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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영건 기대주들, 이들을 주목하라~(1)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8. 17.

그렉 매덕스, 탐 글래빈, 커트 쉴링(이상 1966년생), 존 스몰츠, 트레버 호프만(1967) 등, 지금은 살아있는 전설이 되어버린 선수들이지만 이들에게도 신인 시절이 있었다. 이 선수들이 한꺼번에 등장하기 시작한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은 메이저리그에서 투수교체의 바람이 불었다고 봐도 될 것이다.


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에도 그러한 일이 한 번 있었다. 오클랜드 영건 3인방이라 불렸던 팀 헛슨(1975), 배리 지토(1979), 마크 멀더(1976)를 비롯해 브래드 패니(1978), AJ 버넷, 로이 오스왈트, 로이 할라데이(이상 1977), 켈빔 에스코바, 프레디 가르시아(1976) 등이 비슷한 시기에 등장해 빅리그를 영건 열풍으로 몰아넣었다.

 

작년에도 저스틴 벌렌더, 조엘 주마야(1984), 프란시스코 리리아노(1983), 조나단 파펠본, 바비 젠크스(1980) 등의 선수들이 신인 신분으로 등장해 사이영상까지 넘보며 메이저리그를 뜨겁게 달궜다.


올 시즌에도 주목할 만한 투수들이 있다. 아니 그 양과 질로 보자면 나이 많은 중고 신인이 많았던 작년보다도 더 풍성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메이저리그를 즐겨보는 팬이라면 이들의 이름을 알아 두어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들 한 명 한 명에 대한 집중적인 탐구는 그들이 진짜 큰 사고(?)를 쳤을 때 살펴보기로 하고, 이번엔 간략하게나마 그들에 대해 소개해 보려 한다.



▷ 펠릭스 에르난데스(86년생, 시애틀 매리너스)


‘킹 펠릭스’라는 별명으로 더욱 자주 불리는 에르난데스는 이미 널리 알려진 특급 유망주 중 한명이다. 2005년에 빅리그에 데뷔해 이미 지난해 선발투수로 풀타임을 뛴 적이 있는 이 선수는 아직 21살에 불과하다.


2005년 트리플 A에서 88이닝을 던지며 100개의 삼진을 잡아내고 2.25의 방어율을 기록해 나중에 퍼시픽 코스트 리그 MVP까지 차지하게 된 19세의 어린 투수가 8월 빅리그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유망주 전문 사이트인 ‘베이스볼 아메리카(BA)’가 선정한 유망주 랭킹에서 전체 2위(1위는 미네소타 트윈스의 포수 조 마우어), 투수 중에는 1위에 올라 있던 펠릭스의 등장은 처음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빅리그에 오랜만에 나타난 10대 선발투수는 시작부터 화려했다(그 기대치는 마크 프라이어 이후로 최고 수준이었다). 엄청난 기대를 받으며 등판한 첫 경기에서 5이닝 1실점으로 합격점을 받았고, 두 번째 등판에서는 미네소타 트윈스를 상대로 8이닝 5피안타 무실점으로 원천 봉쇄하며 자신의 빅리그 첫 승리를 따낸다. 그리고 캔자스시티와의 세 번째 경기에서는 8이닝 3피안타 1실점 하며 2승을 거두었고, 그 경기에서 처음으로 두 자리 수 탈삼진(11개)을 기록한다.


난타당해 3이닝만 던지고 조기강판 된 시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2경기에서 84.1이닝(평균 7이닝)을 던진 킹 펠릭스는 2.67의 뛰어난 방어율과 77개의 삼진을 기록, 당장 드와이트 구든(19세에 17승, 20세에 20승을 달성하며 사이영상을 수상)에 비교되기 시작한다.


비록 풀타임 첫 해였던 작년에는 4.52의 방어율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나,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제구력 문제를 완전히 극복한 모습(191이닝 60볼넷)을 보여주었고 12승(14패)을 거두며 두 자리 승수를 거두는데 성공했다.


정신적으로만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당장 올해 사이영상 수상도 가능하다고 평가 받았던 펠릭스는, 첫 경기 8이닝 무실점 승리, 마쓰자카와의 맞대결로 화제를 보았던 시즌 두 번째 등판에서는 보스턴 레드삭스를 상대로 9이닝 1피안타 완봉승을 거두며 최고의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그 이후 부상으로 한동안 전력에서 이탈해 있었고 페이스도 많이 떨어져 지금은 8승 6패 3.86의 방어율을 기록 중이다.


