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역대 최고의 길목에 선 A-Rod

by 카이져 김홍석 2007. 12. 7.

1993년 전미 아마추어 드래프트 1라운드 1픽

1994년 18세의 나이로 메이저리그 입성

1995년 6월 12일 자신의 커리어 1호 홈런 기록(vs 탐 고든)

1998년 사상 3번째로 40홈런-40도루 클럽 가입

리그 MVP 3회(03, 05, 07) 수상

Hank Aaron Award 4회(01, 02, 03, 07) 수상

‘스포팅 뉴스’ 선정 올해의 선수 3회(96, 02,07) 선정

유격수 부문 단일 시즌 최다 홈런(57개) 기록 보유

3루수 부문 단일 시즌 최다 홈런(54개) 기록 보유

실버 슬러거 9회 수상, 골드 글러브 2회 수상

역대 최연소 300홈런-400홈런-500홈런 기록 보유

올스타 전 11회 출장

타율왕 1회, 홈런왕 5회, 득점왕 5회, 타점왕 2회 등등

최근 10년 연속 35홈런 100득점 100타점 이상 기록(사상 최초)

10년 간 2억 5200만 & 2억 7500만 달러로 북미 스포츠 사상 최고액 계약을 연거푸 경신한 주인공

통산 2250안타 1501득점(65위) 518홈런(17위) 1503타점(47위) 265도루


그의 경력을 계속해서 늘어놓으려면 끝이 없는 관계로 이 정도에서 마무리 한다. 위는 1975년생인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으로 12년을 뛰는 동안 이루어 낸 것들이다. 그리고 그는 앞으로도 너무나 많은 것을 보여줄 것으로 보이며, 그가 은퇴할 시점에 도달했을 때, 그가 남긴 것이 어느 정도 수준일지는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



▷ 역대 최고의 선수로 가는 길목에 서있는 에이로드

역사상 MVP를 3회 이상 수상한 선수는 모두 9명, 이 중에서 에이로드보다 많은 홈런과 타점, 득점을 기록한 선수는 4명이다. 하지만 배리 본즈를 제외한 마이크 슈미트(548), 미키 맨틀(536), 지미 폭스(534) 등은 내년 시즌 중으로 에이로드에게 홈런 개수에서 따라잡히게 될 가능성이 크다. MVP 회수라는 잣대를 떼어 놓고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이미 지금까지 이루어온 것이나 앞으로 이룩할 것들로 미루어 보아, 에이로드와 견줄 수 있는 선수는 베이브 루스와 배리 본즈 그리고 행크 아론 정도밖에 없어 보인다. 향후 이 명단에 알버트 푸홀스가 추가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까지로 봐서 에이로드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4명의 타자 가운데 한명으로 꼽히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거의 확정적이라는) 말이다. 그것도 ‘~~했더라면’ 시리즈(테드 윌리암스의 ‘전쟁에 참전하지 않았더라면’ 과 루 게릭의 ‘병만 아니었다면’이 대표적이다)의 주인공이 아닌 실력과 성적(기록) 두 가지 모두가 뒷받침 되는 선수로서 말이다.


배리 본즈의 기록행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몰라도 각각 65개와 4개를 남겨두고 있는 3000안타와 2000타점 달성에 성공한다면 내년을 끝으로 은퇴할 것이다. 통산 홈런 기록이 800개를 넘을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으며, 득점 기록(1위 리키 핸더슨 2295, 본즈가 2227개로 3위)은 경신된다 하더라도 그 근처에서 머물 것으로 보인다. 타점 기록(아론 2297개)은 본즈가 넘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야구에 있어서 타율, 출루율, 장타율 등이 중요한 척도로 평가받는 이유는, ‘그러한 비율이 높은 선수가 많은 점수를 올리게 해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 이다. 즉, 점수에 직결되는 것처럼 보이는 스탯이기 때문에 높은 가치를 지닌다는 말이다. 혹자는 각각 4할과 6할에 못미치는 에이로드의 통산 출루율과 장타율 때문에 그의 가치를 낮게 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잣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점수를 수치화 한 홈런-득점-타점에서 매년 최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선수에게 ‘비율’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에이로드가 역대 최고의 선수로 등극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800개의 득-타점과 300여개의 홈런이다. 앞으로 최소한 10년은 선수 생활이 보장되어 있는 그가 목표로 하고 있는 최소한의 마지노선이기도 하다.


