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부동의 국가대표 3루수였던 김동주가 3월에 열릴 제2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승엽과 박찬호가 참가하기 어려울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기둥 역할을 해줄 것이라 기대했던 김동주의 불참 선언은 김인식 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많은 팬들의 마음에도 적잖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998년 이후 한국 야구는 세계무대에서 5번의 쾌거를 이루어냈다. 그 첫 번째는 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의 금메달이며, 두 번째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의 동메달, 세 번째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네 번째는 2006년 제1회 WBC 4강 진출, 마지막 다섯 번째가 바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금메달이다.
10년의 세월 동안 수많은 선수들이 대표팀을 거쳐갔다. 하지만 국가대표 주전 3루수 겸 4번 타자의 몫은 항상 단 한 사람을 위한 자리였다. 김동주는 위의 5개 대회에 전부 참가해서 국민들에게 기쁨을 선물한 유일한 선수다. 매 대회마다의 활약도 대단했다. 지난 10년 동안 국제대회에서의 공헌도를 따진다면 김동주가 단연 최고라는 뜻이다.
한 때 김동주의 앞에는 항상 ‘국가대표 4번 타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아마추어시절부터 국제무대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고, 특히 일본전에서 유독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었던 선수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동주의 불참 선언이 무척이나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김동주의 불참으로 인해 대표팀은 그 동안 든든하게 대표팀 3,4번 자리를 지켜왔던 두 명의 타자 없이 선발 라인업을 꾸려야만 한다. 국내에서만이 아니라 국제경기에서도 맹활약했던 ‘국제용’ 좌-우 거포가 빠진 대표팀의 타선이 베이징 올림픽 때와 같은 위력을 발휘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 수도 있다.
김동주 대신 최정이라는 카드를 내밀 수는 있지만, 아직까지 최정은 타격과 수비에서 김동주에 미치지 못한다. 국제대회 경험은 말할 것도 없다. 이대호가 주로 지명타자로 나서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김인식 감독과 기술위원회는 최종 명단의 재조정을 거쳐 새로운 3루수의 보강도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방콕 아시안게임을 제외한 4개 대회에 출장한 이승엽과 방콕 아시안게임과 제1회 WBC, 그리고 베이징 올림픽 예선에서 활약했던 박찬호는 그 동안의 공로를 인정받았고, 현재 소속 팀 내에서의 사정도 있기 때문에 팬들은 그들의 불참을 이해해주고 있다.
그들과는 반대로 일본진출을 위해 약간의 돌출행동도 서슴지 않았던 김동주를 바라보는 일부 팬들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승엽과 박찬호 이상으로 대표팀에서의 공헌도가 높았던 김동주다. 더군다나 그는 대표팀에 헌신한 대가로 많은 것을 희생해야 했던 뼈아픈 기억도 가지고 있다.
1998년에 프로에 데뷔한 김동주는 원래대로라면 9년째인 2006년을 끝으로 FA 자격을 획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WBC 1차 예선에서 당한 어깨 부상으로 인해 그는 43경기밖에 출장하지 못했고, FA 자격을 획득하는데 실패했다. KBO로서는 ‘원칙’을 적용했을 뿐이지만, 국가를 위해 헌신한 대가였기에 한편으로는 아쉬운 결정이기도 했다.
특히 해외무대 진출을 노리는 김동주에게 있어서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올해 33살이 된 그의 나이(1976년생)다. 만약 2006년 이후 만 30세의 나이로 FA 자격을 획득했더라면, 그러한 제약은 조금 덜했을 것이다.
작년 올림픽에서도 김동주는 본선 경기에서 허벅지에 부상을 입었다. 당시 경기를 지켜본 팬들이라면 약간 절뚝거리면서 잘 뛰지도 못하는 김동주가 투혼을 발휘해서 안타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지켜보았을 것이다. 적어도 그라운드 위에서의 김동주는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쉬움은 남지만 그간 김동주의 공헌도를 생각한다면 이승엽, 박찬호와 마찬가지로 그의 뜻도 존중해 주어야 마땅하다. 사실 2년 연속 일본 진출을 노렸다가 실패한 쓰라린 경험까지 있는 그에게 또 다시 대표라는 부담을 안겨주는 것은 다소 무리일 수도 있다. 게다가 일본진출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던 계기가 바로 제1회 WBC가 아니던가.
일본 진출에 실패한 김동주에게 메이저리그에서 신분 조회 요청이 들어왔다. 아마도 그에게 관심을 내비친 구단은 볼티모어 오리올스일 가능성이 크다.
평소 아시아 야구에 큰 관심이 없던 볼티모어는 7일 2년간 1000만 달러의 조건으로 요미우리 출신의 우완투수 우에하라 고지를 영입했다. 더불어 주니치 출신의 가와카미 켄신도 노리고 있다고 알려졌다. 본격적으로 아시아 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더군다나 지난해까지 팀의 주전 1루수로 활약했던 케빈 밀라가 FA가 되는 바람에 현재 1루수 포지션이 공석인 상태다. 만약 볼티모어가 김동주를 1루수 옵션 가운데 하나로 여기고 있다면 빅리그 진출이 가능할 수도 있다. 계약 기간과 금액에 대한 문제가 남아 있기에 현 단계에서 섣불리 낙관적인 전망을 할 수는 없겠지만,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뜻이다.
‘사람은 꿈을 먹고 산다’라는 말이 있다. 김동주도 ‘꿈’을 위해 돌진하고 있다. 일부 팬들은 해외진출을 위해서 소속 구단을 섭섭하게 만들기도 하는 그의 모습을 아니꼬운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개인의 꿈 역시 팀의 꿈만큼이나 소중한 것이며 또한 존중받아야 한다.
두산과 대표팀 입장에서는 곤란할 수도 있겠지만, 항상 팀을 위해 개인이 희생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게다가 그 개인이 지난 10년 이상 두산과 대표팀을 위해 최선을 다한 김동주라면 충분히 이해해 줄 수 있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두산과 대표팀에서 자신의 역할을 100% 수행한 김동주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 때문에 일부 팬들로부터 비난받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안타깝다.
김동주의 최종 정착역이 메이저리그일지 아니면 두산으로의 복귀가 될 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어느 곳에서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
// 김홍석(http://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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