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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NLDS 애리조나 스윕!! -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하모니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10. 7.


[카이져의 야구스페셜]


설마 하던 일이 벌어졌다. 내셔널 리그 승률 1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객관적인 전력상으로는 시카고 컵스에 비해 다소 처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디비즌 시리즈에서 3연승으로 컵스를 꺾고 가장 먼저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했다.


시즌 내내 득점(712)보다 실점(729)이 더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리그 승률 1위에 올랐던 ‘도깨비팀’ 애리조나. 이 팀을 어떤 말로 설명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필자도 3-2로 애리조나의 승리를 예상하긴 했지만, 3-0승부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필요한 시기에 곧바로 점수를 올려주는 타선, 정규 시즌 이상으로 견고한 모습을 선보였던 선발 투수진, 무엇보다 기대와 명성 그대로의 막강 불펜. 이것이 디백스를 승리로 이끈 요소들이었다. 컵스의 100년 꿈은 이번에도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 어린 선수들이 이끈 타선


애리조나의 시즌 평균 득점은 4.4점, 리그 14위(16팀 중)에 불과하다. 투수력이 돋보이는 단기전의 경우, 패전 처리용 투수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고, 4-5선발 요원까지 불펜에 가세한다는 점 때문에 평균 득점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경기

스코어

비고

1차전

3:1

4회 스테판 드류 선제 홈런

7회 마크 레이놀즈 결승 홈런

2차전

8:3

2회 말 크리스 영의 역전 3점 홈런

3차전

5:1

크리스 영의 1회 선두타자 홈런

6회 에릭 번즈의 홈런


하지만 3경기를 치르는 동안 디백스의 득점은 16점. 기대 이상의 득점력이었고, 상상치도 못한 파괴력을 과시했다. 무엇보다 그들의 젊은 타자들이 득점을 올려주는 타이밍은 그야말로 기가 막히다.


브랜든 웹과 카를로스 잠브라노의 호투로 양 팀 모두 무득점으로 진행되던 1차전 4회 말, 2년차 스테판 드류의 솔로 홈런이 터지며 선취점을 올린다. 7회 상대 선발 잠브라노가 내려가자마자, 바뀐 신인 투수 카를로스 마몰을 상대로 터진 신인 마크 레이놀즈의 결승 홈런.


2차전은 컵스가 선취점을 올렸다. 2회 포수 유망주인 지오바니 소토의 2점 홈런으로 먼저 치고 나간 것. 하지만 이어진 2회 말 시즌 32홈런의 신인 외야수 크리스 영이 3점 홈런으로 경기를 뒤집어 버린다. 이 한방으로 경기 분위기는 애리조나 쪽으로 기울어 버리고 만다.


원정에서 펼처진 3차전은 처음부터 한방 날리고 시작했다. 2차전의 영웅 크리스 영이 1회 선두타자로 나서서 상대 선발 리치 힐로부터 선제 홈런을 날렸다. 이후 계속된 공격에서 신인 저스틴 업튼의 추가 타점으로 2점째에 성공하며 확실히 기선을 제압하고 경기를 풀어나갔다.


3번의 경기에서 25개의 안타로 16득점, 이정도면 굉장히 높은 안타 당 득점 비율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베테랑 에릭 번즈(1홈런 3타점)를 제외하면 득점 대부분을 팀의 1~2년차 어린 선수들이 만들어 낸 것이다. ‘포스트 시즌에서는 경험이 중요하다’라는 말은 근거 없는 속설일 뿐이라고 외치는 듯하다.


팀의 주포인 알폰소 소리아노가 홈런 하나 없이 15타수 2안타에 그친 컵스 타선은 3경기 통틀어 단 6득점 하며 힘없이 무너졌다. 깜짝 스타도, 놀라운 신인도, 관록을 자랑하는 베테랑의 모습도 그들에게선 볼 수 없었다.



▷ 선발 맞대결 모두 완승!


