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진의 꽃 보다 야구

[인터뷰] 김인식 감독, "악재 겹쳐 고민"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6. 22.

지난 19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 앞서 김시진 감독이 후배 된 입장에서 김인식 감독에게 인사를 드리기 위해 1루 측 한화 더그아웃을 찾았다. 김시진 감독이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인사를 드리자 김인식 감독이 “무슨 소리냐. 거꾸로지.”라고 맞받아쳤다.

한화가 전날까지 목동구장 3연승을 달리고 있었지만, 최하위로 떨어진 팀 성적상 히어로즈와의 일전도 버겁다는 것을 김시진 감독에게 우회적으로 표현한 셈이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해결되겠지 뭐’라고 말하며 ‘야구의 달인’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던 김인식 ‘국민감독’도 최근의 팀 부진에는 애가 타는 듯 했다.

일단 한화는 3연전 첫 경기를 4-1로 잡으며 ‘목동구장 4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히어로즈 킬러’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는 듯 했다. 그러나 20일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된 이후 맞은 21일 더블헤더에서는 히어로즈에 두 경기를 모두 내어주며 또 다시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두 경기 모두 패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김인식 감독의 바람도 그렇게 무산됐다.

그렇다면 김인식 감독은 ‘투-타 동반 부진’에 빠진 지금의 구단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를 위해 서울로 온 김인식 감독을 목동구장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 목동구장에서 만난 김인식 감독. 구수한 입담은 여전했지만, 최근 팀 성적 때문에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 노장과 신인 사이

Q : 한화 1군 로스터를 살펴보니, 정민철이 2군으로 내려갔더군요. 정민철의 2군행의 배경은 무엇입니까?

김인식 감독(이하 ‘김’) : (입맛을 다시며) 잘 안 되네. 던지기만 하면 맞아. 잘 안돼… 보통 투수들이 던지면 타자들의 배트가 밀리는 맛이 있어야 하잖아. 그런데 정민철은 그게 안 되더라고. 그래서 1군 엔트리에서 제외시켰지 뭐.

Q : 18일 경기에서는 송광민의 에러가 팀 패배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김 : 집중력이 부족했어. ‘잡아야 한다’는 생각(강박관념)이 너무 강했던 것 같아. 그런데 전체적으로 선수단이 잘 못 한다는 것보다 선수들 사이의 실력차이가 커. 경기에 투입되는 선수들하고 벤치 멤버들 사이의 갭(gab)이 크거든. 그러니까 이기기 어렵지. 그것도 그렇지만, 용병문제도 커. 수비가 돼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돼. 수비되는 놈은 또 타력이 약하고…

과거에 큰 활약을 펼쳤던 선수들, 그러니까 문동환이나 정민철 같은 선수들은 적지 않은 나이에도 근근히 해 줬거든. 그런데 젊은 선수들은 이 선수들의 반도 못 따라가더라고. 생각해봐. 초반에 5~7점 주면 선수 기용 문제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지. 그러니까 종잡을 수가 없어. 그래서 과거에 잘 했던 선수들의 공백이 너무 아쉬워. 우리가 전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고, 또 잘 하는 듯 싶다가도 빠지게 되니까 참 어처구니가 없어.

Q : 생각해보니 박성호의 ‘고의사구 폭투(18일 경기)’도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김 : 그게 1군과 2군의 차이야. 그러니까 ‘고의사구 폭투’라는 어이없는 일도 발생하지. 그런데 (박성호가) 가능성은 있어. 많이 가다듬어야지. 일단 18일 경기를 끝으로 2군으로 내려보내기는 했어. 그런데 연습 때 잘 하다가 경기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실수하는 선수가 몇몇 있거든. 심리적인 문제라고 생각해. 그것은 자기가 이겨내야지 뭐 별 수 있나.

Q : 수비 기용 문제가 가장 큰 것 같습니다.

김 : 김태완이 1루를 보면 디아즈를 지명타자로도 쓸 수 있는데, (김)태완이는 1루 볼 때 자주 공이 송구돼서 오니까 손바닥이 자꾸 아프다고 하네. 그나마 외야를 볼 때에는 공이 덜 자주 오니까 버틸 수 있다니까… 결국 디아즈를 수비로 내세워야 하는데 (수비도 안 되는) 저런 엉터리들이 메이저리그에 있었다니, 참… 메이저리그, 물론 대단하지. 그런데 메이저리그하고 마이너리그 왔다 갔다 하는 용병 받고 나니까 메이저리그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어쩔 때에는 143~4km 공도 못 치더라고. 그래서 ‘메이저리그, 분명 대단하다. 그러나 아닌 경우도 있다’는 것을 요 근래 깨달았어. 메이저리그하고 마이너리그 왔다 갔다 하는 선수들, 사실 보면 별거 없어.

