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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15년을 기다린 로키스의 에이스, 제프 프랜시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10. 17.

[카이져의 야구스페셜]

콜로라도 로키스가 포스트 시즌 7연승의 고공비행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같은 해에 벌어진 포스트 시즌에서 2개의 시리즈를 연속으로 스윕한 것은 ‘빅 레드 머신’의 막강 타선을 자랑한 1976년의 신시네티 레즈 이후로 무려 31년 만이다.


로키스의 타격 선봉은 올 시즌 유력한 MVP 후보인 맷 할리데이다.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MVP를 차지한 할리데이는 노쇄한 토드 헬튼을 대신해 팀 타선의 중심축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가장 돋보이는 투수는 누구일까? 선발과 불펜 할 것 없이 모두 수준급 활약을 펼치고 있는 로키스 투수진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펼친 이는 콜 하멜스(15승 5패 3.39)와 브랜든 웹(18승 10패 3.01)과의 연속된 에이스 간 맞대결을 모두 승리로 이끈 ‘좌완 에이스’ 제프 프랜시스다. 


▷ 2002년 신인 드래프트


제프 프랜시스는 2002년 1라운드에 전체 9순위로 지명되어 콜로라도 유니폼을 입었다. 2002년 드래프트는 오클랜드 빌리 빈 단장의 성공담을 다룬 「머니볼」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는 터라 그 책을 읽은 국내의 메이저리그 팬들에겐 꽤나 익숙한 선수들이 등장한다.


올 해 내셔널 리그 홈런왕에 오른 밀워키의 프린스 필더(7픽)와 아메리칸 리그 탈삼진 왕에 오른 템파베이의 스캇 캐즈미어(15픽)가 이 해 1라운드에 뽑힌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이번 디비즌 시리즈 1차전에서 프랜시스와 맞대결을 펼친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에이스 콜 하멜스(1라운드 17픽)도 2002년 드래프트 출신이다. 재밌게도 각 팀의 에이스로 성장한 프랜시스-캐즈미어-하멜스 이 세 명은 모두 좌완이다. 


이 외에도 B.J. 업튼, 잭 그레인키, 제레미 허미다, 조 선더스, 칼리어 그린, 닉 스위셔, 제임스 로니, 제레미 거스리, 제프 프랑코어, 맷 케인 등이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주전으로 자리를 잡고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2002년의 1라운더들이다. 5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이 정도의 성장세라면 정말 쟁쟁한 선수들이 대거 등장한 드래프트라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3할 타율에 24개의 홈런을 쏘아올린 템파베이의 업튼, 지난 2년 동안 48홈런 208타점을 기록한 애틀란타의 강견 외야수 제프 프랑코어, 유격수로 27홈런을 때려낸 샌디에이고의 칼리어 그린, 방어율 3.65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독한 불운에 시달리며 7승 16패에 그친 샌프란시스코의 우완 선발 맷 케인 등은 앞으로 메이저리그를 이끌어갈 선수들이다.


이 쟁쟁한 동기들 중에서도 자신이 중심 선수가 되어 소속 팀을 월드시리즈로 이끈 것은 프랜시스가 가장 먼저다. 동기들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스타 대접를 받는 동안, ‘타자들의 천국’ 쿠어스 필드를 이겨내기 위해 홀로 힘든 싸움을 했던 그 선수가 말이다.


▷ 쿠어스 필드 극복하기 - 안타까운 드래프트 역사


콜로라도는 1993년에야 리그에 정식으로 가입한 비교적 신생팀이다. 때문에 그들은 1992년부터 신인 드래프트에 정식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구장 탓인지 좋은 타자는 많았지만 투수진이 불안했던 콜로라도 팀 프런트는 드래프트 때마다 투수 뽑기에 열중해 있었다.


