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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꽃 보다 야구

'예비 메이저리거' 남태혁, “한국의 푸홀츠 되고파”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6. 23.

제물포 고등학교 야구부는 인천지역의 명문으로 정평이 나 있다. 라이벌 동산고, 인천고와의 전국대회 지역 예선에서 빼어남을 과시함은 물론, 황금사자기에서 8강에 진출했기 때문. 비록 청룡기 대회에는 1회전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지만, 상대는 공교롭게도 그 대회 우승을 차지한 신일고였다.

그 중에서 일찌감치 각 프로구단 스카우트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던 1루수 남태혁(18)은 1루수 동기들 가운데 가장 빼어난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전국의 1루수 요원들이 남태혁을 부러워 할 만큼 좋은 체격조건과 파괴력 있는 타력을 자랑한다. 특히, 만화에서나 볼 수 있다는 ‘1학년 4번타자’ 역할도 무리 없이 소화했다. 이에 남태혁은 청룡기 대회 직후 LA 다저스와 계약을 맺기도 했다(추정 계약금 : 약 50만 달러).

그렇다면 청룡기 대회 직후, ‘예비 메이저리거’ 남태혁은 미국 진출을 앞두고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었을까. 미국 진출에 대한 솔직한 심정과 그의 자세한 ‘야구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제물포 고등학교 교정을 찾았다.

▲ 타격 연습에 한창인 제물포 고등학교 선수들

▷ 전국대회, 그리고 4번 타자 남태혁

Q : 청룡기 이후 참 오랜만에 만나는 것 같다. 그 동안 어떻게 지냈는가?

남태혁(이하 ‘남’으로 표기) : 청룡기 직후 전국체전 예선을 위한 훈련에 열중했다. 장래가 확정되었다 해서 변한 것은 없다. 똑같이 선수들과 한솥밥을 먹고, 똑같이 훈련한다.

Q : 그런가? (웃음) 청룡기 이야기가 나왔으니, 전국대회 이야기를 좀 해 보자. 제물포고가 황금사자기 8강에서는 북일고를, 청룡기 1회전에서는 신일고를 만났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제물포고를 이긴 두 학교가 나란히 결승에 올랐다.

남 : 그것 참… 작년부터 항상 그랬다. 돌이켜 보면 우리가 결승 진출팀과 만났다. 만약에 우리가 이겼다면 결승에 오를 수 있었는데, 참 아쉬웠다.

Q : 황금사자기 대회는 뒤로 하더라도 청룡기에서는 전혀 ‘남태혁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무안타로 물러났는데, 당시 무엇이 문제였는가?

남 : (부끄러운 듯) 하고자 하는 욕심도 컸지만, 반드시 내가 해야 한다는 부담도 컸다.

Q : 일시적인 부진에 빠졌지만, 1학년 때부터 4번을 친 선수는 전국에서도 드물다. 특히 제물포고 같은 명문 고등학교에서는 더욱 그렇다.

남 : 가내영 감독님께서 많이 믿어주셨다. 그 믿음에 보답을 했을 뿐이다(웃음). 그리고 1학년 때에는 유익표(인하대) 선배가 내 앞에 있었다. 선배가 3번을 맡으면 내가 4번을, 선배가 4번을 맡으면 내가 5번을 맡았다. 상대 투수들이 선배를 많이 피해갔기 때문에 나에게 기회가 많이 왔었다.

Q : 그래서 충훈고등학교 박강산(18)을 비롯한 1루수들이 ‘남태혁’이라는 존재를 많이 부러워한다. 실제로 두 학교가 연습경기도 하지 않았는가?

남 : (쑥쓰러운 듯) 그 날 경기에서 잘 맞은 타구가 많이 나왔다. 그래서 상대팀 1루수가 나를 높게 본 것이라 생각한다.

Q : 전국체전 예선도 그렇지만, 이제 곧 있으면 봉황대기가 다가온다.

남 :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에 우승이라는 것을 해 보고 싶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우승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 가장 잘 했던 성적이 8강이었다. 봉황대기에서만큼은 우승기를 휘날리고 싶다.