Q : 그렇다면 언제 쯤 팀이 정상 궤도에 오를 것 같습니까?

김 : 빨리 치고 올라와야지! (웃음) 그런데 참… 쉽지 않아.


▷ 디아즈와 토마스, 두 외국인 선수 이야기

Q : 2군에 있는 토마스는 어떻습니까? 아직 1군에 올라 올 정도가 아닙니까?

김 : 토마스 본인 스스로가 1군에 올라갈 만큼 만족하지 않는다네. 그것도 그거지만, 아내 병간호도 문제가 되더라고. 팀이 원정을 나가면 돌봐 줄 사람이 없잖아. 처형이 있긴 했지만, 처형에게도 자녀가 셋이라서 바로 귀국했다더군.

악재가 겹쳤어. 여러 가지로 잘 안 돼. 마무리가 없으니까 근본적으로 우리가 부족할 수밖에 없지. (마무리가 없다보니) 선발이 7회까지 끌어줘야 하거든.

처음부터 계산 안 햇던 문제들이 터지니까 힘들어… 그런데 내가 ‘죽겠다, 죽겠다’고 하소연해도 누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 그런데 토마스도 토마스지만, 김태균 공백도 커. 시합 도중에 아프다고 해서 바꿀 수밖에 없었어.

Q : ‘외국인 선수 교체론’이 대두된지 오래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대안을 가지고 계십니까?

김 : 데려오게 된다면 투수로 데려와야지. 그런데 쓸 만한 투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콜업 대기중이라고 하더라고. 일단 투수를 데려오면 장단점이 있는데, 스트라이크 존이 여기가 넓은 것은 장점이야. 반대로 우리 타자들이 유인구에 잘 속지 않아서 스스로 속을 많이 썩지. 그게 단점이야. 그런데 (바꾸는 것이) 쉽지는 않아. 결정을 빨리 내려 줘야 하는데… 그런데 (교체가) 안 되면 디아즈 그냥 데리고 가야지 뭐. 대책이 없잖아.

Q : 로이스터 감독이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만한 우리나라 선수가 10명 있다”고 이야기 한 바 있었는데, 그 중 류현진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김 : 로이스터가 그랬어? 뭐… 로이스터가 (류현진이) 메이저급이라고 했다면 그 정도 된다고 봐야지.

Q : 분명 팀은 어렵지만, 그래도 훈련에 임하는 선수들의 표정은 자신감이 넘치는 것 같습니다.

김 : 누구하고 해도 선수들이야 자신감은 충만하지. 지니까 문제야(웃음). 그러니까 야구가 잘 안 되면 힘든거야. 몇 점을 리드해도 불안하거든. 그런데 우리가 정말 시간이 없어. 아무리 길게 가야 10월이니까 얼마 안 남았잖아.

Q : 내년 시즌에는 젊은 선수 위주로 팀을 개편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김 : 뭐, 내야는 신인급으로 바뀌었다고 봐야지. 송광민이, 오선진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봐. 양훈도 지금 혼자 마무리 역할을 하고 있는데, 사실 허벅지가 좋지 않아. 본인 말로는 ‘하체를 많이 쓰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고 하는데, 이런 친구들이 좋은 경험 많이 하는거야.

그런데 투수를 빼고 넣는 것이 참 어려워. 선발이 잘 던지고 나면 더 좋은 투수를 써야 해볼 만한데, 매번 그렇게 할 수도 없어서 문제야.

Q : 그렇다면 요즘 스트레스 해소는 어떻게 하십니까? 노래 잘 하시던데, 노래로 스트레스 해소 하실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김 : (웃음) 노래 할 시간이 어디 있어! 설령 부른다고 해도 슬픈 노래밖에 더 하겠어? 그럼 더 스트레스 쌓이지. 우리가 자꾸 점수를 주다보니까 끝나고 귀가하면 11시야. 식사 마치면 12시고. 언제 노래할 시간이 있겠어? TV 돌려보다가 잠들면 새벽 1시 30분이야.

어쨌든 올스타전까지 노장들(문동환, 정민철 등)이 돌아와 줘야 하지 않겠나 싶어. 그 선수들의 비중이 크거든. 뭐, 없어도 최선을 다 해야 하지만, 최선 다 안 하는 선수가 어디 있겠어. 신인급들이 주축이 되어야 하는데, (기량이) 잘 안 올라와.

// 유진(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