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프로야구 8개 구단은 두산 베어스를 제외한 전 구단이 2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 ‘즉시전력’감으로 그라운드 일선에서 맹활약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한화 이글스의 빅터 디아즈가 뛰어난 타력에 비해 부실한 수비력으로 김인식 감독의 애를 태우고 있는 가운데, LG 트윈스의 릭 바우어 역시 기대만큼 썩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롯데 자이언츠의 카림 가르시아도 마찬가지다. 작년 타점왕을 차지했던 가르시아는 28일 현재 타율 0.206, 9홈런, 20타점을 기록중이다.
외국인 선수를 모두 투수로 뽑은 삼성 라이온스는 더욱 울상이다. 에르난데스와 크루세타, 두 선수가 생각보다 좋지 않은 성적으로 선동렬 감독의 속을 태우고 있기 때문이다. 에르난데스는 평균자책 3.94를 기록중이지만, 올해 16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고, 크루세타 역시 경기당 평균 5이닝을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9경기 등판, 40이닝 소화. 평균자책 4.50).
이쯤 되자 한화 이글스 김인식 감독을 중심으로 ‘외국인 선수 무용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김 감독은 히어로즈와의 지난 목동경기에서도 “디아즈가 수비가 안돼”라며 아쉬움을 표시하고는 했다. 여기에 마무리 토마스마저 벌써 ‘3패’를 기록하자 이러한 김 감독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가고 있다. 선동렬 감독 역시 비슷한 견해를 표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 무용론’을 언급하는 것은 아직 재고의 여지가 있다. 여전히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국내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투-타에서 여전히 핵심 전력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KIA 타이거즈의 구톰슨과 로페즈, LG 트윈스의 페타지니, SK 와이번스의 카도쿠라, 롯데 자이언츠의 에킨스, 히어로즈의 브룸바와 클락 등은 제 몫을 해 주고 있다. 15명의 외국인 선수들 중 7명이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제 대한민국 프로야구에서 외국인 선수는 필요 없다’는 주장은 절대적인 것이 아닌 상대적인 것이다.
▲ 페타지니(LG)와 브룸바(히어로즈)는 각각 타율 1위와 타점 1위에 랭크되어 있다. 이들은 모두 4번 타자로 맹활약중이다. 사진제공 ⓒ LG 트윈스/서울 히어로즈
그렇다면 김인식 감독을 비롯하여 ‘외국인 선수의 성적이 신통치 않은’ 구단들이 왜 ‘외국인 선수 무용론’을 주장할까.
첫째, 왠만한 외국인 선수로는 국내 프로야구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프로야구 경기 수준 향상과도 연결된다. 그만큼 WBC나 베이징 올림픽 등을 통하여 우리나라 프로야구 경기력은 이미 세계 수준까지 올랐고, 마이너리그 출신이 아니라 왠만한 ‘메이저리그급’ 선수들을 갖다 놓아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카를로스 실바, 올리버 페레즈의 공을 담장 밖으로 넘겼던 지난 2009 WBC를 떠올려 보면 이해는 쉽다.
둘째,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 무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에 따른 문제가 발생하였다고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2004년 삼성에서 모셔 온 ‘트로이 오니어리’다. 오니어리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팀을 이탈하다 다시 복귀하였는데, 그만큼 한국 무대는 그에게 낯설었고, 낯선 환경에서 그가 자기 재주를 100% 발휘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반면 같은 시기에 LG 유니폼을 입었던 알 마틴은 타율 0.291, 104안타(9홈런), 52타점을 기록하며 그럭 저럭 제 몫을 하고 한국무대를 떠난 경험이 있다. 사실 ‘실력’보다는 ‘적응’의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볼 수 있다.
셋째, 비싼 값에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는 것보다 2군 유망주를 키워내는 것이 더 빠르고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앞서서다. 두산 베어스 같은 경우가 그렇다. 두산은 이보다 한술 더 떠 ‘외국인 유망주를 데려와 키워보자’는 생각까지 지니고 있다. 실제로 두산이 데려 온 세데뇨는 ‘즉시 전력감’이 아니었다.
1998년 이후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땅을 밟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숀 헤어(전 KIA 타이거즈)같은 선수는 “홈런 몇 개를 원하느냐? 담장 밖으로 넘기면 홈런이냐?”라는 도발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한국야구를 우습게 알기도 했다. 그게 바로 ‘얼마 전’ 이야기다.
그런데 이제는 ‘외국인 선수 안 써도 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물론 이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상대적’인 것이다. 정말로 우리나라 프로야구가 외국인 선수를 안 써도 될 만큼 메이저리그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면 굳이 외국인 선수를 뽑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결국 어떤 외국인 선수를 뽑고, 또 외국인 선수를 쓰냐 안 쓰냐의 문제는 구단에 달려있는 셈이다.
// 유진(http://mlbspecial.net)
유진의 꽃 보다 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