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압승!! ‘팀 코리아’, WBC 최강임을 증명하다!

by 카이져 김홍석 2009. 3. 22.

이번 대회에서 5승 2패를 기록 중이던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이 6승 1패를 기록 중이던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공-수-주’에서 모두 상대팀을 압도하며 최종 스코어 10-2의 대승을 거둔 것이다.

▶ 한국을 얕보다 자멸한 베네수엘라

상대 선발로 예고된 투수가 메이저리그에서 ‘King’이라 불리는 펠릭스 에르난데스(이번 대회 8.2이닝 무실점)가 아닌 카를로스 실바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어처구니가 없었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피안타율이 3할이 넘는 ‘동네북’으로 우리나라 타선을 막는다는 것은 애당초 말도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참고 : 베네수엘라전 필승전략 - ‘동네북’ 실바를 공략하라!)


정교함과 파워를 겸비한 한국 타자들에게 실바 정도의 투수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용규는 극강의 컨트롤을 자랑하는 실바(9이닝당 볼넷 허용이 메이저리그 투수 중에 가장 적다)에게서 볼넷을 얻어냈고, 그 동안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추신수는 홈런을 쏘아 올리며 타격감을 조율했다.

매글리오 오도네즈를 좌익수로 밀어내고 우익수 자리를 지킨 바비 어브레유는 어처구니없는 캐칭으로 보는 이들의 실소를 자아냈고, 경기 내내 허둥대는 베네수엘라 야수(5실책-WBC 신기록)들과 자기가 못 던져 놓고 화를 내는 실바의 모습에선 ‘자멸’이란 무엇인가를 엿볼 수 있었다.

처음부터 실바를 내세우면서 한국을 얕봤던 베네수엘라의 소호 감독은 1회 5점을 허용한 실바를 2회에도 마운드에 올리는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 결승전을 대비하여 아껴놓은 펠릭스 에르난데스를 곧바로 마운드에 올렸다면 경기 양상은 조금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대 감독은 끝까지 에르난데스를 아꼈고, 결국 그 고집이 충격적인 패배를 불러오는 원인이 되고 말았다.

우리나라 대표팀으로서는 운도 좋았고, 그 운을 놓치지 않고 우리 것으로 만들어낸 실력도 겸비하고 있었기에 경기를 손쉽게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이다.

▶ ‘도미넌트’ 윤석민

도미넌트(dominant)! 지배한다는 뜻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상대 타자들을 완벽하게 제압한 투수를 이렇게 설명한다. 오늘 윤석민(6.1이닝 7피안타 2실점)이 상대한 베네수엘라 타선의 위력을 감안한다면, 그의 피칭을 두고 ‘도미넌트했다’고 표현해도 과함이 없을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2번 멜빈 모라부터 3번 바비 어브레유, 4번 미겔 카브레라(08시즌 AL 홈런왕), 5번 카를로스 기옌, 6번 매글리오 오도네즈, 7번 호세 로페즈, 8번 라몬 에르난데스까지는 모두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선정된 경력이 있는 선수들이다. 당장 올해의 올스타전 라인업까지는 아니더라도, 메이저리그 단일팀 타선보다는 한 수 위의 파괴력을 지닌 팀이었다.

그런 타선이 윤석민-박경완 배터리의 완벽한 호흡에 맥을 추지 못했다. 추신수와 김태균의 홈런도 좋았지만, 역시 이날 경기의 수훈은 상대 강타선을 잘 막아낸 윤석민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오늘 경기의 승부처는 3회말 베네수엘라가 1점을 따라붙은 후 1사 1,2루와 이어진 2사 2,3루의 위기에서 추가실점을 하지 않고 막아냈던 것이라고 본다. 여기에서 점수를 허용하면서 윤석민이 무너졌다면 경기 분위기가 확 달라질 수도 있었던 상황. 하지만 상대 3,4번인 어브레유와 카브레라를 땅볼과 플라이로 잡아내면서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았다.

수비할 때는 투수나 야수가 모두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여줬던 베네수엘라지만, 경기 막판까지 타선만큼은 끈질긴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을 감안하면 윤석민이 6회까지 1실점으로 끌고 왔던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를 느끼게 해준다.