올해도 팬들의 기대에 100% 부응하지는 못했지만, 아직도 내년이 더 기대되는 선수이며, 꾸준히 95마일 이상의 강속구를 뿌려대는 어깨는 가공하다고 표현할 만하다. 이대로 성장한다면 동향 출신(베네수엘라)인 요한 산타나와 함께 아메리칸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서 매년 사이영상 레이스를 뜨겁게 할 전망이다.


최근 10년간 킹 펠릭스만큼 큰 관심 속에서 데뷔하고, 그 이후의 일거수일투족이 팬들의 집중 관심사가 되어 있는 선수는 마크 프라이어 외에는 전무했다.



▷ 맷 가르자(83년생, 미네소타 트윈스)


엄청난 슬라이더를 견디지 못한 팔꿈치가 결국 문제가 되어 수술을 한 뒤 올 시즌 내내 재활 중이긴 하지만, 요한 산타나와 함께 작년 미네소타 트윈스의 대역전 레이스를 주도했던 프란시스코 리리아노(12승 3패 2.16)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16번의 선발 등판에서 저러한 성적을 보였던 리리아노가 부상당하지 않고 남은 2달을 마저 뛰었더라면 신인왕-사이영상 동시석권도 이루지 못할 꿈은 아니었다.)


크게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었던 리리아노는 2005년 더블 A(76이닝 92삼진 3.64)와 트리플 A(91이닝 112삼진 1.78)를 연달아 초토화 시키면서 좌완 최고 유망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년 미네소타 트윈스에는 2005년 리리아노가 지나왔던 과정을 그대로 밟은 선수가 또 한명 나타났다. 이번엔 우완이었다.

 

2005년 팀의 1라운드 드래프티 출신인 맷 가르자가 그 주인공이었다. 메이저리그에 콜-업 되기 전까지 싱글 A(44이닝 53삼진 1.42) 더블 A(57이닝 68삼진 2.51) 트리플 A(34이닝 33삼진 1.85)를 차례대로 완벽하게 격파했다. 모두 합쳐 135이닝을 던지는 동안 허용한 볼넷은 불과 32개, 투수 유망주를 평가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척도인 볼넷 : 삼진 비율이 무려 1:5에 가까웠다.


이렇게 단 1년 만에 엄청난 속도를 보이며 단계를 거듭해서 뛰어 넘은 선수는 그다지 많지 않으며, 하나 같이 현재 최고의 선수로 성장해 주목받는 이들이기도 하다. 제이크 피비, 자쉬 베켓, 벤 쉬츠 등이 바로 그러한 선수였고, 미네소타의 에이스인 요한 산타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너무 빠른 속도로 고속 승진을 한 터라 다른 특급 유망주들이 한 번쯤은 타는 리그 MVP도 수상하지 못했고, 마이너리그 올스타전에도 뽑히지 못했던 맷 가르자. 리리아노가 부상당하는 바람에 프로 데뷔 1년 만에 빅리그에 첫 발을 내딛는 영광도 맛보았지만 첫 해는 5.76의 방어율로 빅리그의 쓴맛을 볼 수밖에 없었다.


빅리그 적응 과정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2007시즌 전 ‘베이스볼 아메리카’ 선정 유망주 랭킹에서 투수 중 4위에 오르며, 필립 휴즈(1위, 양키스), 팀 린스컴(3위, 자이언츠), 요반니 가야르도(5위, 브루어스) 등과 함께 투수 유망주 빅 4로 평가받았다.(투수 2위인 신시네티 레즈의 호머 베일리는 아직까지 좀 더 가다듬어야 한다는 평가)


올 해의 시작은 트리플 A에서 했지만 다시금 빅리그 무대에 다시 서게 될 날만을 기대하며 그럭저럭 괜찮은 투구 내용(92이닝 95삼진 3.62)을 보였고, 7월의 시작과 함께 메이저 무대에 다시 올라왔다.


이 후 8번의 등판(7번 선발)에서 44이닝을 던지는 동안 37개의 삼진을 잡으며 2승 3패 2.05의 방어율을 기록, 기대 이상의 성장세를 눈으로 확인 시키며 팀 관계자들을 기쁘게 하고 있다. 3패 중 두 번이 1:0 패배였을 정도로 운이 나빴을 뿐, 5번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192센티에 95킬로의 균형 잡힌 체구를 자랑하는 가르자는 스피드 건에 97마일까지 찍히는 패스트 볼을 가지고 있으며, 수준급의 커브를 던진다. 거기에 슬라이더까지 구사가 가능하고, 최근에는 체인지업까지 연마하고 있다.


