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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ra Sports

K-리그, 매번 '위기'를 거론하는 그들만의 축제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7. 29.

들어가기에 앞서 한 가지만 전제하고자 한다. 본 고는 극히 주관적인 견해의 글이라는 사실이다. 절대적으로 이 견해는 모든 블로거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 야구팬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야말로 극히 주관적인 견해를 스포츠 마니아인 본인이 넋두리를 놓는 것이다. 왠만해서는 이러한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것은 조금 아니다 싶어서 잠시 '불편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꺼내고자 한다. 그렇다 바로 축구에 관한 이야기다.

이 블로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곳은 야구마니아들이 자주 찾는 공간이다. 고로 본인도 엄청난 야구광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축구, 농구, 배구, 트라이에슬론, 수영, 육상, 베드민턴, 테니스, 골프, 쇼트트렉, 스피트 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 봅슬레이, 루지, 바이에슬론 등 모든 스포츠를 사랑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특히, 2002 월드컵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인 응원으로 거리 응원을 나가기도 했으며, 붉은 악마의 일원으로서 'C U @ K-리그'라는 카드 섹션에서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내 돈 내고' 축구장을 찾기도 했다. 월드컵 직후 K-리그는 분명 한국 축구인들의 축제였다.


축구팬들의 '높아진 눈'을 충족시켜주지 못한 K-리그

그러나 K-리그는 얼마 가지 않아 다시금 '위기론'을 자초했다. 한때 10만 관중이 들어찬 경기장은 다시 예전처럼 비워지기 시작했고, 일부 서포터즈들만이 소리 높여 소속구단을 응원할 뿐이었다. 월드컵을 통하여 축구 보는 눈이 한층 높아진 축구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결과였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빠른 패스, 이탈리아 세리에 A의 격렬한 몸싸움, 스페인 프리메가리가의 정교한 축구 등을 접한 축구 마니아들은 자연스럽게 K-리그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해외 축구를 보다가 K-리그를 보면 지루하고 재미없다."라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이후 해외로 나갔던 선수들이 다시 돌아오면서 K-리그의 '붐'이 이는가 싶었지만, 그들마저 K-리그 수준에 자연스럽게(?) 동화되면서 또 한 번의 '지나간 행사'로 치부하고 말았다. 현장에서 직접 K-리그를 접한 본인도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 중 하나다. 정말로 K-리그는 '즐기는 사람들'만 축구장을 찾는 것이 한국 축구의 현주소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방한에 열광한 이유

지난 주에는 또 다른 이슈거리로 K-리그가 크게 떠들석했던 사건(?)이 있었다. 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방한이었다. 이 때문에 대한축구협회는 K-리그 일정까지 중단시키며 FC서울과의 친선 경기를 준비하기도 했다. 맨유와 박지성을 보기 위해 서울 상암축구경기장으로 모여 든 스포츠 팬들은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만원 관중 앞에서 맨유는 축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수준 높은 경기로 화답했다. '수준 높은 경기!' 바로 이 점 때문에 맨유 방한에 많은 축구팬들이 열광했고, 또 상암동 경기장이 만원사례를 이룬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일부 서포터즈들이 흥미로운 1인 피켓시위를 펼쳤다. 그 피켓에는 '세계 최고가 모두에게 최고는 아닙니다'라는 내용이 씌여져 있었다. 여기에 영문으로 (T)here is another happiness in K league(K-리그에는 또 다른 행복이 있다).라는 문장까지 곁들였다. 과연 그럴까?

물론 이들의 1인 시위는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다. K-리그의 위기를 이야기하는 최근 상황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축구 마니아들이 축구장을 찾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왜 축구 팬들이 '맨유'에 열광하는지를 전혀 고려하지 못한 눈치다. '무사 안일주의'에 빠진 K-리그가 월드컵 이후에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하지 못하여 스포츠 마니아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경기 수준이 높아지면 팬들이 축구장을 찾는 문제는 부수적인 것이다. 야구도 한때 2백만 관중에 허덕이며 '위기론'을 이야기하던 때가 있었다.

K-리그 서포터즈들의 이러한 목소리는 흡사 음반계와 비슷한 듯하다. 자생력을 살리지 못하고 무조건 팬들에게 'CD 사달라'고 정(情)에만 호소한다. K-리그도 이와 다를 것이 무엇이냐는 쓴소리를 남기고 싶다.

다행히 축구는 야구보다 인프라가 훨씬 더 잘 구축되어 있고, 유소년 축구 육성 붐으로 인하여 많은 인재들이 축구장으로 몰리고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얼마든지 K-리그가 살아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언제까지 '축구장에 와 달라', 'K-리그를 살리자'라는 이야기만 할 것인가? 축구 관계자들이여! 각성할지언저!

아울러 야구 관계자들이여! 작금의 '550만 관중 설레발'좀 치지 말고 야구장부터 제대로 짓기를! 매번 축구장 숫자에 비해 야구장 적다는 이야기 좀 그만하길!

// 유진(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