1992년에 뽑았던 그들의 첫 1라운더 선수 존 버크는 74이닝을 던지는 동안 무려 16개의 홈런을 허용하는 등 6.75의 방어율만 기록한 채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마감하고 말았다. 그 뒤로 10년 동안 단 한 번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모두 투수를 뽑았던 로키스지만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다.


버크부터 프랜시스에 이르기까지 9명이나 되는 투수들을 1라운드에서 뽑았지만, 그 중 5명은 다 합쳐서 200이닝도 되지 않는 빅리그 투구이닝을 남기고 사라졌으며, 빠른 성장세를 보여 큰 기대를 모았던 제이미 라이트(현 텍사스)도 결국은 시즌 10승에 도달하지 못한 채 5점대의 방어율만 남기고 팀을 떠나갔다.


96년 1라운더인 제이크 웨스트브룩은 이듬해 몬트리올 엑스포스(현 워싱턴 내셔널스)로 트레이드 되어 뉴욕 양키스를 거친 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 몸담은 후에 빛을 보게 되었고, 지금은 프랜시스처럼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팀을 위해 맹활약하고 있다.


그나마 에이스 감으로 건진 선수가 신인 시절 16승으로 리그 신인왕에 올랐던 제이슨 제닝스(현 휴스턴)다. 하지만 그 역시도 더 이상의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5년 통산 58승과 4.74의 방어율만 남기고 쿠어스 필드를 떠나갔다.


결국 2003년에 3루수 이안 스튜어트를 1라운드에 뽑으면서, 마침내 로키스는 전년도의 프랜시스를 마지막으로 기나긴 투수 뽑기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다. 버크부터 프랜시스까지 10번의 드래프트에서 뽑았던 단 한명의 1라운드 타자는 다름 아닌 토드 헬튼이었다.


▷ 15년을 기다린 에이스 - 제프 프랜시스


다행히도 그 시절에 마지막으로 뽑았던 프랜시스가 그토록 기다리던 팀의 에이스로 성장했다. 2004년 더블 A에서 17경기에 등판해 113이닝에서 147탈삼진(22볼넷)을 잡는 위력적인 투구로 13승 1패 1.97의 방어율의 매우 뛰어난 성적을 남긴 프랜시스는 당장 팀 내 최고 유망주로 급부상했고, 그 해 더블 A 텍사스 리그의 올해의 투수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그 기세를 몰아 메이저리그에 첫 발을 내딛은 프랜시스는, 출발부터 화려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더니, 마침내 올해 200이닝을 돌파하는 등 17승으로 리그 다승 부문 4위에 올랐다.

 

경기

이닝

볼넷

탈삼진

방어율

2004

7

3

2

36.2

13

32

5.15

2005

33

14

12

183.2

70

128

5.68

2006

32

13

11

199.0

69

117

4.16

2007

34

17

9

215.1

63

165

4.22

17승은 팀 프랜차이즈 타이 기록이며, 4.22의 방어율은 팀 역사상 8위에 해당하는 준수한 성적이다. 지금까지 콜로라도에서 두 번 밖에 나오지 않았던 3점대 방어율도 7월 한 달간 6.16으로 무너지지만 않았더라면 충분히 노려볼 수 있었다.


90마일 초반대의 fastball을 자신이 원하는 곳에 찔러 넣을 수 있는 프랜시스는 상대 타자 입장에서 매우 까다롭게 느껴지는 지저분한 커브를 장착하고 있다. 그 외에도 뛰어난 컨트롤을 갖춘 좌완이라는 이점을 갖고 있으며 빠르고 간결한 투구 폼도 강점 중 하나다.
 

아직도 26살의 프랜시스에게는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17승으로 만족하기에는 그가 가진 재능이 아깝다. 커브 외의 또 하나의 위력적인 결정구 계발에 성공한다면 앞으로 사이영상을 노릴만한 에이스로의 성장도 가능할 것이다.


콜로라도 로키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중책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젊은 에이스 제프 프랜시스, 그가 이번 월드시리즈를 통해 멋진 투구를 선보이며 전국구 스타로 등극할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