Q : 최근 제물포고가 인천 송도구장에서 훈련을 많이 한다고 들었다.

남 : 지난주에는 거의 송도구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다음 주 월요일에 동산고교와 전국체전 예선 첫 경기를 펼치기 때문인 것 같다. ‘구장적응’이라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

Q : 그렇다면 수업은 받는가? 교복 입은 모습도 꽤 멋있을 것 같다(웃음).

남 : (같이 웃으며) 전국체전 예선과 같은 대회를 앞두고 있으면 아무래도 수업에 잘 들어가지 못하게 된다. 최근에도 수업에 들어가지 못했다. 추후 대회가 끝나면 수업에 들어갈 수 있다.

Q : 좋아하는 과목이 있는가?

남 : 영어를 가장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Q : 다소 의외다. 이제껏 만난 고교 선수들은 체육을 가장 좋아한다고 들었다.

남 : (다소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체육은 사실 별로다. 일년 내내 운동하는 만큼, 체육이라는 과목 자체가 큰 의미는 없다.

▲ 제물포고 교정에서 만난 남태혁. 멀리서 봐도 한 눈에 알아 볼 만큼 좋은 체격조건을 자랑한다.


▷ 집안의 막내, 야구에 빠져들다

Q : 미니홈피를 보니 방문자 숫자가 70만 명이 넘더라. 인기스타가 따로 없는 것 아닌가.

남 : (웃음) 어떻게 하다 보니 70만 명이 된 것 같다. 미국 간다고 해서 폭발적인 방문자 숫자를 기록한 것도 아닌데… ‘인기스타’라는 말은 아직 부족한 것 같다.

Q : 그 곳을 살펴 보니, 아주 멋진 문구가 있더라. 소개해 달라.

남 : ‘세상에서 제일 멋진 남자가 운동하는 남자’라는 말이다. 나의 신조이기도 하다. 운동하는 사람들 중 멋있는 사람이 많다. 주문처럼 외우고 다닌다(웃음).

Q : 어쨌든 ‘고교야구를 대표하는 1루수’로 정평이 나 있는데, 초-중학교 시절에도 1루를 본 것인가?

남 : 그렇지 않다. 초등학교 때에는 유격수, 투수, 포수를 봤고, 중학교 때에는 유격수 빼고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해 봤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3루를 봤는데, 이후 다시 1루를 보게 됐다.

Q : 등번호가 55번 이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남 : 5연타석 홈런을 치고 싶어서다. 신기록이 아마 4연타석 홈런일 것이다(현 LG 트윈스 박병호가 성남고 시절에 기록). 아직 연타석 홈런밖에 치지 못했지만, 언젠가 반드시 그 꿈을 이루고 싶다.

Q : 좋은 체격조건을 타고났는데, 혹시 집안에 운동하는 분이 계셨는가?

남 : 전혀 없었다. 아버지, 어머니, 누나 등 스포츠와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Q : 그렇다면 추후 태어날 자녀들에게는 야구를 시키고 싶은가?

남 : (고개를 끄덕이며) 시키고 싶다. 주위 사람들에게는 야구를 권유하지 않지만, 자식들에게 만큼은 야구를 시키고 싶다.

Q : 다른 선수들은 ‘자기가 하겠다면 시키겠다’고 하던데, 역시 야구에 대한 애정이 특별한 것 같다. 이런 질문이 실례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혹시 여자친구는 있는가? 주변에 박문여고와 인화여고가 있어서 예쁜 친구들이 많을 텐데?

남 : 없다. 야구에만 전념하고 싶어서다. 그리고 주변에 여자고교가 많지만, 솔직히 예쁜 친구들을 못 봤다(웃음).

▷ 나의 꿈, 메이저리그

Q : 자, 이번에는 메이저리그 이야기를 해 보자. 메이저리거로의 ‘꿈’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남 : 어릴 때부터 큰 무대에서 뛰고 싶었다. 그리고 나에게 미국무대 진출 제의가 들어온 것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Q : 그런데 남태혁 정도의 실력이면 충분히 국내 1라운더로 충분히 지명이 가능했다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다.

