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으로 폐색이 짙어 가던 8회 클리닝 타임 3루 측 히어로즈 관중석에서 갑자기 “와~”하는 환호성이 들려왔다. 4강 경쟁 팀 삼성에게 7:0으로 끌려가던 LG가 7:7까지 따라붙은 소식이 전광판을 통해 전해졌기 때문이다.
히어로즈는 8일 경기 패배로 4위 삼성과 두 경기 차이로 벌어졌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9일 경기마저 1.5군이나 다름없던 두산에게 힘없이 끌려갔다. 팀이 4강 싸움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상황에서 LG가 삼성을 이겨주길 바라는 것은 팬으로서 당연한 일 이었다.
경기는 결국 히어로즈의 패배로 끝이 났다. 하지만 경기장을 나서는 히어로즈 팬들의 얼굴에서 작은 소망을 느낄 수 있었다. 경기 종료 후 선수들을 기다리던 팬들 그리고 집으로 귀가하던 히어로즈 팬들 손에는 휴대전화가 들려 있었다.
일부 팬들은 DMB를 통해 중계를 되던 경기를 보고 있었고 또 다른 팬들은 무선인터넷을 통해 대구 경기 상황을 찾아보고 있었다. 히어로즈 팬들은 잠시나마 자신들의 본분(?)을 잊고 삼성과 혈투를 벌이는 LG를 응원했다.
그로부터 한 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히어로즈 팬들의 환호성은 탄식으로 바뀌었다. 삼성을 이겨주길 바랬던 LG가 연장접전 끝에 8:7로 패배한 소식을 접한 그들의 얼굴은 표정에서 아쉬움과 찹찹함은 엿 볼 수 있었다.
되짚어 보면 히어로즈 팬들만큼 야구를 보면서 우여 곡절을 많이 겪은 팬들도 드물다. 히어로즈의 할아버지 팀 이라 할 수 있는 삼미 슈퍼스타스를 시작으로 가장 짧은 팀 역사의 청보 핀토스 까지 만년 꼴지 팀의 팬 이었다.
태평양과 현대를 거치면서 만년 꼴지 팀의 오명은 벗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자본을 이용한 선수 사들이기, 작은 야구, 재미없는 야구, 연고지 문제 등 끊임없는 구설수에 시달렸고 타 팀 팬들의 놀림감이 되기 일쑤였다.
최근에는 모구단의 팀 포기와 함께 매각단계에서 수많은 고초를 겼었다. 시행착오 끝에 인수한 인수된 팀은 경제적인 문제로 팀 위기 설 이 끈이지 않았지만 팬들은 그들의 팀을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선수들, 코칭스태프의 앞날에 대한 걱정을 먼저 했다.
이처럼 히어로즈 팬들은 흔히 알려진 KIA, 롯데, LG 팬들 만큼 팀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팬들이다. 경기가 있는 날 현장에서 히어로즈의 과거를 곁에서 지켜본 중, 장년층 팬들을 종종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팀이 팬을 포기 하지 않는 이상 우리가 먼저 팀을 포기하거나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말로 팀에 대한 충성도를 들어내기도 했다.
또 다른 히어로즈 팬들은 4강 진출은 물론 전신 현대의 영광을 재현하길 간절히 바라지만 힘든 상황에서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뛰어주는 선수들이 고마울 따름이고 그들이 있기 때문에 팬들도 있다며 선수들에 대한 애정을 과시 하기도 하였다.
히어로즈의 구단 직원의 명함 뒷면에는 진정으로 팬들의, 팬들에 의한, 팬들을 위한 야구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여러분! 히어로즈의 스폰서가 되어주세요!” 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히어로즈는 최근 연패에 빠지며 4강 경쟁에서 한발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힘든 시절 동안 그들만을 바라보고 열정으로 응원해주는 팬들을 위해 좌절하거나 쳐져 있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그들의 스폰서 이자 서포터로 자리를 지켜준 팬들에게 이제는 선수들과 구단이 보답할 차례다.
[사진 제공 = 히어로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