 

애리조나

시카고

1차전(4일)

브랜든 웹

(18-10, 3.01)

7이닝 1실점 9삼진

카를로스 잠브라노

(18-13, 3.95)

6이닝 1실점 8삼진

2차전(5일)

덕 데이비스

(13-12, 4.25)

5.2이닝 4실점 8삼진

테드 릴리

(15-8, 3.83)

3.1이닝 6실점 4삼진

3차전(7일)

리반 에르난데스

(11-11, 4.93)

6이닝 1실점 2삼진

리치 힐

(11-8, 3.92)

3이닝 3실점 3삼진


시즌 성적을 토대로 본다면, 1차전은 브랜든 웹의 애리조나 쪽으로 조금 기울지만 2~3차전은 시카고 컵스의 우세를 점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3인 로테이션을 가동하겠다고 밝힌 루 피넬라 감독은 웹과 팽팽한 맞대결을 펼치고 있던 잠브라노를 6회까지 85개의 공만을 던지게 한 채 마운드에서 내렸다. 결국 그것이 패인이 되어 1차전을 놓쳤고, 넓게 본다면 바로 그 교체가 이번 시리즈 전체의 패배의 원인이기도 하다. 3인 로테이션에 대한 무리한 고집이 시리즈 전체를 망치고 만 것. 결국 잠브라노가 다시 한 번 등판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4차전은 아예 허공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나머지 컵스 선발 투수들도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정규시즌 3점대 방어율을 보여준 2-3차전 선발 릴리와 힐이 모두 4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강판된다.


반면 웹 외에는 상대적인 열세가 예상되던 애리조나의 경우 모두 5이닝 이상을 책임지며 승리의 발판이 되어주었다. 특히 10년 전 신인 신분으로 플로리다 마린스의 우승을 이끌며 월드시리즈 MVP로 뽑혔던 리반 에르난데스는 기대 이상의 관록의 피칭을 보여주며 3차전 승리의 1등 공신으로 떠올랐다.


잠브라노가 설욕의 기회도 갖지 못한 채, 선발 투수들의 승부는 애리조나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 막강 불펜, 그 위용 그대로


7회 토니 페냐 - 8회 브랜든 리온 - 9회 호세 벌버디


시즌 내내 이어져 왔던 애리조나의 필승 공식이 이번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애리조나의 시즌 전체를 돌아봤던 칼럼에서도 밝혔지만, 그들이 가진 최고의 강점은 타격도 선발도 아닌 바로 불펜. 이들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찬란한 빛을 발했다.


정규 시즌 성적

이닝

삼진

방어율

호세 벌버디

1

0

47

64.1

78

2.66

브랜든 리온

6

35

2

74.0

40

2.68

후안 크루즈

6

30

0

61.0

87

3.10

토니 페냐

5

4

2

85.1

63

3.27


메이저리그 전체 세이브 1위인 벌버디, 홀드 1위 리온, 6위 페냐, 그리고 막강 삼진능력을 갖춘 후안 크루즈까지. 이번 시리즈에서도 선발 3명을 제외하고는 이들 4명이 나머지 모든 이닝을 책임졌다.


리온과 벌버디는 1-3차전까지 모두 등판해 한결같이 8회와 9회를 지켜냈다. 페냐도 2-3차전에 등판해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고, 후안 크루즈는 2차전에 등판해 2루타를 허용하면서 덕 데이비스의 자책점이 되는 점수를 허용하긴 하지만 후속 타자를 삼진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 했다.


모두 합쳐 7.1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허용한 안타는 5개 탈삼진은 8개를 기록하며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뒷문을 틀어막았다. 이렇게까지 후반이 든든하니 선발 투수들도 안심하고 던질 수 있었고, 타선도 불을 뿜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컵스도 불펜에 있어서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3경기에서 12.2이닝을 소화하며 6점을 허용하며 팀을 구해내지 못했다. 12.1이닝 동안 10점을 내준 선발 투수들에 비해서는 호투했지만, 결승 홈런이나 패배가 굳어지는 점수를 허용하는 등 승부처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것.


수비의 측면에서는 집중력을 선보이며 무실책으로 시리즈를 마감한 컵스에 비해 애리조나는 3개의 에러를 범하는 등 안정적인 면을 보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에러로 인한 실점이 하나도 없었을 만큼 투수들의 집중력이 돋보였던 시리즈였다.


도깨비팀 애리조나, 타선의 응집력과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는 안정적인 선발진, 그리고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8팀 중 가장 든든한 구원투수를 보유한 그들.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도 그들의 이러한 기세를 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