▶ 미국도 두렵지 않다

베네수엘라는 이번 대회에서 미국과 3경기를 치러 2승 1패를 기록했다. 예선 C조 승자전에서는 15-6의 큰 점수차로 패했지만 다시 만난 순위결정전에서는 5-3으로 되갚아줬고, 본선 2조 순위결정전에서도 10-6으로 제압했다.


물론 야구는 가위바위보가 아니지만, 우리가 결승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미국에 대해 심리적으로는 껄끄럽게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베네수엘라의 타선은 미국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었다. 그런 타선을 2점으로 눌렀다는 것은 우리 투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지난 제1회 대회에서도 우리가 미국을 잡은 적이 있지 않았던가.

미국을 상대할 때면 오늘처럼 쉽게 점수를 얻지는 못하겠지만, 미국에게 점수를 간단히 허용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오늘 경기를 통해서 얻을 수 있었다. 걱정스러운 점은 ‘편파판정’이 예상되는 홈 어드벤티지 뿐이다.

일본이 미국을 꺾고 결승에 올라온다고 해도 상관없다. 이제 더 이상 우리나라 선수들이나 국민들은 일본 야구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2승 2패로 균형을 이룬 상황에서 지난번 패배의 설욕의 기회로 여길 뿐이다.(하지만 지난 대회의 아픔도 있고, 다 된 밥에 코 빠뜨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미국이 이겼으면 싶다.)

▶ WBC는 ‘팀 코리아’를 위한 무대다

우리나라는 제1회 대회에서 6승 1패로 3위, 작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9전 전승으로 금메달, 그리고 이번 WBC에서도 6승 2패의 좋은 성적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두 번의 WBC에서 12승 3패의 절대적인 승률을 기록 중이다.(승률 2위는 8승 4패의 푸에르토리코, 3위는 9승 5패의 베네수엘라)

김태균은 2점 홈런을 쏘아 올리면서 이번 대회에서 3홈런 11타점을 기록, 홈런은 이범호 등 5명의 선수와 공동 선두로 올라섰고 타점 부문은 쿠바의 프레드리히 세페다(3홈런 10타점)를 제치고 단독 선두로 치고 올라섰다. 윤석민은 4경기에 등판해 16이닝(1위) 동안 2실점하며 1.13의 방어율로 2승 2홀드를 기록 중이다.

4강에 오른 국가의 대표 선수들 가운데 김태균 보다 빛나는 타자는 단 한 명도 없다. 윤석민보다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인 투수도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은 지난 대회에서 홈런 단독 1위, 타점 공동 1위를 차지한 이승엽(5홈런 10타점)과 방어율 ‘0.00’을 기록한 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1승 3세이브를 챙긴 박찬호에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만약 한국이 우승을 차지한다면, 일본전의 영웅 봉중근과 더불어 세 명 모두 유력한 대회 MVP 후보다.

대회 최고의 타자와 투수를 보유하고 결승에 오른 대한민국, WBC는 ‘팀 코리아’를 위한 대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남은 것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것 뿐

베이징 올림픽과 WBC의 연이은 우승. 그야말로 아마와 프로를 아우르는 최고의 두 대회를 동시에 석권하는 것이다. 지난 대회 4강 탈락의 아쉬움은 이미 풀었다. 미국이든 일본이든,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지난 경기들을 통해 충분히 보여주었다.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 자신의 꿈을 위해 대표직을 고사했던 박찬호와 이승엽은 좋은 활약을 펼치며 5선발과 주전확보에 한걸음 다가갔고, 두 명의 기둥을 잃은 대표팀은 세대 교체에 멋지게 성공하며 결승까지 내달렸다.

한국의 WBC 우승과 박찬호의 5선발 확정, 그리고 이승엽이 개막 1루수 겸 5번 타자로 낙점받게 된다면 우리나라의 야구팬들이 원하던 3가지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 첫 번째로 대표팀이 WBC 우승 트로피를 가져온다면, 왠지 나머지 두 가지도 모두 이루어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이틀 후 이 시간에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환하게 웃는 우리 선수들의 모습과, 그 장면을 지켜보며 함께 기뻐하며 환호하는 국민들의 밝은 표정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