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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2007년은 잊어라, 새해가 다가온다~!!(타자편)

by 카이져 김홍석 2007. 12. 31.
 

지난 번 칼럼에 이어 2007년을 잊고픈 선수들을 살펴보려 한다. 이번에는 타자들 편이다.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54홈런이 괴물 같은 성적으로 보였을 만큼 올해는 특급 강타자들이 침묵이 극심했던 시즌이었다. 올해는 어두웠지만, 그 이상으로 화려한 2008년을 기대하게 만드는 타자들을 만나보자.


▷ 트레비스 하프너(77년생,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개인적인 사견으로는 2006년도 아메리칸 리그 최고의 타자는 다름 아닌 이 선수라고 생각한다. 시즌 막바지에 당한 부상으로 인해 9월 한 달을 통째로 결장하고도 42홈런 117타점의 성적을 기록한 하프너의 지난 시즌은 정말로 가공할 만한 것이었다. 거기다 매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그였기에, 올해 50홈런을 기대하는 전문가들도 꽤나 있었다.

시즌

경기

득점

홈런

타점

타율

출루율

장타율

04

140

96

28

109

.311

.410

.583

05

137

94

33

108

.305

.408

.595

06

129

100

42

117

.308

.439

.659

07

152

80

24

100

.266

.385

.451


하지만 하프너는 올 시즌 침묵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건강하게 많은 경기에 출장하며 중심 타선을 지켰지만, 24개의 홈런은 전혀 그답지 못했고, 2할 6푼 대의 타율과 4할 중반의 장타율은 팬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거기에 처음으로 맞이한 포스트 시즌에서는 1할 대의 빈타(43탓 8안타 .186)에 시달렸고, 소속팀 클리블랜드는 결국 보스턴에 의해 대역전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올 시즌 카를로스 페냐는 아메리칸 리그 홈런 2위(46개)로 화려하게 비상하며 텍사스 팜 출신 강타자들이 얼마나 뛰어난 지를 다시 한 번 증명했다. 하프너는 마크 테익세이라, 애드리언 곤잘래스 그리고 페냐 등으로 이어지는 텍사스 출신 강타자 라인의 선봉장과도 같은 선수다.(2002년 2:2트레이드를 통해 클리블랜드로 이적) 디트로이트가 엄청난 전력 강화를 한 터라 전력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 클리블랜드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 하프너의 분발이 반드시 필요한 2008년이다.


▷ 리치 섹슨(74년생, 시애틀 매리너스)

203cm의 키를 자랑하는 리치 섹슨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큰 키를 가진 타자다. 팔도 엄청나게 길기에 섹슨의 스윙은 엄청난 크기의 호를 그린다. 덕분에 정교함은 떨어지고 삼진도 많이 당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최고라고 평가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의 엄청난 파워스윙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섹슨은 신인 시절 49경기에서 3할 1푼을 기록한 이후로는 3할 타율은커녕 단 한 시즌도 2할 8푼대 이상의 타율을 기록한 적이 없는 전형적인 어퍼 스윙의 파워히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까지 풀타임으로 뛰었던 7년(부상으로 23경기 출장에 그쳤던 2004년을 제외) 동안 평균 36홈런 112타점의 빼어난 기록을 남기며 메이저리그 굴지의 강타자로 그 입지를 굳히고 있었다.


그러한 섹슨의 올시즌 성적은 처참하기 그지없다. 121경기를 뛰면서 남긴 21홈런 63타점의 성적도 그렇지만 .205/.295/.399라는 타율/출루율/장타율의 배팅라인은 믿을 수가 없을 정도다. 맞추는 능력이 쳐진다고 해도 2할 5푼 이하의 타율을 기록한 적은 없었던 섹슨은 그 특유의 무지막지한 파워까지 상실한 채 부상과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를 못했다.


이치로와 호세 비드로가 1,2번 타순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올해 섹슨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면 LA 에인절스와도 충분히 겨룰 수 있었을 것이다. 내년에도 더욱 강해진 에인절스를 따돌리고 지구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섹슨의 활약이 절실하다. 정확도나 삼진 개수와는 상관  없이 타점을 생산하는 영양가만큼은 최고였던 섹슨이 내년에는 예의 그 강력한 모습으로 돌아가 40홈런 120타점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 버논 웰스(78년생, 토론토 블루제이스)

7년 전 카를로스 델가도에게 연간 1700만 달러를 안겨주며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던 토론토는, 또다시 작년 12월에 버논 웰스에게 총액 1억 2600만 달러의 7년 계약(평균 1800만)을 선사해 메이저리그 팬들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 아무리 웰스가 공수주를 모두 갖춘 만능 플레이어라곤 해도 평균적으로 28홈런 97타점의 선수, 그것도 4할대 장타율을 기록 중이던 선수에게 그만한 금액을 보장해 준 것은 ‘모험’이 아니라 ‘무모함’에 가까웠다.


시즌

경기

득점

홈런

타점

타율

출루율

장타율

04

134

82

23

67

.272

.337

.472

05

156

78

28

97

.269

.320

.463

06

154

91

32

106

.303

.357

.542

07

149

85

16

80

.245

.304

.402


아니나 다를까, 올 시즌 웰스는 데뷔 이후 최악의 성적으로 무너져 내렸고, 시즌 막판 존 기번스 감독은 그를 1번 타자로 내보내며 타격감이 살아나길 기대했다. 하지만 그 어떤 방법도 웰스의 타격감을 살아나게 할 수는 없었고, 팬들의 원성은 고스란히 그에게로 향했다.


