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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악마의 유혹’…에이스 3일 휴식 후 등판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10. 11.

[데일리안 김홍석 객원기자]‘거함’ 뉴욕 양키스가 3년 연속 디비전 시리즈에서 탈락하며 ‘에이스 3일 휴식 후 등판’이 PO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확률의 스포츠’ 야구에서 에이스, 즉 팀의 제1선발 투수는 팀에 승리를 선사할 가장 확실한 카드임에 분명하다.



매 경기 피 말리는 혈투를 벌이는 포스트시즌에서 에이스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모든 감독은 에이스 등판간격을 놓고 저울질하며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클리블랜드의 에릭 웨지 감독은 양키스와의 ALDS를 앞두고 3차전까지 1승 2패로 뒤진다면, 4차전에 에이스 C.C. 사바시아를 등판시키겠다고 예고했다.


시카고 컵스의 루 피넬라 감독도 에이스 카를로스 잠브라노를 3일 휴식 후 4차전에 등판시키겠다고 공언했지만, 애리조나에 내리 3게임을 내줘 그 계획은 무산됐다.


양키스 에이스 왕첸밍은 ALDS 1차전에 선발등판 이후 3일 휴식을 취하고 4차전에 다시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다. 결과는 1이닝 5안타 4실점 패전. 결국 조 토레 감독의 무리수는 실패로 끝났고, 양키스는 가을 잔치의 막을 일찍 내려야했다.


왕첸밍을 포함, 최근 5년간 포스트시즌에서 에이스 투수가 3일 휴식 후 4일 만에 등판한 경우는 모두 14차례. 이는 한 해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동안 3번 정도 볼 수 있는 것으로 결코 적은 횟수가 아니다. 하지만 이 중 에이스들이 팀에 승리를 안긴 경우는 고작 4번에 불과하다.
◇ 최근 5년간 3일 휴식 후 선발등판 성공사례 ⓒ 표 = 데일리안 스포츠

반면, 요한 산타나와 로저 클레멘스, 케빈 브라운, 그리고 배리 지토 등 내로라하는 에이스들도 3일 휴식 후 등판한 적이 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대부분 3이닝 이상을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오며 10번의 패를 당한 것.


이렇게 성공 확률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포스트시즌이 진행될 때마다 감독들은 에이스의 가동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진다. 벼랑 끝에 몰리거나 영광이 바로 눈앞에 있을 때 대부분의 감독들은 에이스에게 3일만 휴식을 주고 바로 등판시키는 무리수를 둔다. 이유는 간단하다. 팀에 승리를 안겨주는 에이스에 대한 신뢰가 두텁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은 일반적으로 2차전과 3차전 사이, 그리고 5차전과 6차전 사이 하루씩 휴식이 주어졌다. 즉, 2경기(홈)-3경기(어웨이)-2경기(홈) 방식으로 9일 동안 7경기를 가진 것. 이렇게 되면 5인 로테이션을 가동했을 경우 에이스 투수는 1차전과 5차전에만 등판하게 된다.


물론 2001년 애리조나 우승 당시 커트 실링은 4일 휴식 후 등판으로 1-4-7차전을 소화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실링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중으로 강한 체력이 받쳐주지 못했다면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 따라서 팀이 궁지에 몰린 경우가 아니라면 1선발 투수를 4차전에 기용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다.


공교롭게도 올 시즌부터는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와 월드시리즈 일정이 하루 늘어난 10일 일정으로 변경됐다. 이는 중계 방송사의 요청에 의한 것으로 4차전을 치른 뒤 휴식일이 하루 더 늘어나, 2경기-2경기-1경기-2경기 형식으로 바뀌었다.


때문에 감독들은 또다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에이스를 4차전에 기용하기 위해서는 3일 만에 등판시키는 무리수를 감행해야만 한다. 만약 1선발 투수가 4차전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만 있다면, 7차전에서는 3일이 아닌 4일만의 등판이 가능하게 된다.


12일(한국시간) 애리조나-콜로라도를 시작으로 7전4선승제의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가 열린다. 조쉬 베켓(보스턴), 브랜든 웹(애리조나), C.C. 사바시아(클리블랜드) 등의 특급 투수들을 보유한 3개팀은 1~3차전을 싹쓸이 하지 않는 이상 이들을 4차전에 등판시킬 가능성이 크다. 다만, 고만고만한 선발진의 콜로라도는 4명의 선발 요원을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3일 휴식 후 선발등판은 분명 투수에게 부담을 주는 무리수다. 하지만 팀에 승리를 안겨줄 것만 같은 ‘악마의 유혹’을 감독들은 쉽게 뿌리치지 못하고 있다.


과연 챔피언십 시리즈와 월드시리즈 4차전서 어느 팀의 에이스가 등판하게 될지, 2007 MLB 포스트시즌의 또 다른 볼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