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시즌이 막판으로 달려가면서 전례가 없었던 막판 순위 싸움에 야구팬들은 즐겁기 만하다. 선수들은 살얼음판위를 걷는 듯한 순위 싸움에 연일 긴장의 연속이다. LG, 한화를 제외한 나머지 6개 팀은 누구도 포스트 시즌 진출이나 최종 순위를 장담할 수 있는 처지가 못 된다.
시즌 후반 또 다시 고개든 부상악령에 각 팀들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지만 부상 악령 말고 또 다른 공포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그 악령은 다름 아닌 LG, 한화 고춧가루 부대의 악령이다.
▶ 분위기 쇄신에 성공한 LG표 고춧가루
18일 두산전 승리후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LG선수들 (출처 : LG트윈스 홈페이지)
지난 8월 6일 초유의 투수, 포수간 분쟁이 전파를 탄 사건이 발생한 LG는 그 이후 분쟁의 대상이었던 조인성과, 심수창을 2군으로 강등 시켜 팀 분위기 쇄신을 꽤하였다. 그리고 결과는 절반의 선공을 거두고 있다.
조인성을 대체해 포수마스크를 쓰고 있는 2년차 김태군의 성장과 그 사건 이후 선수들의 태도 등에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던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의지가 눈에 보인다. 6일 이후 LG 거둔 성적은 8승 6패 어떻게 보면 대단해 보이지 않지만 그 안들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8승 6패를 하는 동안 상대팀은 두산, SK, 롯데 모두 치열한 순위 싸움 중인 팀이었고 모두 상대 팀들의 우세가 점쳐 졌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두산 4승2패, SK 1승1패, 롯데 3승3패를 하며 1승이 아쉬운 팀들에게 고춧가루를 팍팍 뿌렸다.
LG의 고춧가루를 받은 두산은 앞서 간다고 생각 되던 SK가 턱밑까지 쫒아오는 위기에 놓였다. 물론 지난 주말 KIA가 SK전 3연승을 하며 K.O 시켜준 덕에 한시름 놓았지만 2위 자리를 빼앗길 뻔 했다.
롯데는 이보다 더 했다. 주중 3연전에서 SK에 3연패 당하며 삼성과 히어로즈의 추격을 허용한 롯데는 금요일과 토요일 LG가 뿌린 고춧가루에 4위 자리와 5할 승률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다행히 어제(23일)경기에서 조정훈의 호투로 4위를 재탈환 했지만 만만히 본 LG에 혼쭐난 것은 틀림없었다.
▶ 동내 북? 한화표 고춧가루를 받아라
창단 후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한화는 시즌 중반부터 사실상 팀 리빌딩 진행 중이다. 올 시즌에만 10연패 이상을 두 번 당하는 등 독수리 군단의 명예가 바닥에 떨어졌고 리빌딩도 큰 성과를 못 내며 동내 북 취급을 받고 있다.
8월 2일부터 15일 까지 10연패에 빠지며 동내 북 신세를 면하지 못하던 한화는 16일 SK전 연패 탈출을 시작으로 고추 가루 부대로 변모(?)하였다. LG가 뿌린 고춧가루처럼 강력하지 못 할 순 있지만 순위 싸움 중인 팀들에게는 단 1패라도 치명적 일 수 있다.
희생자는 SK, 삼성, 히어로즈 였다. 16일은 SK, 19일은 복귀한 에이스 류현진의 호투 속에 삼성을 잡아내며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보여 주었다.
최대의 피해자는 히어로즈 였다. 롯데가 연패에 빠진 덕에 추격에 박차를 가하던 히어로즈는 내심 한화전 싹쓸이를 노렸다. 그러나 한화는 상대 에이스 이현승을 등판한 21일과 어제 경기에서 승리를 챙기며 7월 3~5일 KIA전 이후 한 달하고 20여일 만에 3연전에서 2승 1패 이상의 성적을 거두며 히어로즈를 4위 경쟁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게 하였다.
이번 주 LG, 한화는 주중 3연전에서 각각 KIA와 히어로즈와 경기를 갖은 후 주말 3연전은 두 팀 간의 맞대결이 예정되어 있다. 남은 경기에서도 이들이 순위를 조정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되어 줄지 팬들은 고춧가루 부대들의 활약에 또 다른 재미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