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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WS에 앞서 살펴보는 콜로라도의 과제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10. 23.

[카이져의 야구스페셜]

결국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보스턴 레드삭스를 넘어서지 못했다. 2~4차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3승 1패로 앞서나갈 때만 하더라도, 사상 최초로 포스트 시즌에서 양키스와 레드삭스를 연파하는 대기록을 남기며 월드시리즈로 안착할 것 같았지만 마지막 1승을 거두는 것이 너무나도 어려웠다.


그것이 이미 2004년에 아수라장을 한 번 헤치고 승리한 적이 있는 보스턴의 저력이었고, 또한 경험의 힘이었다. 단순히 포스트 시즌 경험이 많다고 해서 단기전 승부에 유리한 것은 아니겠지만, 보스턴 같이 독특한 경험을 해본 팀은 지금껏 없었고, 그 팀이 가지고 있는 자부심과 승리에 대한 집착은 정말 무서운 것이었다.

 
지금껏 참으로 많은 경기를 봐왔지만, 이번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5~7차전에서의 보스턴 레드삭스만큼 섬뜩한 집중력을 발휘하는 팀은 보시 못했다. 이번에 보여준 그들의 집중력은 예전의 경험까지 더해져 이제는 관록마저 엿보였을 정도다.


덕분에 참으로 재미있는 월드시리즈 매치 업이 만들어졌다. 체력 소모가 없진 않았겠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분위기로 극복할 수 있을 만큼 최고의 상승세를 타며 3연패 후 3연승으로 진출한 보스턴, 그리고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최근 22경기 21승 - 포스트 시즌 7연승 - 의 콜로라도의 맞대결이다.


냉정하게 양 팀의 전력을 평가하자면 보스턴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수비에 있어서는 로키스 쪽이 더 안정적이지만 투수력과 타선의 전체적인 밸런스 등에서는 보스턴이 위다. 특히 마지막 3경기를 통해 상-하위 타선이 모두 불을 뿜기 시작한 보스턴의 타선을 콜로라도의 투수진이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게다가 올스타전의 결과에 따라 홈필드 어드벤티지도 보스턴에게 있다.


일반적인 예상을 깨고, 콜로라도가 보스턴을 격파하고 창단 후 첫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만 할 과제가 몇 가지 있다. 지금부터 한 번 살펴보자.



▷ 불펜의 과도한 부담

사실상의 포스트 시즌 첫 경기나 마찬가지였던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시작해 내셔널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8경기에서 콜로라도가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불펜의 힘이었다. 8경기에서의 불펜 방어율은 1.95로 선발 방어율 3.29를 크게 앞선다.


문제는 현재 불펜이 가지는 과도한 부담이다. 이 8경기에서 그들의 투수진이 소화한 이닝은 총 78이닝, 이 중 선발 투수들이 41이닝을 책임졌고 나머지 구원투수들이 무려 37이닝을 책임졌다. 그것도 유일하게 2경기 모두 6이닝을 소화한 에이스 제프 프랜시스가 등판한 경기를 제외하면 28.1이닝-31.2이닝으로 오히려 불펜이 더 많은 이닝을 소화했음을 알 수 있다. 2번의 연장전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는 정상적인 투수 운용이라 할 수 없다. 


선발 투수는 5이닝을 버티는 것도 부담스러워 하고, 나머지 4이닝 가량을 불펜이 책임지는 지금과 같은 투수 기용이 계속 이어진다면 언젠가는 불펜이 지치게 된다. 지금까지는 3연승-4연승으로 내달리며 그 사이에 충분한 휴식기간을 가져 피로를 느낄 새도 없었지만, 보스턴과의 경기에서도 4연승을 달릴 수 있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또한 마무리 매니 코파스와 셋업맨 브라이언 푸엔테스는 그 8경기에 모두 등판해 각각 9.2이닝(1실점)과 7이닝(4실점)을 던졌다. 나머지 불펜 투수들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고 있는 것일 뿐, 감독이 진정으로 믿을 수 있는 구원투수는 그 둘뿐이었기 때문이다.


7차전까지 간다면 이미 단기전이라 부르기 어렵다. 비록 수비수의 에러가 큰 역할을 했다고는 하지만 클리블랜드의 ‘믿을맨’ 라파엘 베탄코트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클린트 허들 감독은 속으로 뜨끔했을 것이 틀림없다. 코파스나 푸엔테스가 베탄코트처럼 되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보스턴은 10번의 포스트 시즌 경기에서 선발 투수들이 60.2이닝을, 구원 투수들이 나머지 29.1이닝을 소화했다.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7차전까지 간 접전 치고는 너무나도 이상적인 비율이며, 이는 불펜 투수들을 쉬게 만들어 주는 확실한 에이스 자쉬 베켓의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 프랜시스에게 베켓과 같은 역할을 하라고 할 수는 없다. 그를 제외한 나머지 선발 투수들이 좀 더 분발해서 불펜의 힘을 덜어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 에이스 대결에서 패하면 대안은?

