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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보스턴 vs 클리블랜드, 그 처절한 사투의 역사를 다시 한 번 더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10. 11.


[카이져의 야구스페셜]


사연 많고 할 말 많은 두 팀이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만났다. 주관 방송사인 ‘폭스 스포츠’는 전국구 인기팀인 양키스의 탈락을 못내 아쉬워하겠지만, 순수하게 포스트 시즌을 즐기려는 팬들의 입장에서는 레드삭스 vs 양키스 만큼이나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할 두 팀의 대결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두 팀은 지난 1995년에 디비즌 시리즈(3-0 클리블랜드 승)에서 처음으로 맞붙은 이후, 1998년과 99년 연속으로 디비즌 시리즈에서 다시 맞붙었다. 98년은 클리블랜드가 또 한 번 보스턴을 3-1로 울리고 챔프전에 올랐지만, 99년은 보스턴이 3-2로 클리블랜드를 제압했다.


오랫동안 우승에 목말랐던 두 팀이 디비즌 시리즈부터 치열하게 물고 물리는 접전을 펼치는 바람에 시리즈는 소모전 양상으로 전개가 되었고, 결국 양 팀 간의 대결에서 승리한 팀도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다.


이번에는 무대를 옮겨서 리그 챔피언십에서 만난 두 팀, 예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한 치의 물러섬이 없는 치열한 맞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내셔널 리그에 비해 훨씬 더 주목 받은 이들 팀 간의 대결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몇 가지 관전 포인트를 살펴보자.



▷ 올 시즌 상대 전적


 

 

보스턴

클리블랜드

상대

전적

BOS

5승 2패

2승 1패

2승 5패

1승 2패

CLE

3승 1패

1승 3패

방어율

BOS

3.05

2.06

4.57

4.32

CLE

4.33

4.75

탈삼진

BOS

59

30

40

14

CLE

29

26

타율

BOS

.282

.267

.223

.292

CLE

.293

.179

홈런

BOS

8

5

6

2

CLE

3

4

득점

BOS

34

13

25

13

CLE

21

12

출루율

BOS

.342

.330

.292

.350

CLE

.349

.243

장타율

BOS

.456

.535

.358

.443

CLE

.400

.313


클리블랜드는 이미 정규 시즌 상대 전적에서는 0승 6패로 열세를 보인 양키스를 3-1로 제압하고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정규시즌 전적을 무시할 수는 없다. 보스턴은 정규 시즌 테이터 그대로의 압도적인 모습을 선보이며 엔젤스를 3-0으로 제압하고 챔프전에 안착했기 때문이다.


역시나 투타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선보인 보스턴이 클리블랜드를 5승 2패로 제압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자료만 놓고 평가한다면 보스턴이 시리즈를 가져갈 확률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클리블랜드의 가장 큰 힘은 디비즌 시리즈에서도 드러났듯이 역시나 싸바시아-카모나로 이어지는 막강 원투 펀치다. 카모나는 한 번 등판한 보스턴과의 경기에서 8이닝을 무실점으로 제압하며 1:0의 짜릿한 승리를 맛봤고, 싸바시아도 1:0으로 패하긴 했지만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보스턴도 만만치 않다. 에이스 자쉬 베켓은 카모나와의 맞대결에서 비록 패하긴 했지만 8이닝 1실점으로 투수전을 펼쳤고, 나머지 한 경기에서는 7이닝 2실점으로 승리했다(방어율 1.80). 2선발 쉴링도 한 경기에 등판해 7이닝 동안 10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1실점으로 승리를 거뒀다. 원투 펀치 대결에서는 양 팀이 박빙인 상황.


두 경기에 등판한 보스턴 3선발 마쓰자카는 첫 등판에서는 5.2이닝 동안 무려 12개의 안타를 허용하는 등 6실점 했지만, 두 번째 경기에서는 7이닝을 무실점으로 봉쇄하며 싸바시아에게 패배를 안긴 주인공이다. 1-2선발 대결 향방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이번 시리즈, 의외로 마쓰자카의 컨디션과 호투 여부가 시리즈의 판도를 결정지을 지도 모른다.



▷ 59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클리블랜드


20세기가 시작할 당시 메이저리그에는 16개 팀이 존재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도 그 중 하나였으며, 그 후로 오랫동안 아메리칸 리그를 지켜온 역사와 전통의 팀이다. 하지만 인디언스가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것은 단 두 번뿐이었다.


한 번은 전설적인 타자 중 한명이 ‘회색 독수리’ 트리스 스피커(통산 3514안타)가 맹활약하던 1920년이었고, 다른 한 번은 1948년 그 해 MVP에 빛나는 루 부드루(1948년 MVP)와 밥 펠러(통산 266승) 활약으로 일구어낸 우승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스피커와 부드루는 당시 팀의 감독직도 겸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스피커는 31살 때부터, 부드루는 24살 때부터 선수 겸 감독으로 팀을 이끌었었다.


