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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곰의 뻬이스볼리즘

트레이드가 선수를 살린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6. 3.

 기아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올 시즌 완벽하게 부활한 최희섭의 활약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정작 그들이 웃는 이유는 따로있다. 바로 '이적생' 김상현 덕분이다. 굴러들어온 복덩이 김상현의 예상치 못한 활약은 기아를 더없이 기쁘게 하고 있다.

사실 우리 프로야구에서 트레이드는 그리 활성화 되어있지 못하다. 팀 수도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적고 구단들 역시 트레이드에 적극적이지 않다. 자신들에게 손해보는 장사일 수도 있을것이란 걱정도 그들의 소극적인 자세에 한몫 했다고 본다. 하지만 룰 5 드래프트같은 제도가 없는 한국에서는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트레이드의 활성화는 분명 중요한 과제다.

왜 중요한가

매해 아마추어에서 날고긴다는 선수들이 프로에 입문한다. 하지만 아무리 아마에서 잘했다고 한들 모두가 프로에서 빛을 보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중에는 입단과 동시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도 있겠지만 주로 2군에서 시간을 보내는 선수들이 더 많을 것이다.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만족할 만한 수준에 오르지 못한 선수들의 탓일 수도 있지만 당장 눈앞의 성적에만 급급한 우리 야구의 현실도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물론 그렇게 된데에는 우리 프로리그의 부족한 엔트리 제한도 분명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모두가 류현진을 꿈꾸지만 그들은 안치용이 될 수도 있다 ⓒ한화이글스 / LG트윈스



상대적으로 적은 엔트리 제한으로 리그를 진행해 나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사실상 감독들의 선택은 당연한 것이다. 당장 검증이 되지 않은 신인보다야 당장 출전시켜도 어느정도는 해줄 수 있는 적당한 선수를 기용하는 것이 감독들에게는 속편할 것이기 때문이니 말이다. 어린 선수들이 1군 무대를 밟는 것은 아주 잠깐일 뿐이다. 어리지 않다해도 1군 경험이 부족하단 이유로 1군 무대를 밟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다. 과연 누가 그들을 1군 경험이 없는 선수로 만들었을까?

트레이드가 꼭 손해는 아니다

대부분의 팀들이 트레이드를 꺼리는 이유중 하나로 타팀으로 가서 잘하게 될까봐 하는 불안감이 있을 것이다. 당장 배가 아픈것도 아픈것 이지만 그로인한 팬들의 비난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것을 두려워해 선수를 팀에 썩혀두는 것은 더욱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히어로즈의 전신인 현대를 이끌었던 김용휘 사장은 이런 말은 한 적이 있다. '삼성에 박진만이 있는데 그 팀 2군 유격수들에게 기회가 있겠는가' 맞는 말이다. 더군다나 엔트리도 넉넉치 않은 상황에서 유망주들이 1군 틈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손해를 보게 될까봐, 비난을 받게 될까봐 하는 이유로 트레이드를 꺼리고 있긴 하지만 트레이드가 꼭 한팀에게만 이득이 되란 법은 없다. 트레이드란 것이 애초에 양팀의 부족한 부분을 체우기 위함이기 때문이니 말이다. 실제로 트레이드를 실행한 양팀에게 모두 이득이 된 케이스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윈윈(win-win) 트레이드, 이대수-나주환

2007년 행해진 두산과 SK의 트레이드는 대표적인 윈윈 트레이드라 할 수 있겠다. 손시헌의 군입대로 유격수자리에 공백이 생긴 두산은 수비가 뛰어난 이대수를 데려오게 된다. 반대로 SK는 나주환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해 그를 팀으로 맞이하게 된다.

첫 해에는 일단 두산의 승리인 듯 보였다. 수비만큼은 원체 뛰어난 선수였던 이대수는 두산으로 옮긴 뒤 타격에서도 발전한 모습을 보이며 두산의 KS진출의 주역으로 발돋움 하게 된다. 첫해가 두산의 승리였다면 두번째 해는 SK가 웃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시즌 초반에 보여줬던 타격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2할 4푼대로 시즌을 마감하긴 했지만 유격수 자리에서 송구에 다소 문제를 보인 정근우를 2루로 밀어내고 주전 유격수로 발돋움하게 된다. 더구나 올해는 벌써 도루를 9개나 기록하는 등 두산 시절과는 달리 빠른 발을 보유한 유격수로 성장해 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올해와 작년의 활약은 나주환이 앞선다고는 하지만 두산 입장에선 결코 손해가 아니다. 이미 그들의 유격수 자리에는 정상급의 수비를 보유한 손시헌이 돌아와 있기 때문이다.