여기까지 보스턴을 짊어지고 온 선수가 자쉬 베켓이라면, 콜로라도에도 매번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분위기를 주도했던 제프 프랜시스가 있다.


1차전과 5차전에서 맞붙게 되는 이 둘은 정규 시즌에 한 차례 맞대결을 펼친 바 있고, 이 대결에서 프랜시스(5이닝 무실점 6탈삼진)는 개막 후 9연승을 달리던 베켓(5이닝 10피안타 6실점)에게 시즌 첫 패배를 안겨주었다.

 
하지만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의 베켓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만약 프랜시스가 패한다면? 그렇다면 콜로라도에게 해결책이나 대안이 있을까? 보스턴에는 베켓 못지않은 ‘포스트 시즌의 사나이’ 커트 쉴링이 2선발로 버티고 있고, 클리블랜드도 리그 최고의 2선발 파우스토 카모나와 계속된 호투를 보여준 3,4선발 제이크 웨스트브룩과 폴 버드가 있었기에 그마나 보스턴과 접전을 펼칠 수 있었다.


프랜시스의 뒤를 받쳐줄 2선발이 없다는 것, 콜로라도에게 이것은 너무나도 큰 압박이다. 원래라면 애런 쿡(8승 7패 4.12)이 그 역할을 해주어야겠지만, 그는 옆구리 부상으로 인해 8월 중순부터 전력에서 이탈해 있었고, 최근 회복했다고는 하지만 과연 보탬이 될지는 의문이다.


지금까지는 불펜의 과다기용으로 어떻게든 버텨왔지만, 프랭클린 모랄레스와 우발도 히메네즈 등의 신인 투수에게 더 큰 기대를 건다는 것은 무리다. 사실 지금만큼의 활약을 해온 것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한 그들이다. 프랜시스가 베켓을 다시 한 번 격파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러지 못했을 경우, 그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참으로 중요하다.


▷ ‘로키스의 상징’ 토드 헬튼

지금 로키스 타선의 최대 아킬레스건은 다름 아닌 그들의 간판스타, 아니 ‘왕년’의 간판스타 토드 헬튼이다. 팀의 월드시리즈 진출이 확정되는 순간 가장 크게 포효하며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했던 헬튼의 모습은 그 장면을 지켜보던 팬들로 하여금 감동을 느끼게 해주었지만, 지금 그의 타격 성적은 처량하기 짝이 없다.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헬튼은 7경기 모두 선발 1루수 겸 4번 타자로 출장했다. 하지만 타율은 멘도자 라인에도 미치지 못하는 .154(26타수 4안타)에 불과하고, 정규 시즌 출루율 1위(.434)였던 선수답지 않게 볼넷도 3개를 얻는 데 그쳐 .233의 보잘 것 없는 출루율을 기록하고 말았다. 타점은 단 1개. 에이로드도 이보다는 잘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로키스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7경기에서 16점만 허용한 그들의 투수력 때문이었다. 게다가 단 한 경기도 패하지 않고 이겨왔기에 때문에 헬튼의 부진이 두드러진 문제로 부각되지는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보스턴은 다르다. 그들의 투수진은 애리조나나 필라델피아와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찬스 때마다 확실하게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클리블랜드가 마지막 3경기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잔루만 잔뜩 남긴 채 무너질 수도 있다.(클리블랜드는 마지막 3경기에서 22안타를 뽑았지만 5득점에 그쳤다)


로키스가 7경기 동안 뽑은 34득점 중 무려 22점이 마쓰이 가즈오(8타점)와 할리데이(7타점), 토리알바(7타점) 이 세 명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4번 헬튼부터 시작해 5번 앳킨스와 7번 툴로위츠키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시리즈의 ‘Key'는 다름 아닌 이 헬튼이 쥐고 있다고 본다. 헬튼이 ‘왕년’의 간판스타가 아니라 현재에도 로키스의 핵심 전력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지 못한다면 이번 시리즈는 싱겁게 보스턴의 승리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 ‘현명한 답’을 기다리며

샌디에이고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빅리그 특급 에이스 제이크 피비에 대한 공략이, 디비즌 시리즈에서는 필라델피아의 막강 화력에 대한 고민이, 리그 챔피언십에서는 브랜든 웹과 도깨비 같은 그들의 타선이 로키스의 과제로 대두되었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모든 과제에 대한 정답을 내놓으며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연승가도를 이어왔다.


상대가 3연패 후 3연승의 ‘자그마한 기적’을 이루어내며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보스턴이라지만, 콜로라도는 22경기 중 21승, 그 중 포스트 시즌 7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적’을 세우며 한 발 앞서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은 팀이다. 앞서 제시한 과제에 대한 정답을 내놓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기적의 팀’ 콜로라도는 위의 ‘어리석은 질문’에 대한 ‘현명한 답’을 내놓으며 2007년의 월드시리즈 챔피언 트로피 차지할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 김홍석(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