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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대표팀에서 박진만의 부재가 뜻하는 것은?

by 카이져 김홍석 2009. 1. 28.

국가대표 주전 유격수 박진만이 오른쪽 어깨 부상 때문에 WBC에 참가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이미 지난해 3월에 열린 올림픽 예선 대륙간 패자부활전에서 문제가 되기 시작한 부상은 지난 시즌 내내 박진만을 괴롭혔다. 베이징 올림픽 본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박진만은 지난 10여 년간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유격수였다. 하지만 그는 올해 34살이 되었으며, 부상으로 인해 제 실력을 100%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박진만이 기록한 .244의 타율은 규정 타석을 채운 39명 가운데 38위에 불과했다. 수비 범위도 예년만 못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건강하지 못한’ 박진만은 더 이상 최고일 수가 없다.


국제무대에서의 한계는 더욱 명확하다. 박진만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7경기에 출장해 15타수 1안타의 극심한 빈타에 허덕였다. 함께 유격수 포지션을 책임진 김민재(11타수 무안타)와 더불어 한국 대표팀의 유격수 타순은 상대 투수에게 ‘쉬어가는 순서’였던 것이다.


제1회 WBC에서도 박진만은 장타 없이 21타수 4안타(.190)로 큰 활약을 하지 못했고,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7개의 삼진을 당했다. 아쉽지만 이러한 결과라면 현재 박진만의 타격은 국제무대에서 통하지 않는다고 봐야할 것이다.


물론, 유격수라는 포지션의 특성상 가장 중요시 되는 것은 타격보다는 수비다. 박진만이 한국을 대표하는 주전 유격수로 활약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수비 능력이 세계 수준이었기 때문. 하지만 그것도 건강할 때의 이야기일 뿐, 고질적인 부상으로 고생하는 박진만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지난 올림픽을 통해 투수와 외야수 포지션에서의 세대교체를 이루어냈다. 이번 WBC에서는 이승엽과 김동주의 불참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내야수의 세대교체를 시도해야만 하는 입장이다. 만약 박진만이 불참하게 된다면 어쩔 수 없이 유격수 포지션까지 개편을 단행해야만 한다.


이미 45명으로 구성된 예비 엔트리는 위원회 측에 제출된 상태다. 박진만의 대타를 찾으려면 예비 명단에 이름이 올라간 선수들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28명의 최종 엔트리에 내야수는 7명(투수 13명, 포수 2명, 외야 6명) 정도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김태균, 이대호, 고영민, 최정, 정근우의 대표 발탁이 확실시 되고 있으며, 예정대로 이승엽과 박진만이 불참하게 된다면 3루수인 이범호, 그리고 유격수인 박기혁과 손시헌 가운데 한 명이 대표팀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다행히도 ‘만능 유틸맨’ 정근우가 버티고 있기 때문에 대표팀은 선수기용에 있어서 다소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정근우를 주전 유격수로 기용하고 박기혁(또는 손시헌)을 백업 유격수로 기용하는 방법도 있고, 박기혁(손시헌)을 주전으로 기용하고 정근우를 2루와 3루 백업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타격에서는 정근우와 박기혁이 월등하며, 수비에 있어서도 컨디션이 나쁜 박진만이라면 큰 차이를 느낄 수가 없다. 사실상 대표팀의 전체적인 기량이나 실력적인 면에서는 박진만의 영향이 그다지 크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박진만이 대표팀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이미 ‘실력’만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박진만이 결장하게 된다면 가장 걱정스러운 점은 ‘정신적인 면’이다. 박진만은 그 동안 대표팀 내야 수비의 핵이었다. 베이징 올림픽 결승에서 마지막 타구를 침착하게 처리하며 금메달이 확정되는 더블 플레이를 침착하게 성공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런 박진만이 빠졌을 때, 내야 수비를 통솔할 리더가 사라진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그리고 이것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여기서 가장 요구되는 것은 바로 ‘풍부한 국제대회 경험’이기 때문이다. 이승엽과 김동주까 빠진 상황에서 박진만까지 빠진다는 것은 수비에서의 전체적인 밸런스가 흐트러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엔트리에 여유만 있다면 벤치에만 앉아 있는 한이 있더라도 박진만은 선발되는 편이 나을 것이다. 하지만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박진만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는 것, 이것은 어쩌면 이번 WBC를 통해 대표팀이 풀어야할 또 하나의 과제일 수도 있다. 언제까지나 박진만에게 기댈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만, 그 독립이 당장 눈앞에 닥쳐온 이번 WBC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면 불안함이 엄습할 수밖에 없다.


사실 이번 제2회 WBC는 지난 제1회 대회 4강의 영광을 재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한국 야구 대표팀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세대교체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고, WBC는 그것을 시험해 보는 무대가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목표는 설정하되, 그것에 매달리기 보다는 새롭게 대표팀의 주역이 된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이 현실적일 지도 모른다. 물론 열심히 하다보면 성적이 따라오지 말란 법도 없을 것이다.


[사진 제공 : 삼성 라이온즈]


// 김홍석(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