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WBC 미국 대표팀 타선, 완벽한 짜임새를 자랑하다

by 카이져 김홍석 2009. 1. 17.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도미니카 공화국 대표로 출장하겠다고 선언했다. 마크 테세이라와 라이언 하워드, 자쉬 해밀턴, 조 마우어, 체이스 어틀리 등도 개인 사정과 부상을 이유로 불참의 뜻을 밝혔다. 맷 할러데이의 출장도 불투명하다.


이들 7명은 모두 대표팀의 주전 라인업에 올라가야 마땅한 선수들이다. 이들이 모두 참가해 ‘사이즈모어(중)-어틀리(2루)-에이로드(3루)-하워드(지)-테세이라(1루)-해밀턴(우)-할러데이(좌)-마우어(포)-지터(유)’로 이어지는 타선이 구성되었더라면 도미니카 대표팀과 비교해도 파워 면에서 전혀 손색이 없었을 것이다.

미국 대표팀 주전 중견수 그래디 사이즈모어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고, 미국 대표팀은 중견수와 유격수를 제외한 나머지 7개 포지션에서는 차선의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투수 편에서도 밝혔듯이, 미국 대표팀이 지닌 최고의 장점은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두터운 선수층이 아니던가. 이 차선의 선택으로 뽑힌 선수들은 파워 면에서는 조금 부족해 보일지 모르지만, 짜임새 면에서는 오히려 훨씬 더 나아보이는 수준급 라인업을 만들어 냈다.


도미니카의 테이블 세터진(호세 레예스-헨리 라미레즈)이 워낙에 엄청나서 그렇지 AL 최고의 1번 타자 그래디 사이즈모어와 리그 MVP 더스틴 페드로이아가 버티고 있는 미국 대표팀도 만만치 않다.(물론 ‘이름값’ 하나로 지터가 2번에 배치될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승리를 원한다면 그런 ‘삽질’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미국팀 4번 타자로 예상되는 데이빗 라이트

치퍼 존스-데이빗 라이트-케빈 유킬리스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은 파워와 정교함을 두루 갖추고 있는 만능 타선이다. WBC같은 단기전에서는 파워로만 밀어붙이는 것보다 오히려 더 큰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충분한 조합인 것이다.


홈런 타자 라이언 브론과 최고의 공격형 포수 브라이언 맥캔도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수준급 강타자들이며, 데릭 지터커티스 그랜더슨은 상위타선으로의 연결 고리 역할을 맡기기에는 사치스러워 보일 정도로 뛰어난 리드오프형 타자들이다.


미국 대표팀은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 외에도 세 가지의 장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는 선수들의 높은 출루율이다. 라이언 브론을 제외하면 모두들 3할대 후반의 높은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다. 조급하게 휘두르기 보다는 참을성 있게 상대방의 볼넷을 유도해낼 수 있는 선수들이기에 상대 투수를 괴롭히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수준이다.


둘째는 활발한 기동력을 들 수 있다. 1,2번과 8,9번 배치된 타자들은 스피드와 주루 감각을 동시에 겸비한 정상급 주루플레이어들이다. 라이트와 브론도 시도가 적을 뿐 만만찮은 스피드를 자랑한다. 높은 출루율과 뛰어난 기동력의 조합, 이 이상으로 상대 투수를 괴롭히는 것이 또 있을까.


마지막으로는 안정된 수비력을 들 수 있다. 사이즈모어와 페드로이아, 라이트, 유킬리스는 지난해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선수들이다. 도미니카의 타선과 가장 차별화되는 특징이 바로 이 부분이다. 유격수 자리에 지터가 아니라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수상자인 지미 롤린스(47도루)가 들어가게 된다면, 포수를 제외한 내야라인 전부가 황금장갑으로 이루어지는 물 샐 틈 없는 수비진을 구축하게 된다.(그런 이유에서 지터는 ‘주장’ 역할만 하고 경기에 출장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본다)

데릭 지터와 더불어 대표팀의 쌍두'캡틴'인 치퍼 존스

타선도 투수진과 마찬가지로 1.5군에 가깝다. 하지만 이 1.5군은 어쩌면 1군보다 더욱 단기전에 유리한 라인업일 수도 있다. 롤린스와 브래드 허프, 마크 데로사 등을 제외한 백업 멤버들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B.J. 업튼을 비롯한 몇몇 선수들이 최종 엔트리에 포함될 것으로 보이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도미니카의 막강 타선에 정신이 홀린 미국 현지의 도박사들이 미국보다 도미니카의 우승 확률이 높게 점치고 있지만, 역시나 전체적인 짜임새나 두께에서는 미국이 더 나아 보인다. 1.5군이라지만 제1회 대회의 엔트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강하다.


과연 이번 WBC 본선에서 미국은 지난 대회의 치욕을 확실하게 되갚아줄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투타에 걸쳐 확실한 짜임새를 구축한 미국이 당당한 우승후보 1순위라고 생각된다.


[사진출처 : MLB.com]


// 김홍석(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