사람들은 ‘염소의 저주’로 올해까지 99년 동안이나 월드시리즈 타이틀을 차지하지 못한 시카고 컵스와, 지난 2004년 86년 만에 ‘밤비노의 저주’에서 벗어나 우승을 차지한 보스턴 레드삭스만 기억한다. 하지만 클리블랜드가 최근 59년 동안 우승을 하지 못했다는 것은 잊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컵스 다음으로 오랜 기간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팀은 다름 아닌 클리블랜드다.


한편 스피커도 부드루도 팀의 우승을 이끌던 당시 30대였다. 공교롭게도 올 시즌 클리블랜드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에릭 웨지 감독도 30대(1968년생, 미국 나이로 만 39세)다. ‘클리블랜드가 우승하려면 30대 감독이 이끌어야 한다’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보스턴이 3년 전에 86년 묶은 한을 풀었을 때, 컵스 팬들과 마찬가지로 부러움의 눈빛을 가장 강하게 나타냈던 팀이 바로 클리블랜드였을 것이다. 과연 그들은 올해 보스턴을 이기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웨지 감독이 이번 시리즈에서 승리한다면, 그는 1948년 이후로 팀을 월드시리즈에 진출시킨 4번째 30대 감독으로 그 이름을 남기게 된다.



▷ 떠나간 매니 VS 새로운 원투펀치


지금은 보스턴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매니 라미레즈이지만, 그는 원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선수였다. 라미레즈하면 생각나는 팀은 인디언스였고, 인디언스 하면 역시나 라미레즈가 먼저 떠올랐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다. 98년 디비즌 시리즈에서 클리블랜드를 이끌며 보스턴을 침몰 시킨 1등 공신도 14타수 5안타 2홈런으로 맹타를 휘둘렀던 매니 라미레즈다.


하지만 그는 이제 보스턴의 유니폼을 입고 있고, 99년 5차전에서 클리브랜드를 울렸던 페드로 마르티네즈는 이제 보스턴에 없다. 그 대신에 매니 라미레즈와 쌍벽을 이루는 데이빗 오티즈라는 선수가 타선을 주도하고 있고, 자쉬 베켓이라는 젊은 에이스가 20승 투수로 성장해 팀을 이끌고 있다.


90년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거칠 것 없는 최강의 타선을 자랑하는 팀이었다. 라미레즈 외에도 알버트 벨, 짐 토미, 데이빗 져스티스, 로베르토 알로마, 케니 로프턴, 브라이언 자일스, 리치 섹슨 등의 이름만 들어도 상대 투수들을 긴장시킬 수 있는 강타자들이 팀 타선을 이끌며 중부지구의 최강자로 군림했다.


그러한 타선의 힘으로 90년대 후반 5년 연속으로 디비즌 타이틀을 차지하며 우승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무엇보다도 그들에게는 믿을만한 에이스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막강한 타선을 등에 업고도 1999년 바톨로 콜론(3.95)이 18승을 한 것이 그 5년 동안의 최다승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타격은 그 때만 못하지만, 이제 클리블랜드에는 그 누구보다도 믿을만한 원투 펀치가 존재한다. 나란히 19승을 거두 C.C. 싸바시아(3.21)와 파우스토 카모나(3.06)의 위력은 이미 양키스 전에서 증명이 된 상태. 아무리 매니-오티즈의 쌍포라 하더라도 이들을 무너뜨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도 양팀 감독은 에이스인 베켓과 싸바시아를 4차전에 등판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과거의 전례로 봐서도 3일 휴식 후 등판은 패배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니 괜히 무리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양 팀의 원투 펀치가 맞붙는 4경기에서 2승 2패로 동률을 이룬다고 보면, 역시나 이번 시리즈의 키는 3,7차전에 등판하는 양 팀의 3선발 마쓰자카와 제이크 웨스트브룩이 쥐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포스트 시즌에서 조기 등판한 에이스들의 성적을 알고 싶은 사람은 필자의 블로그를 참고하기 바란다)


에이스 베켓과 홈런으로 무장한 보스턴과, 막강 원투 펀치에 기동력과 힘의 야구를 동시에 구사할 수 있는 타선을 보유한 클리블랜드의 대결. 큰 경기에 익숙해져 있고 유독 강한 모습을 자랑하는 선수들로 구성된 보스턴과 아직은 큰 경기 경험이 일천하지만 패기로 무장한 젊은 클리블랜드 선수들의 대결이기도 하다.


과연 어떤 팀이 승리를 거두게 될까? 필자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9회에 믿을 수 있는 타자를 두 명이나 보유한 보스턴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법. 우선은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즐길 것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