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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대인배’ 빌 바바시는 산타클로스?

by 카이져 김홍석 2007. 12. 22.


한국의 메이저리그 팬들 사이에서 ‘대인배’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빌 바바시 시애틀 매리너스 단장이 또 한 건(?)했다.


선발로 활약한 지난 4년 동안 평균 47승 45패 방어율 4.42에 그쳤던 카를로스 실바에게 4년 간 4800만 달러의 거액을 안겨준 것. 구로다 히로키를 영입하기 위해 일본까지 직접 날아가서 설득했지만 실패하자 곧바로 방향을 선회해 실바를 붙잡은 것이다.


이미 국내의 많은 메이저리그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바바시는 산타클로스였다’면서 실바에게 거액을 안겨준 그의 행보를 비꼬고 있다. 실바가 지난 4년 동안 허용한 피안타는 무려 942개, 총 투구이닝이 773.2이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왜 이번 계약이 오버페이라고 불리는 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바바시는 ‘천재단장’이라고까지 불렸던 팻 길릭(현 필라델피아 필리스 단장)의 뒤를 이어 2004년부터 팀의 단장직을 맡아 수행해왔다. 그간에 이루어낸 업적(?)은 그야말로 화려하다.


단장을 맡게 된 첫해 투타에서 모두 무너지면서 99패를 당하자 시애틀은 그 해 오프시즌에서 큰 손으로 활약하기 시작한다. 48홈런 121타점으로 LA에서의 마지막 시즌을 커리어 하이로 장식한 에드리언 벨트레에게 5년간 6400만, 부상이었던 2004년을 제외하면 풀타임 5년 동안 평균 36홈런 112타점을 기록한 리치 섹슨에게 4년간 5000만 달러의 거액을 투자하며 영입했다.


그렇지만 벨트레와 섹슨은 시애틀에 입단한 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04년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벨트레와, 매년 홈런수가 감소하고 있는 섹슨의 영입도 성공적이지 못했다. 거기에 2006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제로드 워시번(4년 3750만)까지도 기대만큼 활약해주지 못했다.


급기야 지난 오프시즌에서 개인 최다승이 11승에 불과한 미겔 바티스타에게 3년간 2500만,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은 제프 위버에게 1년간 835만 달러를 선물(?)하자 팬들은 ‘대인배’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이번 실바의 영입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모두들 ‘바바시가 또 한 건 했구나’하는 분위기.


그러나 바바시가 이루어낸 것들이 모두 실패였던 것만은 아니다. 계약 당시에는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바티스타는 올해 16승으로 개인 최다승을 거두며 2선발 노릇을 톡톡히 했다. 지난해 몬스터급 활약(33홈런 123타점)을 펼친 이바네즈를 2년간 1100만 불에 묶어 두었으며, 이바네즈는 올 시즌도 21홈런 105타점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마찬가지로 오버페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일본 출신 포수 조지마 겐지는 이제는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팀 성적도 2004년 .389의 승률을 기록한 이후 .426-.481-.543으로 매년 나아지고 있다. 올해는 시즌 중반까지 포스트 시즌 진출을 노려봤을 정도. 필요 이상의 투자를 한 느낌은 있지만, 그 선수들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던 것이다.


실바의 영입으로 시애틀은 펠릭스 ‘킹’ 에르난데스로부터 바티스타-실바-워시번으로 이어지는 선발 투수진을 구축하게 되었다. 여기에 백차승을 비롯한 브랜든 머로우, 호라시오 라미레즈 중 한명이 5선발로 더해질 전망. 타선은 여전히 중량감이 떨어지지만 이치로를 필두로한 그들의 도깨비 같은 타선은 어떤 모습으로 폭발할 지 예측할 수 없다.


최근 3년간 매년 5푼 이상의 승률 상승세를 기록했던 시애틀 매리너스. 과연 바바시가 선수들이 아닌 팬들의 산타클로스가 되어 내년에는 포스트 시즌 진출이라는 선물 보따리를 풀 수 있을까? 만인이 인정하는 메이저리그 랭킹 30위의 단장이지만, 예측할 수 없는 그의 행보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 낼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