남 : 솔직히 올해 너무 못 했다. 그래서 국내에서 지명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잘 했어도 미국에 갔을 것이다. 앞서 이야기 했지만, 남들에게 안 오는 기회가 나에게 온 것만으로도 큰 행운일 수 있기 때문이다.

Q : 계약과정이 순탄치 않았다고 들었다. 특히, 중간에 계약이 한 번 무산된 적이 있었다고 하던데?

남 : (고개를 가로 저으며) 아니다. 순탄하게 풀렸다.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좀 걸린 것 같다. 그리고 유독 LA 다저스만 나에게 접근해 왔다. 예전부터 LA 다저스를 좋아했기 때문에 계약조건을 떠나 두말없이 계약서에 사인했다.

Q : LA 다저스가 남태혁에 욕심을 낸 이유가 ‘부족한 1루 자원’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실제로 다저스에서 1루를 보고 있는 제임스 로니는 거포가 아니다.

남 : (고개를 끄덕이며) LA 다저스 안병환 스카우트님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만큼 나에게 많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조언해 주었다. 그 이야기에 용기를 냈다. 하지만 미국에서 1루수만 보는 것은 아니다. 3루도 병행해서 같이 볼 예정이다.

Q : 그렇다면 ‘모델’로 삼고 싶은 선수가 있는가?

남 : 김동주 선배와 이대호 선배의 장점을 섞어서 반반씩 닮았으면 좋겠다. 파워가 좋은 김동주 선배의 장점과 스윙폼이 부드러운 이대호 선배의 장점을 아울러 갖추고 싶다. 메이저리그 선수로는 알버트 푸홀츠(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닮고 싶다. 실제로도 좋아하는 선수다.

Q : LA 다저스는 박찬호, 서재응, 최희섭의 고향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희섭의 경우 다저스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여 추후 국내로 복귀했다. 이 점이 본인에게도 꺼림칙하게 느껴지지 않았는가?

남 : 그런 것은 없다. 많이 봐 온 구단이기 때문에 내가 잘 하면 언젠가 자리를 잡게 될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 일단 계약이 성사된 만큼, 내가 할 일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Q : 계약하면서 옵션으로 내 건 조건은 없었는가?

남 : 특별히 없다. 사실 계약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야구에만 집중하고 싶다. 다만, 내년 시즌에는 하이-싱글 A부터 시작한다고 들었다.

Q : 같은 인천지역의 최지만(동산고 포수)도 미국행 비행기를 탄다. 혹시 최지만의 미국행이 먼저 결정되었을 때 부럽지 않았는가?

남 : 전혀 부럽지 않았다(웃음). 그리고 최지만과는 같은 지역에 있지만, 시합 외에는 그렇게 자주 만날 일이 없었다. 평소에는 각자 연습에 임해야 하다 보니 서로 바쁜 것도 한 몫 했다. 생각해 보니 최지만과는 항상 ‘적’으로 만나는 것 같다. 이제까지 같은 편인 적이 전혀 없었다. 초, 중, 고등학교도 다른 곳을 나왔고, 이번에 미국도 다른 곳으로 향하지 않는가? (웃음)

Q : 최지만과 김선기(세광고 투수)도 하이-싱글 A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들었다.

남 : 재미있을 것 같다(웃음). 하지만 누구를 만나건 간에 똑같이 하고, 똑같이 부딪혔으면 좋겠다.

Q : 이제 미국에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영어는 좀 할 줄 아는가?

남 : 읽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지금도 배우고 있다. 그러나 말하는 것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더 배워야 한다.

Q : 마지막 질문이다. 남태혁에게 ‘야구’란 무엇인가?

남 : 자기 모든 것과 바꿔도 아깝지 않은 것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1. 성명 : 남태혁(내야수/우투우타)
2. 체격조건 : 185cm, 95kg
3. 소속 : 제물포 고등학교 3학년(LA 다저스 입단 예정)
4. 가족관계 : 1남 1녀 중 막내
5. 시즌 성적 : 65경기, 타율 0.314, 홈런 22개(지역예선 성적 포함)

// 유진(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