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기록싸움이다. 0.2999의 타율을 기록하는 선수도 기록에 의거하여 3할 타율(0.300)을 기록할 수도 있고, 실책 숫자 하나가 안타 하나, 평균자책 1점을 감하거나 추가시킬 수 있다. 이는 선수 고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양준혁과 같이 자신의 기록에 큰 관심을 보이는 선수는 KBO 공식 기록원과 자세한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고 한다.
B4 크기 기록지에 한 경기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기록한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특히, 15~16회 연장전에 돌입할 경우 기록지가 부족할 정도다. 또한 좁디좁은 기록지에 볼카운트까지 일일이 기록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투수와 타자가 20구 까지 가는 접전을 벌일 경우, 공식 기록원들은 ‘이를 어떻게 다 기록해야 하나’하는 걱정까지 안아야 한다.
그나마 이러한 작업은 기록지를 한 장씩 더 받음으로써 갈무리 할 수 있다. 하지만 야구팬들은 ‘돌발상황’에 대한 기록은 어떻게 할지에 대한 물음을 가져볼 만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이번 시범경기를 통하여 선보였던 승부치기의 경우다. 승부치기를 벌일 경우, 투수의 책임이 아님에도 불구, 주자가 1, 2루에 진출했는데 이는 어떻게 기록할 것이며, 이들 주자가 득점에 성공할 경우 이를 투수 자책점으로 인정해야 하는지의 문제가 고개를 든다.
승부치기, 어떻게 기록할까?
그러나 승부치기에 대한 기록이 한국야구사에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미 아마야구에서는 승부치기를 도입한 지 오래되었으며, 이로 인하여 기록지에 승부치기 기록 규칙을 정립했다. 그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1. 루상에 위치한 두 주자에 대해서는 TB로 표기한다. TB는 Tie Breaker의 약자다. 즉, 반드시 승부를 내기 위한 주자 출루임을 명시한다.
2. 승부치기의 목적으로 루상에 진루한 주자가 득점할 경우 투수의 평균자책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다만, 해당 주자에 대해서는 공식득점을 인정한다.
3. 승부치기의 목적으로 루상에 진루한 주자가 팀의 안타로 득점할 경우 득점타를 기록한 타자에게도 타점을 부여한다. 그리고 새로이 루상에 진루한 타자는 상대팀 투수가 책임져야 할 주자가 된다.
4. 승부치기의 목적으로 루상에 진루한 주자가 득점함으로써 경기가 끝이 날 경우 해당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인 상대 투수에게 패전을 준다.
따라서 대한야구협회 기록실에서 사용하고 있는 이 방법을 KBO에서도 준용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까지 승부치기로 승부가 판가름 난 것은 단 1회에 불과하며, 그것도 시범경기에서였다. 그리고 첫 ‘끝내기 승부치기’를 기록한 선수는 KIA 타이거즈의 이종범이었다(3월 26일 경기).
실제 기록의 예
그렇다면 실제로 승부치기를 기록지에 어떻게 표기하는지 알아보자. 다음의 사례를 들어보겠다.
연장 13회 말, 승부치기에서 로이스터 롯데 감독은 김주찬을 2루에, 이인구를 1루에 투입시켰다. 이어 등장한 3번 타자 조성환이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진루하여 무사 만루의 기회를 맞았다. 이어 등장한 4번 타자 가르시아는 초구를 통타하여 우측 담장 넘기는 끝내기 만루홈런(비거리 135m)을 기록하면서 경기를 마감했다.
▲ 위의 그림에서 보듯, 승부치기로 출루한 주자들은 투수 자책이 인정되지 않지만, 이후 출루한 타자들에 대해서는 투수 자책이 인정된다. 그러나 이것도 주자를 루상에 두고 던지는 투수의 심리 상태를 전혀 배려하지 않은 조치이기도 하여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기록이 재미있는 것은 이와 같이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 언제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규시즌에서는 더 이상 승부치기를 볼 이유가 없지만, 한편으로는 야구가 올림픽에서 다시 자리를 잡아가기 위해서는 승부치기의 형태를 통해서라도 긴 경기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야구계의 이방인(?)’으로 취급되는 뜨거운 감자 승부치기. 어쨌든 기록은 이와 같이 한다.
// 유진(http://mlbspecial.net)
유진의 꽃 보다 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