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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꽃 보다 야구

'스피드 업' 규정 발표, 그로부터 1주일 후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7. 8.

지난 달 29일, 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는 규칙위원회를 열고 대회요강 준수와 관련하여 심의한 바 있다. 이른바 ‘스피드 업’ 규정과 관련한 것이었는데, 후반기부터 경기 진행 속도를 높이기 위한 자구책이기도 했다. 야구의 본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도 빠른 경기 진행과 관련하여 총재(커미셔너)를 중심으로 많은 논의가 거치고 있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KBO의 이러한 논의 자체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특히, 야구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지정되지 않은 것도 3시간이 넘는 ‘경기 진행 시간’이라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었다. 따라서 야구 선진 3국이 솔선수범하여 ‘스피드 업’과 같은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에는 일단 박수를 보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계속될 경우 얼마 가지 않아 국제무대에서 다시 야구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뿔난 야구팬들의 원성

그러나 KBO가 지난주에 발표한 ‘스피드 업’ 규정을 두고 야구팬들은 하나같이 싸늘한 눈빛을 보내고 있다. 일부 야구팬들은 “KBO가 진정 600만 관중을 끌어 모으려고 하는 것이 맞는지 의심스럽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 야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KBO는 보다 명확한 규정 설명회를 통하여 '오해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KBO 규칙위원회가 제시한 ‘스피드 업’ 규정 열두 번째 항목이다. 이에 따르면 ‘후반기부터 경기 중 대회사용구를 관중에게 던지는 선수에게는 제재금을 과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에 대해 야구팬들은 "선수가 관중들에게 볼을 던져주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기에 이를 스피드 업 규정의 하나로 제한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실제로 스피드 업 규정 그 자체만 놓고 보아도 선수가 관중들에게 팬서비스 차원에서 던져주는 대회사용구를 아예 서비스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다음과 상황을 가정해 볼 수 있다. 관중들은 전혀 볼을 받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선수들이 던져주는 공에 본의 아니게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 실제로 이런 사례들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스피드 업 규정 제12항'이 경기시간을 촉진시키는 것보다는 오히려 관중들의 안전을 위하여 제정되었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스피드업 규정 제12항'은 '관중석 사고'로 인하여 경기가 지체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편일 수 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1,3루수가 내야석으로 공을 던져주는 장면에서 심심찮게 발견된다.

하지만 관중들에게 공을 던져주는 관례는 프로 출범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그리고 '제3아웃으로 공을 잡은 야수'가 관중석에 공을 던져주는 시간은 길어야 몇 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또한 관중들에게 공을 던져주는 것은 일종의 팬서비스로 메어저리그에서는 오히려 선수들에게 이를 적극적으로 권하는 구단이 있을 정도다. 선수들로부터 직접 공을 건네받은 야구팬들이 이로 인하여 더욱 야구에 애착을 갖게 된다면, 그러한 팬서비스를 더욱 장려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따라서 '야구공 팬서비스'가 ‘스피드 업’ 규정을 가로막는 원인이 된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1회 초부터 부터 9회 말까지 제3아웃이 되는 공을 모두 관중들에게 서비스한다 해도 길어야 5분 안팎의 시간밖에는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즉, KBO는 야구팬들로부터 '3시간 가까이 걸리는 야구 경기에서 겨우 5분 아끼겠다'는 이유로 선수들을 제재하고 있다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고 있다. 오히려 파울이나 홈런으로 경기가 일시 중단되는 것이 '스피드 업'을 가로막는 요소일 수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KBO는 '스피드 업 규정 12항'이 어떠한 이유로 제정되었고, 또 어떠한 합의과정을 거쳐 생성되었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야구팬들이 성난 것도 이러한 설명이나 합의 과정을 공개하지 않은 채 '단편적인 사실'만을 전달하려고 애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성난 야구 팬들은 KBO 게시판 등을 통하여 "선수들이 던져 주는 ‘야구공 팬서비스’를 가로막으려면, 홈런이나 파울을 기록한 선수에게도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 직접 현장에서 야구팬들의 목소리를 들어 보아야

결국 이러한 결정은 KBO가 얼마나 ‘탁상’에만 앉아있는지를 나타내 주는 단적인 예가 되기도 한다. 그만큼 야구장 현장에 나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기록원들과 심판을 제외하면 한국 프로야구의 행정 전반을 책임지는 사람들은 야구장에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것이 현주소다. 미국의 셀릭 커미셔너, 일본의 야구 원로들이 강한 열정을 바탕으로 자주 야구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사실 이들이 야구장 일반석에 앉아서 선수들이 던져 주는 야구공을 직접 받아봐야 한다. 그리고 기록강습회 뿐만이 아니라 야구팬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일방적인 ‘통보형’의 탁상행정은 지양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KBO는 마땅히 각성해야 한다.

<사진=직접 촬영 (C) 야구타임스 김현희>

// 유진(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