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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가르시아, 2년 연속 골든글러브 수상 가능할까?

by 카이져 김홍석 2009. 9. 17.


매년 이맘때가 되면 팀 순위 만큼이나 개인 수상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게 마련입니다. KIA의 1위가 위태로워지면서 김상현이 무혈입성 할 것처럼 보였던 MVP 부문에서도 정근우가 강력한 경쟁자로 올라선 상태죠. 타격왕과 다승왕도 아직 누가 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주목을 끄는 것은 역시나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를 꼽는 ‘골든 글러브’인데요. 각 포지션에서 최고의 선수를 뽑는 만큼 MVP를 제외 한다면 그 어떤 타이틀보다도 귀중한 것이 바로 이 골든 글러브가 아닐까 합니다.

저도 나름대로 올 시즌 각 부문 수상자들을 예상해보고 있는데요. 역시나 MVP는 김상현의 차지가 될 가능성이 커보이고, 신인왕은 무조건 두산의 고창성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와서 이용찬이나 홍상삼, 안치홍 등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고 생각될 정돕니다.

골든 글러브도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투수는 유동훈(KIA), 포수는 김상훈(KIA), 1루수는 최희섭(KIA), 2루수 정근우(SK), 3루수 김상현(KIA), 그리고 외야의 박용택(LG)김현수(두산)까지는 거의 확실한 것 같네요.(유동훈 외의 선수가 투수 부문 수상자가 된다면 그 또한 코미디라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포지션은 히어로즈 강정호(20홈런 77타점 .282)와 두산 손시헌(11홈런 57타점 .287), 그리고 SK 나주환(14홈런 61타점 20도루 .287) 3파전이 예상되는 유격수 부문, 그리고 LG 페타지니(26홈런 99타점 .332)와 롯데 홍성흔(12홈런 62타점 .376)이 경합할 지명타자 부문, 그리고 여러 후보에게 가능성이 열려 있는 외야의 마지막 한 자리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유격수는 강정호, 지명타자는 페타지니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유격수 부문의 세 선수는 정말 우열을 가리기 어렵지만, 결국 좀 더 많은 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강정호가 홈런-타점에서의 우위를 무기로 크게 어필 할 것 같구요. 지명타자 부문에서도 홍성흔의 고타율을 잠시만 망각한다면 페타지니의 홈런과 타점 기록이 얼마나 돋보이는 것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겁니다.(사실 유격수는 정말 예상하기 힘드네요^^;)


외야의 한 자리도 유격수만큼이나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지난해 외야수 부문의 한 자리를 차지했던 가르시아의 2년 연속 수상 가능성도 조금 엿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반기만 하더라도 상상도 못했던 일이지만, 어느새 가르시아는 그 정도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후반기에 맹타를 휘두른 덕분이지요.(36경기 12홈런 35타점 OPS 1.042)

가르시아 28홈런 82타점 70득점  4도루 .267/.354/.525
강 봉 규  20홈런 78타점 85득점 15도루 .316/.404/.516
클     락  24홈런 86타점 85득점 23도루 .294/.379/.510
이 택 근  15홈런 64타점 80득점 40도루 .312/.405/.469

위는 외야수 부문의 한 자리를 다툴 주요 선수들의 성적인데요. 가르시아는 홈런 3위, 타점 9위에 올라 있습니다. 외야수만 따지면 홈런은 1위, 타점은 3위가 됩니다. 낮은 타율이 문제이긴 하지만, 중심타자의 본분인 홈런-타점만 놓고 본다면 골든 글러브 수상자로 손색이 없는 수준이죠.

경쟁자들도 훌륭한 편입니다. 전체적인 밸런스를 본다면 삼성의 강봉규가 가장 훌륭합니다. 최근 들어 갑작스레 부진에 빠졌지만 이미 20-20클럽에 가입한 클락도 후보로 손색이 없습니다. 또 한 명의 호타준족인 이택근도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죠. 하지만 가르시아를 포함해 다들 2%씩 부족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고, 그것이 선택을 어렵게 만드네요.

사실 한국의 야구팬이나 기자들이 타율을 필요 이상으로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 그리고 외국인 선수에게 지독스러울 만큼 표를 던지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르시아의 현실적인 수상 가능성은 그다지 커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가르시아가 남은 6경기에서 2홈런을 추가해 30홈런을 돌파하고, 타율을 2할7푼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만 한다면 그 가능성이 ‘제로’는 아닐 것 같네요. 게다가 수비력 면에서 본다면 가르시아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가장 많은 외야 송구 아웃(15개, 2위 김강민 11개)을 기록한 선수이기도 하니까요.

로마이어, 호세(99년), 우즈(00년), 브리또(02년), 브룸바(04년), 데이비스, 서튼(05년), 리오스(07년), 그리고 가르시아(08년)까지. 역대 한국 프로야구에서 골든 글러브를 수상한 외국인 선수는 이렇게 9명이 전부입니다. 2번 이상 수상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몇몇 선수들의 활약상을 돌이켜보면, 충분히 있을 법도 한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죠.

이왕이면 국내 선수에게 표를 몰아주는 드러나지 않는 불공정함 때문입니다. 99년에는 MVP를 수상한 우즈가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타지 못하는 촌극도 벌어졌었으니까요. 사실 그러한 점 때문에 지명타자 부문에서 홍성흔이 탈 가능성도 제법 있다고 봅니다. 특히, 끝내 박용택을 따돌리고 타격왕이라도 차지한다면 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아지겠지요.

가르시아가 과연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골든 글러브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요? 현실적인 확률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제게 투표권이 주어진다면, 저는 대구나 목동 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나머지 3선수 보다는 가르시아에게 표를 던지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선택이 궁금하군요.^^

[사진=롯데 자이언츠]

// 카이져 김홍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