도 8월 중순 복귀 한 뒤론 셋업맨 역할에 충실하며 1점대 방어율을 기록, 이기는 경기는 확실하게 잡아주는 모습을 보였다.


또 한 가지의 숨은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수비다. 로키스가 163경기를 치르는 동안 범한 실책은 모두 67개, 메이저리그 30개 팀 가운데 가장 적은 수치이며(2위는 79개의 볼티모어) 최하위인 플로리다 마린스(137개)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숫자다. 투수력이 약하고 탈삼진 능력이 떨어지는 만큼 수비의 기회(전체 2위) 자체가 엄청나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최소 실책을 기록했다는 점은 분명 눈여겨 볼만하다.


마쓰이-톨로위츠키의 키스톤 콤비는 리그 최고의 수비를 보여주었고, 왕년의 골드 글러브 플레이어 토드 헬튼도 안정된 수비를 자랑한다. 총알처럼 빠른 송구를 자랑하는 외야수는 없지만 모두가 건실한 수비를 자랑하는 선수들로 실속이 꽉 차있다.


만약 로키스가 플레이오프에서도 돌풍을 이어간다면, 그것은 투수력이나 타선의 힘보다 견고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끈끈한 플레이가 그 원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