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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한화 이글스, '고춧가루의 제왕'으로 등극하다!!

by 카이져 김홍석 2009. 9. 16.


한화가 삼성을 13-7로 제압해버렸군요. 시즌 상대 전적에서 3승 13패의 절대적인 열세를 보이고 있었고, 삼성의 선발이 최근 계속해서 호투를 이어가던 브랜든 나이트였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전문가와 팬들은 한화의 패배를 예상했는데, 독수리가 날카로운 부리를 과시하며 이러한 예상을 쪼아 버렸습니다.

한화와의 2연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고 4강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 장담하던 삼성 팬들은 순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됐고, 자신들이 응원하는 팀을 우습게 본 삼성과 그 팬들에게 본때를 보여준 한화 팬들은 뿌듯함을 느끼고 있더군요.

그리고 그 곁에 끼어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롯데 팬들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늘 본 댓글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바로 “독수리가 갈매기 사촌인거 이제 알았냐?”인데요. 정말 가슴에 확 와 닿더군요. 독수리의 힘찬 날개 짓 한 번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본 건 바로 롯데 ‘갈매기’ 자이언츠였으니까요.

이대호가 친구인 김태균에게 술이라도 한 잔 사야할 것 같습니다. 1회초에 날린 선제 3점포를 비롯해 3안타 5타점으로 맹활약한 김태균 덕에 타격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으니까요. 선발 안영명의 공도 빼놓을 수 없죠. 지난 8일 경기에서 롯데에게 패배를 안기며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던 그는 삼성에게도 똑같이 1패를 선물하면서 ‘고춧가루의 제왕’으로 등극했습니다.(안영명은 올 시즌 삼성과 히어로즈에게 각각 3승, 롯데에게는 2승을 거뒀습니다.)

사자의 사촌 격인 호랑이는 히어로즈를 4-3으로 제압하면서, 선두 수성과 더불어 사촌에게도 간접적인 도움이 돌아가도록 만들었는데요. 사촌인 사자가 독수리에게 물리면서 그 혜택까지도 고스란히 갈매기가 가져갔습니다. 별로 힘들이지도 않고, 맹수와 맹금류가 먹고 남긴 고기를 발견했다고나 할까요?

남은 일정에 대해 관심이 있으셨던 분들이라면 이 한 경기가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잘 아실 겁니다. 이번 패배로 인해 삼성은 꽤나 큰 부담을 짊어져야만 하거든요.

롯데는 현재 6경기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히어로즈(17,18일)-두산(19,20)-히어로즈(22)-LG(25)와의 시합이 남아 있습니다. 삼성은 한화(16)-히어로즈(19,20)-SK(22,23)-두산(24)-한화(25) 이렇게 7경기가 남아 있구요. 히어로즈는 KIA(16)-롯데(17,18)-삼성(19,20)-롯데(22)-두산(23)-KIA(24,25)-LG(?)까지 총 10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상태죠.

롯데와의 시즌 상대전적에서 8승 11패로 열세인 삼성은 동률이 될 경우 승자승의 원칙에 따라 순위에서 밀려버립니다. 즉 롯데보다는 무조건 많은 승리를 거둬야만 4위가 될 수 있다는 뜻이죠. 하지만 삼성 입장에서는 SK-두산과 치러야할 3경기가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히어로즈도 롯데-삼성과의 맞대결을 거의 전승으로 장식해야만 4위가 가능할 정도로 남아 있는 일정이 가혹하죠.(롯데-히어로즈는 현재 8승 8패로 동률, 삼성-히어로즈는 10승 7패로 삼성의 우위 확정)

현 시점에서 롯데의 과제는 딱 하나입니다. 히어로즈와의 남아 있는 3경기 가운데 2승을 거두는 것이죠. 그렇게만 되면 히어로즈를 4강 경쟁에서 사실상 탈락시킴과 동시에 4강 경쟁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습니다. 설령 나머지 4경기를 모두 패해 2승 4패를 기록한다 하더라도, 삼성이 7경기 중에 4승 이상을 거둬야만 역전이 가능하니까요.

삼성은 최소한 내일(16일) 경기에서는 한화를 반드시 이기고 일단 롯데와 동률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휴식을 취하면서 롯데-히어로즈 전의 결과를 기다려야겠죠. 다승 1위인 윤성환이 등판하고, 상대 투수가 에릭 연지인지라 어지간하면 삼성의 승리 쪽에 무게가 실리지만, 행여나 패하게 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될 지도 모릅니다.

히어로즈는 롯데-삼성과의 5경기를 모두 승리하는 것 외에는 4위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필이면 KIA와의 경기가 많이 남은 탓에 맞대결에서 1패라도 당하게 되면 역전은 불가능해질 테니까요.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되어 있는 1위 다툼보다는 역시 밀리면 끝장인 4위 다툼이 더욱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3팀 가운데 어느 팀이 올라가더라도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과 좋은 경기를 펼쳐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죠. 물론 제 개인적으로는 롯데를 응원합니다. 하지만 다른 팀이 마지막 티켓의 주인공이 되더라도 박수를 쳐줄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나저나 내일도 독수리가 사촌(?) 갈매기를 위해 사자를 잡을 수 있을까요? 2경기 연속 홈런포를 터뜨리고 있는 김태균의 방망이가 내일도 시원하게 돌아간다면, 삼성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좌절을 맛보게 될 지도 모르겠네요. 내일은 올 시즌 내내 맘 고생 심하게 한 김인식 감독님과 독수리 선수들을 한 번 신나게 응원해 볼까 합니다.

'하늘의 제왕' 독수리 화이팅~~!!^^

[사진=한화 이글스]

// 카이져 김홍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