이적후 만개한 타입

진갑용

양팀에게 모두 득이 된 트레이드가 있는 반면 선수 본인에게 기회로 작용한 트레이드도 있다.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포수라 하면 SK를 2연패로 이끈 박경완과 베이징 올림픽을 우승으로 이끈 진갑용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지금의 진갑용과는 다소 매치가 되지 않겠지만 그는 데뷔 후 입단 당시 받았던 기대에 비해 다소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였었다.

아마시절 포수랭킹 No.1 이었던 그였지만 OB에 입단하고선 그리 빛을 보지 못했다. 그와 맞물려 홍성흔이라는 또 한명의 대형 포수로써의 가능성을 보인 홍성흔이 팀에 입단하면서 그는 삼성으로 트레이드 되게 된다. 그 트레이드만 놓고 본다면 두산의 완전한 실패작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의 이적 후 두산은 홍성흔이라는 스타 포수를 키워내게 된다. 결과적으로 양팀 모두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던 셈이다.

김상현

2군 홈런왕, 2군 본즈로 유명한 선수가 있다. 더불어 1군 무대에서는 영 맥을 못추는 선수로도 유명하다. 바로 김상현이다. 2군에서 보여줬던 폭팔적인 타격은 온데간데 없는 초라한 1군 성적으로 LG의 거포부제를 해결해줄 적임자로 기대해온 팀과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09시즌을 앞두고 FA로 영입된 정성훈은 김상현과 마찬가지로 3루수였다. 그리고 그는 입단과 동시에 팀의 핫코너를 꿰찼고 더이상 LG에 김상현의 자리는 없었다. 그리고 LG는 김상현을 기아로 트레이드 시키게 된다.

김상현을 내준 LG는 물론일 것이고 기아 역시 그가 이정도로 잘해줄 것이라고는 생각치도 못했을 것이다. 불과 한달 사이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LG시절의 물방망이는 한달세에 불방망이로 변해 있었다. LG 입장에선 다소 속이 쓰릴 수도 있을 법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들에겐 정성훈이 있기에 아쉬울 것은 없는 상황이다.

최승환

잘나가는 팀도 구멍은 있는 법이다. 현재 리그 1위를 달리며 순항중인 두산도 구멍은 있다. 바로 주전포수 최승환이 이탈한 포수자리다. 올해 데뷔 후 처음으로 주전 포수로 도약한 최승환이지만 수비에서만큼은 리그 탑클래스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부상 당하기 전까지 도루 저지율은 리그 1위였고 블로킹 역시 수준급이다. 주전포수가 아니었지만 2008년엔 각 구단 코칭스태프와 방송사 해설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8 최고의 포수'를 뽑는 설문에서 블로킹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 비록 올해가 주전으로 나서는 첫번째 시즌이지만 벌써부터 그의 공백이 눈에 띄게 느껴지는 듯한 인상이다.

이미 최승환의 포수로써의 자질은 LG시절부터 인정받아 왔다. 다만 그의 앞에는 조인성이라는 거목이 버티고 있었기에 출전기회를 얻는 것이 쉽지 않은게 사실이었다. 그가 1군 무대에서 많은 경험을 얻지 못한 선수임에도 그의 이적 후 많은 LG 팬들이 아쉬움을 내비친 일은 사실 조금 놀라웠다. 그만큼 팬들 역시 그의 자질을 인정하고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이찌됐건 최승환은 두산으로 트레이드 된 뒤 서서히 입지를 굳혀가며 결국 09시즌에는 주전 포수로 팀의 상위권 도약에 주춧돌 역할을 하게 된다. 물론 위의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LG 입장에선 아쉬울 것이 없다. 그들에겐 조인성이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