지난 10년 동안 에이로드는 1241득점 454홈런 1275타점을 기록했다. 남은 10년 동안 지난 10년의 70% 수준의 성적만 기록한다고 해도 이 3가지 부문에서의 기록 경신이 가능하다. 아무리 에이로드라 하더라도 30대 후반이 되면 배리 본즈나 로져 클레멘스 같은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기량의 쇠퇴는 막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3~4년 동안은 전성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고, 비교적 자기 관리에 철저한 데릭 지터조차도 혀를 내두를 만큼의 성실한 자기 관리와 트레이닝을 반복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나이’가 그의 기록 경신을 막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루스도 아론도 본즈도 가장 알짜배기인 이 3가지 부문의 통산 타이틀을 한꺼번에 거머쥐지 못했다. 루스와 아론은 타이 캅의 득점 기록(현재 2위)을 넘지 못했고, 본즈에게 타점 기록 달성은 요원한 일이었다. 이것이 알렉스 로드리게스라는 선수 한 명의 이름으로 통일되는 역사적인 순간이 앞으로 펼쳐지게 될 것이다. 상상만 해도 흥분이 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에이로드는 유격수로서 344홈런, 3루수로서 170개의 홈런을 기록 중이다. 유격수 부문은 칼 립켄 주니어(345개)에게 하나 모자랄 뿐이며, 3루수 기록인 마이크 슈미트의 509홈런 역시도 340개의 홈런을 추가하면 경신이 가능하다. 쉽지는 않겠지만 얼마전 발간된 2008년판 「빌 제임스 핸드북」에 따르면 에이로드가 800홈런을 돌파할 가능성은 41%, 900홈런을 넘어설 가능성도 17%로 평가하고 있다. 낮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제임스의 이 지표는 현재까지 1970개의 안타를 기록하고 있는 블라드미르 게레로(1976년생)의 3000안타 달성 가능성을 50%로, 에이로드 다음에 위치해 있는 알버트 푸홀스의 800홈런 경신 가능성이 7%로 평가되고 있을 정도로 짠 평가 기준이다.


이미 두 개 포지션의 단일 시즌 홈런 기록을 가지고 있는 에이로드가 각 포지션의 통산 홈런 기록까지도 동시에 경신한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꿈같은 사건이 될 것이다. RPG 게임에서나 볼 수 있는 ‘투 클래스 마스터’가 현세에 강림하는 것과 다름없다.(물론 이것의 성공 가능성은 20% 미만이다)


더군다나 그가 핀스트라이프(뉴욕 양키스의 줄무니 유니폼)를 입고 있는 동안 이러한 일들이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인기팀에서 최고 인기선수로 선수생활을 이어갈 사나이가 역대 최고의 반열에 등극하게 되는 것이다. 이정도면 주인공, 무대, 시나리오 모두가 완벽하다 할 수 있다.


물론 에이로드는 아직까지 해결해야만 하는 숙제가 몇 가지 있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이미지 쇄신’이 필요하다. 그를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너무나 뜨겁지만, 그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한 둘이 아니다. 그나마 텍사스에 있을 때에는 덜 했지만, 뉴욕 양키스의 유니폼을 입게 된 그 순간부터 그는 그 ‘공공의 적’을 대표하는 얼굴이 되어 버렸다. 모든 시선을 우호적인 것으로 만들 필요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러한 약점이 지적되어서는 앞으로의 행보에도 여전히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역대 최고의 선수’ 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선 문제의 빌미가 될 만한 것들은 반드시 제거해야만 한다.


① 포스트 시즌(중요한 순간)에서 약하다.

② 필요 이상으로 많은 돈을 받는다.

③ 스포츠맨십에 문제가 있다.


이 세 가지는 지난 몇 년간 에이로드의 뒤를 따라다녔던 부정적인 시선이다. 사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확실한 해결 방법이 있다. 바로 팀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견인하는 것이다. 7년 전 10년간 2억 52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을 당시, 기간과 금액 모두가 너무나도 과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그것은 지금까지도 어느 정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에이로드는 그 특유의 건강함으로 성실하게 계약을 이행하고 있다. ‘계약’이라는 것이 쌍방 간의 성실한 의무 이행을 뜻하는 것이라고 봤을 때, 그는 FA의 모범 사례 중 하나로 평가 받을만 한다.


