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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꽃 보다 야구

김시진 감독이 말하는 '휴식의 정석'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6. 20.

감독은 매 경기를 이기고 싶어 한다. 이것은 당연한 욕심이다. 그래서 전체적인 경기 상황을 감안하여 선수들을 기용해야 승리에 가까워 질 수 있다. 투수 기용에 있어서도 대체로 각 구단들이 ‘질 때 쓰는 투수들’과 ‘이기는 경기에 쓰는 투수들’이 따로 구분되어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후자의 경우를 일컬어 흔하 ‘필승계투조’라고 한다.

그런데 19일 경기를 앞두고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은 ‘필승계투조 기용’이 오히려 감독들의 미련함을 드러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두 점차 경기가 매번 반복될 경우 계속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 감독은 “필승계투조라는 이름으로 이들을 계속 반복해서 쓰는 행위는 멍청한 짓”이라고 잘라 말한다. 이는 선수를 혹사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 쉬게 할 때는 과감하게 휴식 부여해야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선수 생명에 대한 책임도 감독이 져야 한다.”고 말한다. 필승계투조나 중심타선, 경기를 이기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선수들을 1년 내내 ‘주구장장’ 기용하다 보면 몸에 반드시 이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 감독은 쉬게 할 때는 과감하게 휴식을 부여한다. 이는 타자들이라 해서 예외는 아니다.

지난 16일, 5회 수비 중 강정호와 부딪혀 오른쪽 턱 부상으로 병원으로 후송된 이택근은 이후 김 감독으로부터 ‘휴식 명령’을 받았다. 단순 타박상 진단을 받았기 때문에 얼마든지 다음 날 경기에서도 출장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의 생각은 확고했다. ‘허락이 있을 때까지’ 이택근은 더그아웃에서 휴식을 취해야 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하루 쉬게 해 주면 될 것을 그것을 못 쉬게 해 주면 추후 5, 6게임에서 못 뛰게 된다. 어느 것이 더 손해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래서 김 감독은 “성적에 대한 책임을 묻는 한이 있더라도 선수를 혹사시키고 싶지 않다”고 강조한다. 현대 코치 시절, 많은 재활 선수들을 데리고 다녔던 김 감독은 더 이상 부상 선수를 만들어 내고 싶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 휴식의 정석 = ‘투구수 조절, 가벼운 음주’

그렇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선수들을 기용해야 ‘적절한 휴식’과 ‘팀 승리’를 동시에 도모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김 감독은 ‘투구수 조절’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김 감독은 “똑같은 선발 투수라 해도 주중에 등판하는 선수와 주말에 등판하는 선수의 한계 투구수를 달리 한다”고 말한다. 휴식일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주중에 등판하는 선수는 4일 쉬고 5일째 등판하게 되는 반면, 주말에 등판하는 선수는 월요일 휴식일 때문에 5일 쉬고 6일째 등판하게 된다. 김 감독은 이 ‘하루’라는 미묘한 차이가 선수들에게는 ‘작지만 크게’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주중에 등판하는 선수는 투구수 110개를 절대 넘기게 하지 않는 반면, 주말에 등판하는 선수는 최고 120개 까지 던지게 한다.

이를 무시하고 5인 선발 투수가 똑같이 120개 투구수를 기록할 경우, ‘4일 휴식/5일째 등판하는’ 투수들은 7, 8월에 체력적인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에 김 감독은 ‘투구수 10개’의 차이가 시즌 직후에는 크게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휴식의 정석’으로 김 감독은 ‘가벼운 음주’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경기 직후 선수들이 숙소에서 캔 맥주 2, 3개 정도를 가볍게 즐기는 것은 권장할 만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감독도 현역 시절, 김영덕 감독이 병맥주 5개를 꼭 숙소에 비치해 두었다고 한다. 이는 경기에서 쌓인 피로를 풀라는 이야기임과 동시에 ‘밖에서 마시지 말라’는 일종의 메시지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술 냄새 풍기면서 연습에 나타나는 선수들에게는 가중 처벌을 가한다.”고 잘라 말했다. 적발될 경우 벌금 300만원, 2차 적발시에는 벌금 600만원, 3차 적발시에는 벌금 1,200만원을 부과한다. 그러면서도 “선수들에 대한 처벌에는 내가 후한 편에 속하지만, 과음에 대해서는 2군에서도 똑같이 적용하며, 코치 시절에도 감독에게 보고하여 그대로 적용시켰다”고 한다. 이는 1~20만원 벌금으로는 선수들이 꿈쩍도 안 하기 때문. 하지만 올 시즌에는 그런 선수가 아직 나타나지 않아 다행이라는 뒷이야기까지 전했다.

그래서 김 감독은 ‘기본이 잘 되어 있는 선수’를 좋아한다. 선수로서 해야 할 일은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철저하게 기피하는 선수가 기본이 된 선수다. 그러기 위해서 스스로도 ‘기본’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좋은 감독 밑에 나쁜 선수가 없는 법’이다.

// 유진(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