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을 통하여 가장 큰 재미를 본 구단을 꼽으라면 단연 한화 이글스다. 김인식 감독을 필두로 김태균, 이범호, 류현진 등 ‘국가대표 3인방’의 존재가 세계무대에서 실력으로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국가대표 수장과 중심 타선의 핵심 멤버, 그리고 대표팀 에이스가 한 구단에서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대전야구의 부흥을 꿈꿀 수 있게 하는 좋은 징조임에 틀림없다. 또한 한화 구단은 WBC 대표팀 감독직 수락 여부를 놓고 구단의 목소리보다는 김인식 감독 개인의 의견을 존중하여 다른 구단과는 사못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쯤 되면 한화에 ‘호국 구단’이라는 애칭을 지어 줄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 작년에는 시즌 막판에 주축 선수들이 잠시 ‘주춤’한 틈을 타 삼성과 롯데에게 4강 포스트시즌 티켓을 내어 준 ‘쓰디 쓴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인식 감독 역시 “할 말이 없어. 갑자기 못하는데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어”라며 긴 한숨을 내뱉기도 했다.
그러나 한화는 WBC가 열렸던 바로 그 해에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기분 좋은 기억’을 안고 있다. 2006 WBC 직후에 열린 페넌트레이스에서 한화는 정규시즌 2위를 차지했던 현대 유니콘스(히어로즈 전신)를 따돌리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세는 2007년 페넌트레이스 3위로 이어졌다.
2006년 당시 한화가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달리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1회 WBC를 통하여 얻은 자신감이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당시에도 김인식 감독을 필두로 주전 3루수 이범호, 백업 1루수 김태균 등이 세계무대를 경험한 자산을 바탕으로 국내무대에서 맹활약한 바 있다.
올해에는 이 둘에 한 명이 더 추가됐다. 바로 좌완 류현진이다. 이미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을 통하여 자신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류현진이 또 다시 ‘괴물투수’다운 모습을 보인다면 한화는 2006~7년에 그러했던 것처럼 다시 한 번 4강 무대를 꿈꿀 수 있다. 그 무엇보다도 국제무대를 경험한 ‘호국 3인방’에 거는 기대가 크다.
또 하나의 변수는 바로 김인식 감독의 존재다. 김인식 감독의 지도 철학은 ‘없는 선수에 미련을 갖지 않고 기존 전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낸다’는 데에 있다. 실제로 이번 WBC에서 박찬호, 김병현, 이승엽, 박진만 없이도 충분히 기존 전력으로 준우승을 이끌어 낸 지도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이는 1회 WBC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박재홍, 박한이가 대표팀 합류를 고사하고, 김동주가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이탈하자 김인식 감독은 별다른 표정 없이 전부터 국가대표 합류를 원했던 이진영, 박용택, 이범호를 선택했고, 이는 곧바로 4강이라는 성과로 나타났다.
▶ 마운드 - ‘류현진 중심주의’ 벗어나야
허리와 마무리가 좋은 데 반해 선발마운드가 생각 외로 부실하다. 류현진을 제외하면 확실히 믿음을 줄 만한 ‘제 2선발급’ 투수가 없다. 따라서 한화 선발 마운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신-구 조화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류현진-유원상의 ‘영건 콤비’들과 송진우-정민철의 ‘노장 콤비’가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는 이야기로도 귀결될 수 있다. 다만, 부상으로 작년 한 해 동안 공백기를 거친 문동환이 올해 빠른 시일 내에 복귀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변수다.
<한화 투수진>
선발 붙박이 : 류현진, 송진우, 정민철, 유원상
불펜 : 마정길, 안영명, 구대성, 윤규진, 윤경영, 양훈, 김혁민, 최영필
클로저 : 토마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작년에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유원상이 생애 처음으로 100이닝을 돌파했다는 사실이다. 만약에 유원상이 100% 가동될 수 있다면 체력적인 문제로 풀타임 선발이 사실상 어려운 송진우/정민철의 어깨를 가벼이 할 수도 있다. 또 하나 기대를 걸 수 있는 것은 신인 선수들이다. 한화는 2009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다섯 명의 투수를 뽑았으며, 이 중 네 명이 대학야구 출신이다. 그만큼 고교/대학무대를 모두 경험한 선수들을 중용하겠다는 이야기다. 특히, 빠른 볼 구속이 최대 147km까지 나오는 우완 정통파 구본범에 큰 기대를 걸 만하다.
불펜에서는 늘 ‘마당쇠’역할을 했던 투수들이 매년 한 명씩 나왔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7 시즌에는 안영명, 2008 시즌에는 마정길이 그 주인공이었다. 올해는 윤규진에게 그러한 역할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 타선 - 김태균 피해가도 만만찮은 타자 없어
한화는 2009 시즌을 앞두고 톱타자 추승우가 부상으로 빠지는 불운을 경험했다. 그러나 ‘재활공장장’ 김인식 감독은 주저 없이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왕년의 톱타자’ 강동우를 선택했다. 비록 시범경기에서 그다지 썩 만족할 만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니나, 많은 재활 선수들이 김인식 감독의 손을 거쳐 부활했던 사례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충분히 승부를 걸 만하다. 여기에 시범경기를 통하여 점차 왕년의 기량을 회복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이영우의 존재도 타선에 큰 힘이 된다.
또한 시범경기를 통하여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송광민의 유격수 합류는 마땅히 반겨야 할 일이다. 젊은 송광민이 베테랑 김민재와 키스톤 콤비를 이룬다면 의외의 성과가 나올 수 있다.
<한화 이글스 예상 라인업>
1. 강동우(중견수)
2. 이영우(지명타자)
3. 김태완(우익수)
4. 김태균(1루수)
5. 이범호(3루수)
6. 디아즈(좌익수)
7. 송광민(유격수)
8. 김민재(2루수)
9. 신경현(포수)
작년 시즌 홈런순위 3위를 차지한 김태완을 포함하여 ‘압도적 4번’ 김태균의 존재는 한화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깊이를 더한다. 여기에 디아즈가 시범경기의 부진을 떨쳐버릴 경우 이번에도 ‘타격군단 한화’의 모습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본다.
▶ 아킬레스건 - 평균연령 단연 최고
선수 이름 하나 하나를 보면 분명 왕년에 한 가닥 했던 선수들이거나 현재진행형인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들 선수들의 평균 연령을 살펴보면 단연 8개 구단 중 최고령이다. 김민재(36), 이영우(36)를 중심으로 한 타선은 그나마 양반이다. 올해 마흔이 되는 구대성을 포함하여 국내 프로야구 최고령 투수 송진우(43), 40대를 바라보고 있는 정민철(37) 등은 이미 작년부터 서서히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들의 존재는 분명 한화에 ‘양날의 검’으로 다가온다. 노련함으로 승부할 경우 상대 선수들이 쉽게 승부하지 못하지만, 한 순간 무너질 경우 팀의 패배 숫자 하나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또한 한화가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할 경우 이들 베테랑들의 경험이 큰 자산이 될 수 있으나, 실패할 경우 대부분 내년 시즌에 은퇴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주축 선수들이 빠져 나간다는 점에서 한화 구단에 적지 않은 타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 유진(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