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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꽃 보다 야구

[2009-Preview] '이번만은 제발!' KIA 타이거즈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4. 2.

‘가만히만 놔두어도 4강은 기본’이라고 전문가들이 입모아 이야기하는 구단이 있다. 바로 KIA 타이거스다. 이름값만 놓고 보면 4강을 뛰어 넘어 언제든지 우승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타선에서 폭발하면 마운드가 무너졌고, 마운드가 잘 버티면 타선이 침묵했다. 터져주어야 할 선수가 ‘뻥’ 터지지 못했고, 이름값을 해 주어야 할 선수는 늘 2군에 머물렀다. 그리고 한 시즌이 끝나면 늘 ‘내년시즌에는 더 나은 모습으로 팬들을 맞이할 수 있다’는 말로 대신한다.

작년시즌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때 4강까지 위협하며 오랜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눈앞에 두는 듯 했으나, 그들은 다시 한 번 결정적인 순간에 무너졌다. 메이저리거 넷을 보유하고도 힘 한 번 못 쓴 결과였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는 목소리가 한층 힘을 얻고 있다. 메이저리거 출신 최희섭이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서재응 또한 작년 한 해 동안의 어려움을 경험으로 극복한 모습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베테랑 이종범마저 시범경기를 통하여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어 KIA 구단이 다른 때와는 다른, 큰 기대를 걸고 있다. 

▶ 우리는 ‘빅리그 구단’

사실 KIA는 빅리거를 넷이나 보유한, 명실상부한 ‘빅리그 구단(?)’이다. 서재응, 최희섭을 포함하여 외국인 선수 구톰슨, 로페즈 등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권윤민이 작년 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지 않았다면, 총 다섯 명의 미국야구 출신 선수들을 보유할 수 있었다. 특히, 4인 선발 로테이션으로 마운드를 구성했을 경우(윤석민, 서재응, 구톰슨, 로페즈) 왠만한 빅리그 구단 선발 로테이션과 맞먹을 수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이 ‘가만 놔두어도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하다’는 평을 내리는 것도 바로 위와 같은 이유에서이기도 하다. 또한 빅리거 출신들을 제외하더라도 이용규, 장성호, 이범석, 한기주 등 국가대표를 경험했던 선수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기에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다. 다만, KIA가 2006년 4위 이후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은 선수 각개 능력이 집중되지 못한 원인이 크다. 선수 각개의 능력이 뛰어나도 이를 하나로 모으지 못하면 월드시리즈 우승과 멀어질 수 있음을 이미 뉴욕 키스의 예에서 살펴볼 수 있다.

▶ 마운드 - 윤석민, 한기주가 있어 ‘든든’

역시 KIA 마운드의 큰 장점은 윤석민의 존재다. 작년 방어율 타이틀 홀더 윤석민은 2008 올림픽과 2009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을 통하여 그 기량이 한층 향상됐다. 노련함까지 갖춘 윤석민은 또 젊기까지 하다. 지금의 모습이 전성기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더 많은 경험이 쌓일 경우 당분간 KIA 마운드에서 ‘윤석민 시대’는 계속될 수 있다.

그러나 마운드에 윤석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리그 유턴 이후 2년째를 맞는 서재응은 ‘제 2의 봉중근 사례’를 노리고 있다. 그마저 예전 ‘컨트롤 아티스트’로서의 모습을 보인다면, 선발마운드가 더욱 탄탄해진다. 또한 구톰슨과 로페즈 모두가 두자릿수 승수를 보증할 수 있다면 ‘4강은 기본’이라는 희망사항이 결코 꿈은 아닐 것이다.

<KIA 투수진>
선발 붙박이 : 윤석민, 서재응, 구톰슨, 로페즈, 이범석
불펜 : 유동훈, 곽정철, 임준혁, 정성철, 강철민
클로저 : 한기주

재미있는 것은 선발 붙박이로 내정된 다섯 명의 선수 중 작년에 확실한 믿음을 주었던 선수가 둘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외국인 선수 둘은 모두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으며, 서재응은 한동안 슬럼프에 빠져야 했다. 다행히 이범석이 괜찮은 모습으로 KIA 마운드의 ‘신데렐라’로 등극한 것이 반가울 뿐이다.

다만 불펜을 이끌어야 할 ‘허리’가 다소 부실한 점이 못내 아쉬운 점이다. ‘특급 프로스펙트 출신’ 정성철이 불펜의 핵심 역할을 해 준다면 마운드 운용에 큰 숨통이 트여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무리 투수 한기주의 존재는 여전히 든든하다.

▶ 타선 - 100% 정상가동만 되면 ‘최강’

40도루가 가능한 이용규, 20도루가 가능한 김원섭이 나란히 테이블 세터로 활약한다면 KIA또한 발야구로 승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들만 살아나간다면 장성호, 최희섭, 이재주, 김선빈으로 연결되는 중심타선이 대량 득점에 성공할 수 있다. 그만큼 100% 정상 가동만 되면 8개 구단 중 단연 최강이라 불릴 만하다.

<KIA 타이거즈 예상 라인업>
1. 이용규(중견수)
2. 김원섭(우익수)
3. 장성호(좌익수)
4. 최희섭(1루수)
5. 이재주(지명타자)
6. 김선빈(유격수)
7. 이현곤(3루수)
8. 김상훈(포수)
9. 김종국(2루수)

여기에 전천후 외야수 나지완, 베테랑 이종범과 홍세완, 또 다른 프로스펙트 안치홍까지 버티고 있어 선발 라인업 아홉명 중 하나가 빠져나가도 이들이 매워줄 수 있어 더욱 고무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심타선에서 최희섭이 ‘각성’해야 이들 타선이 톱니바퀴 돌아가듯 100% 가동될 수 있다. 국내무대에서 40홈런 이상 가능한 덩치 큰 거포가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다.

▶ 아킬레스건 - 설마 ‘또?’

KIA는 매년 ‘4강 도전’을 모토로 시즌을 준비해 왔다. 매년 그래왔던 것처럼 KIA의 전력은 8개 구단 중에서 결코 처지는 것이 아니었으며, 따라서 4강은 항상 ‘기본’인 것처럼 평가됐다. 그러나 2000년 이후 KIA가 4강권에 진입한 것은 총 5차례였으며(해태 시절 포함), 이 기간 동안 최하위도 두 번이나 경험했다. 예전 ‘해태 타이거즈’의 위용이 아직까지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것만큼은 틀림없다.

따라서 올해 역시 ‘4강 안정권’이라는 평가를 받고는 있지만, 이번에도 ‘또 다시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실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서재응이 봉중근처럼 2년차에 부활하지 못할 수도 있고, 외국인 투수 둘은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시즌 중 보따리를 쌀 수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희섭마저 또 다시 전력에서 이탈한다면, KIA는 작년 LG가 그러했듯이 뜻하지 않은 시련에 일찌감치 부딪힐 수 있다.

// 유진(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