웰스에게도 변명의 여지는 있다. 그의 7년 계약은 내년부터 시작되는 연장계약이었다는 것. 올시즌 웰스의 연봉은 560만 달러였으니, 내년 시즌부터 잘하면 되지 않느냐는 반문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년 시즌에도 트로이 글로스(20홈런 62타점)와 함께 올해 같이 한심한 모습을 보인다면 이제는 물러날 곳도 변명할 구석도 없게 된다.


당장 내년부터 1800만 달러의 사나이다운 모습을 보이며 팬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야만 하는 웰스. 지난 2003년 기록한 33홈런 117타점이 커리어 하이인 그가 얼마만큼의 성적을 보일 수 있을까. 솔직히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 노마 가르시아파라(73년생, LA 다저스)

시즌 막판에 다저스 팀 내에 신-구 선수들 간의 불화가 있었던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젊은 선수들은 ‘실력도 없는 베테랑들에게 출장기회를 빼앗기고 있다’고 항변했고, 베테랑급 선수들은 이러한 신인급 선수들을 향해 ‘건방지다’고 응수했다. 이때 언급된 ‘실력도 없는 베테랑’ 중의 한명이 노마 가르시아파라다. 어이없게도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메이저리그를 주름잡던 유격수 3인방 중 일각을 담당했던 노마가 지금에 와서는 천덕꾸러기가 되고 만 것이다.


화려한 풋워크와 이어지는 강한 송구, ‘보스턴의 심장’이라 불리며 최고의 선수 중 한명으로 군림하던 가르시아파라는 부상과 함께 망가져가고 있다. 지난해 다저스로 이적하면서 20홈런 93타점으로 살아나는 듯한 기미를 보였으나, 올 시즌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지난 2000년 .372의 타율로 리그 1위에 올랐던 노마가 올해는 .371의 장타율(!)을 기록하고만 것이다.


종종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비교되며 ‘진정한 최고 유격수는 누구인가’라는 토론에 불을 붙였던 주인공이 내년에는 주전으로 출장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2008년의 다저스의 1루는 제임스 로니, 3루수는 앤디 라로쉬라는 것이 현재까지의 예상이며 노마는 이들의 백업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성기 시절부터 지적되어 온 잦은 부상이 결국 그를 망치고 말았던 것이다. 이대로 사라지기에는 너무나도 아쉬운 선수지만, 그 어떤 선수도 세월과 부상을 이길 수는 없는 법. 어쩌면 그에게 내년을 기대한다는 것은 잔인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 제이슨 지암비(71년생, 뉴욕 양키스)

2007년을 스테로이드 파문에 휘말려 암울하게 보냈던 것은 배리 본즈 혼자만이 아니다. 본즈는 통산 홈런 신기록을 경신하는 기쁨이라도 누렸지만, 지암비는 이런 저런 조사에 불려다니는 한편 성적까지 부진해 팬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만 했다. 올해 지암비가 받은 연봉은 2100만 달러로 에이로드에 이은 전체 2위. 그런 선수가 14홈런 39타점에 그쳤으니 욕을 먹어도 어쩔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이 스테로이드를 사용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조사 위원회에 출두해 이런저런 증언을 하는 등 성실하게 조사에 임했음에도 그를 향한 여론은 곱지 않다. 선수들은 오히려 지암비의 예를 보면서 이번 사태는 ‘자수’를 해도 용서받지 못할 사건임을 깨달았을 뿐이다. 곱지 않은 시선 속에서도 37홈런 113타점으로 제몫을 하여, 자신의 가치는 지켜냈던 진난 해와 달리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기까지 했으니 지암비 자신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이제 그에게 남겨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돈은 있으나 명예를 잃었고, 팬들도 떠나갔다. 내년이면 양키스와 맺었던 7년 계약(총액 1억 2000만 불)은 끝나게 되고, 양키스는 2009년에 걸려 있는 옵션(2200만)을 이행할 리가 없다. 지암비가 스스로 그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묵묵히 혼자만의 싸움을 이겨내며 성적으로 나타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백’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러한 고해성사를 한 것 때문에 선수들에게까지 외면 받게 되어 버린 지암비. 이유야 어찌되었건 결과적으로 철저히 고립되어버린 그를 향해 동정심이 생기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어차피 되돌릴 수도 없는 상황. 내년에는 불같은 타격이라도 뽐내며,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유일한 수단으로 남은 ‘연봉’ 앞에서라도 떳떳해 지기를 바란다.


▷ 그 외

여러 사연이 많은 위의 5명의 선수들 외에도 2007년이 힘들었던 타자들은 너무나도 많다. 팀이 우승을 해서 많이 가려지긴 했지만 20홈런 88타점은 매니 라미레즈라는 이름값에 비하면 너무나도 초라한 것이다. 뉴욕 메츠의 카를로스 델가도(24홈런) 역시도 10년 연속 이어져 오던 30홈런이 끊어져 버렸다.


알버트 푸홀스와 함께 오랫동안 세인트루이스 타선을 이끌던 짐 에드먼즈도 2년 연속으로 부진하더니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 되어버렸고, 팀 동료 스캇 롤렌도 극심한 부진을 겪으며 ‘먹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FA 대박을 노렸지만 결과적으로 다저스와의 2년 계약에 만족해야 했던 앤드류 존스도 2007년이 아쉬웠을 것이다.


이 모든 선수들이 내년에는 건강하고도 한층 파워-업 한 모습으로 돌아와 메이저리그 팬들을 기쁘게 해주길 소망한다. 2008년에도 수준 높고 흥미진진한 메이저리그의 멋진 경기를 기대하며, 이것으로 2007년의 마지막 칼럼을 마무리 할까 한다.



(P.S. 한 해 동안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리며, 내년에는 더욱 좋은 글로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