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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꽃 보다 야구

김시진 감독 재활의 정석은? ‘후유증 극복’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6. 10.

지난 9일 경기를 앞두고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은 ‘조 라이더’ 조용준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일요일, 롯데와의 2군 경기에 등판한 조용준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최근 네 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조용준은 직구 최고 구속 141km, 슬라이더 최고 구속 135km를 기록했다는 이야기를 아울러 전했다. 직구 최고구속을 감안했을 때 조용준의 슬라이더 구속이 나쁘지 않았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그러나 김시진 감독은 조용준의 재활에 대해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자신의 볼을 제대로 던질 때 ‘재활 성공’ 판정을 내리는 것이며, 여기에 등판 간격까지 제대로 유지될 때 ‘재활 합격’ 판정을 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빠른 볼로 승부하는 투수들이 ‘잃어버린 구속 5km’를 되찾는 것이 매우 힘들다는 말도 덧붙였다. 삼성의 배영수가 그러한 경우다.

▲ '재활의 정석'에 대해 설명하는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

고통 즐길 줄 알아야 재활도 가능

현대 코치 시절에 정민태, 정명원을 재활시킨 경험이 있는 김시진 감독은 ‘재활의 정석’에 대해 ‘마음속에 있는 후유증을 빨리 털어버리는 것’을 첫손으로 꼽았다. 즉, 수술 후 볼을 던졌을 때 팔에 통증이 오면 ‘이것이 일시적인 아픔인지, 아니면 정말로 아픈 것인지’를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감독은 대부분의 선수들이 ‘볼을 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일시적으로 팔에 통증이 온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일시적인 통증’은 ‘치통’과 같다. 아픔을 참고 계속 던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팔이 괜찮아 진다는 것이 김 감독의 설명이다. 정말로 팔이 고장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고통을 즐길 줄 알아야 재활도 성공’한다는 것이 ‘재활의 정석’이라고 말한다.

또한 김 감독은 ‘조금만 통증이 와도 투구를 멈추는’ 젊은 선수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정상적인 투수들도 연투하면 팔에 통증이 오는데, 재활군 투수들은 더 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래서 젊은 선수들은 조금만 아파도 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표시한다. 이에 김 감독은 재활군 투수코치들이 독하게 마음을 먹고 선수들을 재활시켜야 함을 강조한다.

토미 존 수술의 방법도 두 가지가 있다?

많은 선수들의 수술 장면을 지켜 보았던 김시진 감독은 ‘토미 존 수술(인대 접합 수술)’에도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밝혔다. 원래 토미 존 수술은 뉴욕 양키스에서 활약했던 토미 존(Tommy John)이 최초로 받았던 수술이라 해서 큰 화재를 모았는데, 당시 수술 기법은 부상을 당하지 않은 팔의 인대를 이식하여 부상 당한 팔에 붙여 넣는 방식을 취했다. 보통 재활 기간은 2년이 걸리는데, 재활 이후에는 대부분의 투수들이 자신의 최고 구속보다 3~4km 더 나온다고 한다. 싱싱한 인대가 자신이 주로 쓰는 팔에 이식되었기 때문이다.

▲ 선수 시절, 김시진 감독으로부터 성공적인 재활을 받았던 정민태 코치 ⓒ 히어로즈 구단 제공

이를 처음 고안해 낸 프랭크 조브 박사는 최초에 한 쪽 팔 인대를 다른 쪽 팔에 접합시키는 방식을 취했다. 그러나 그의 휘하에서 토미 존 수술기법을 배웠던 제임스 앤드류 박사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고 한다. 그는 ‘쓰던 인대를 다시 써야 재활 기간도 그만큼 빠르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끊어진 인대를 다시 접합하거나 부상 당한 팔 부위에 있는 다른 인대를 이용하여 수술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 바로 앤드류 박사라고 말한다.

그렇게 ‘짧은 재활기간’이 보증되었던 ‘앤드류식 토미 존 수술’에도 불구, 정상적인 재활 프로그램을 거쳤던 정명원, 정민태 코치도 예전처럼 다시 던지는 데에 23개월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김시진 감독에게 ‘재활 합격’은 바로 여기서 완성되었던 셈이다.

“재활군 코치는 항상 재활 선수들과 따라다녀야 한다. 나 역시 현대 코치 시절, 전지 훈련 때 19일 훈련/1일 휴식 프로그램을 지키고 있었는데, 하루 쉬는 날에 정명원, 정민태를 데리고 앤드류 박사에게 다녀와야 했다. 수술 경과를 지켜보기 위함이었는데, 다시 캠프에 돌아왔을 때에는 새벽 한 시였다. 결국 쉬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 선수들과 비행기에서, 차 안에서 지냈다.”

그래서 ‘투수 조련사’라는 별명은 아무에게나 붙여 주는 것이 아닌 듯 싶다.

// 유진(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