2000시즌 에이로드는 혼자서 미친 듯한 타격을 뽐내며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에서 뉴욕 양키스를 침몰 직전까지 몰고 갔었다. 2004년에서 챔피언십 3차전까지 에이로드의 방망이는 무시무시했다. 문제의 ‘손치기’ 사건 이후 포스트 시즌만 되면 작아지는 에이로드의 모습이 참으로 의외이긴 하지만, 일부가 알고 있듯이 에이로드가 ‘항상’ 포스트 시즌에서 약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 오해라는 것은 정말로 무섭다. 에이로드의 포스트 시즌 통산 타율(.279)은 ‘포스트 시즌의 사나이’라 불리는 매니 라미레즈(.269)보다도 높다.


우선 단 한번이면 된다. 정규 시즌에서 보여지는 그 폭발적인 타격을 플옵에서도 그대로 이어가 팀을 우승으로 이끌면 모든 문제는 해결된다. 월드시리즈 MVP라도 차지하게 된다면 지금까지 그를 괴롭혔던 ‘중요할 때 약한 선수’라는 이미지와 ‘페이로드’ 라는 시선은 단숨에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 앞으로 10년 동안 양키스맨으로 남게 된 에이로드에게 그럴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스포츠맨십에 문제가 있다는 세 번째 시각은 그의 ‘실수’와 ‘오해’에서 비롯된 감이 없잖아 있다. 그리고 그것을 부추긴 것은 뉴욕의 무시무시한 언론이다.


올시즌 에이로드에 이어 아메리칸 리그 홈런 2위에 오른 카를로스 페냐에게 에이로드는 잊지 못할 선배다. 텍사스의 유망주로 있던 시절, 빅리그에 입성했지만 그는 머물 거처가 없어 호텔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런 페냐를 자기 집으로 데리고 와서 1년 동안 함께 생활하며 그를 가르치고 먹인(?) 이가 바로 에이로드다. 시애틀 시절 켄 그리피 주니어와 에드가 마르티네즈조차도 ‘이 팀의 리더는 에이로드다’라고 인정할 만큼의 뛰어난 리더십과 클럽 하우스 내의 친화력을 과시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마이클 영, 행크 블레이락, 마크 테세이라 등에게 본이 되어 주며 그들의 성장을 도와주었으며, 지난 시즌 내내 에이로드가 멜키 카브레라를 끌고(?) 다니며 함께 하드 트레이닝을 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올시즌 양키스의 중심 선수로서 리그 2위인 21개를 기록하는 등 통산 히트바이피치에서 127개로 역대 36위에 올라 있다. 공에 맞은 그가 난투극을 벌였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지난 2000년 올스타 선발 출장이 확정된 상황에서 알렉스 코라의 어이없는 슬라이딩 태클(!)로 인해 부상자 명단에 올랐을 때에도 그는 코라를 탓하는 말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고, 나는 나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것이 에이로드의 당시 인터뷰 내용이었다.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답게 사회봉사 활동에도 적극적이며, 동화책을 펴낼 정도로 어린이들을 사랑하고 또한 사랑받는 선수가 에이로드다. 그런 그가 왜 그렇게 ‘스포츠맨십’에 대해서 논란이 되는 것일까? 물론 2004년의 손치기 사건이나 올해 토론토와의 경기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고함 사건이 그 원인이다. 하지만 돈 짐머를 땅바닥에 패대기 친 페드로 마르티네즈와 비교해 봐도 그를 향하고 있는 시선은 필요 이상으로 왜곡되어 있다.(아무리 한국과 다른 문화를 가진 곳이라고 해도 ‘노약자에 대한 배려’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인정되는 가치 중 하나다)


실수는 부인할 수는 없다. 그는 분명 하지 말았어야 할 행동(특히 손치기 사건)을 저질렀다. 그것을 없던 일로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그 단편적인 사건이 에이로드의 인격 전체를 말해주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물론 알렉스 로드리게스 자신의 노력도 필요하다. 더 이상 언론과의 관계(그것이 좋건 나쁘건 간에)를 통해 드러나는 약점은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말로 반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실력과 월드시리즈 우승만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다. 언론을 통한 ‘해명’ 따위는 또 다른 꼬투리를 잡혀 사태를 악화시킬 뿐, 그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조만간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레전드’의 반열에 오르게 될 것이다. 아니 이미 그는 살아 있는 전설이다. 그러한 선수로서 부끄럽지 않기 위해선 월드시리즈 우승과 이미지 쇄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야만 하는 것이다.


역대 최고로 가기 위한 그 길목에 서 있는 에이로드. 그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수많은 팬들을 위해서, 그리고 자신 스스로의 영광을 위해서, 모든 오해를 불식시키며 앞만 보고 전진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