대학 출신 루키답게 안정된 피칭 능력까지 갖추고 있는 가르자가 이대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내년시즌 리리아노가 무사히 복귀한다면, 에이스 요한 산타나가 팀을 떠난다 하더라도 트윈스의 동갑내기 좌우완 원투 펀치는 여전히 강력할 전망이다.



▷ 팀 린스컴(1984년생,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현역 메이저리그 투수 중 가장 키가 작은 선수는 다름 아닌 김병현이다. 그렇다면 그 다음을 작은 투수는 누굴까? 린스컴의 공식 프로필에는 신장 180센티 체중 77킬로로 나와 있다. 하지만 경기를 본 사람이라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친구의 키는 잘 봐줘야 177센티 정도로 보일 뿐이다.


하지만 그런 린스컴이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면 모두가 놀라서 감탄할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허약해 보이는 몸을 가진 이 친구는 무려 99마일의 엄청난 포심을 구사한다. 거기에 경기가 끝날 때까지 쉬지 않고 95마일 이상의 강속구를 뿌릴만한 체력도 가지고 있다.


지난 8월 1일 LA 다져스와의 원정경기에서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12구를 연속으로 직구만 던졌는데 모두 95마일 이상의 강속구였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수 커브와 수준급의 체인지업을 구사할 능력이 있음에도 투구의 70%이상이 직구다. 소년 야구만화 주인공에 너무나도 잘 어울릴 듯한 캐릭터를 가진 투수가 바로 팀 린스컴이다.

 

2006년 전미 아마추어 최고 선수에게 주어지는 ‘USA Baseball Golden Spikes Award'를 수상한 린스컴은 그 해 드레프트에서 전체 10순위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지명된다. 사실 린스컴은 드래프트에 나온 선수들 중 최대어로 평가받으며 유력한 1순위 후보로 평가 받기도 했으나, 예전 페드로 마르티네즈와 빌리 와그너처럼 작은 체구가 문제시 되어 순위가 뒤로 밀린 것이다.


하지만 린스컴은 정작 고교시절 이후로 가벼운 부상조차도 당한 적이 없었고, 그를 뽑은 자이언츠는 그야말로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드래프트 직후 마이너리그에 합류해 하위 싱글 A와 상위 싱글 A에서 8경기에 등판해 31이닝을 던진 린스컴은 단지 14개의 피안타만을 허용했고 무려 58개(9이닝 기준 16.8개)의 삼진을 잡아 자신은 그들과 ‘레벨’이 다름을 몸소 보여줬다. 방어율도 1.74로 수준급.


올 시즌을 시작하며 그를 선발 로테이션에 바로 포함시킬 것인지를 놓고 고민을 한 팀 프런트는 일단은 린스컴을 트리플 A에서 시작하게 한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쓸데없는 짓이었는지를 깨닫는 데에는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


4월 한 달간 린스컴은 31이닝을 던지며 12개의 안타만을 허용했고(피안타율 .119) 46개의 삼진(9이닝 기준 13.35)을 잡았다. 5경기에서 단 1점(방어율 0.29)만을 내준 4승 무패의 퍼펙트한 성적이었다. 이미 완성형에 가까운 이 무서운 신예에게 마이너리그의 혹독함은 필요치 않았던 것이다.


작년과 올해를 통틀어 마이너리그에서 단 62이닝만을 던진 상태로 린스컴은 5월초 빅리그에 당당하게 입성한다. 초반에는 적응에 어려움을 느끼며 6월 한 때 방어율이 5.88까지 치솟기도 했으나, 최근 9경기에서는 4승 1패 2.12의 방어율을 기록하며 이미 빅리그에 완벽하게 적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8경기에 선발 등판해 6승 3패 방어율 3.88의 시즌 성적을 기록 중이고 전매특허인 탈삼진은 111.1이닝에서 121개를 잡았다. 아직까지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해 각종 순위에 그 이름이 빠져 있을 뿐, 린스컴의 9이닝당 탈삼진 비율(9.78)은 리그 탈삼진 1위 제이크 피비(9.36)조차 능가하는 사실상 1위의 기록이다.


물론 51개나 되는 볼넷을 허용하고, 9개의 폭투(리그 4위)를 기록할 정도로 컨트롤 안정이라는 큰 숙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이 선수가 자신의 거울과도 같은 로이 오스왈트(마찬가지로 180센티의 비교적 단신)와 같은 완성형 투수로의 진화 여부는 단지 시간문제일 뿐,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작년에 맷 케인(1984년생)이라는 유망주를 훌륭하게 키워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올 해 린스컴까지 멋지게 키워내는데 성공했다. 비록 팀은 지구 최하위에 있지만 이들이 본격적으로 위력을 떨칠 내년을 생각하면 웃음 짓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