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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사직구장 vs 광주구장, 홈런이 더 잘나오는 구장은?

by 카이져 김홍석 2009. 9. 21.


어제 <야구타임스>에서 “롯데 가르시아-이대호, 10년만의 ‘30홈런 듀오’ 탄생할까?"(클릭)라는 기사를 썼었습니다. 1999년 호세(36홈런)와 마해영(35홈런) 이후 10년 만에 롯데 자이언츠 소속의 30홈런 듀오가 탄생할 가능성이 엿보였었기 때문이죠.

헌데 포털에 이 글이 올라가자 예상치 못한 논란이 일어났습니다. 제가 글 중간에 언급한 ‘홈런이 잘 나오지 않는 사직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롯데 선수들에게 30홈런은 매우 의미 있는 기록이다’라는 부분 때문이었습니다.

이걸 보고 어떤 분(아마도 KIA팬)이 반대의견을 냈던 것이 그 시작이었죠. 이곳(클릭)으로 가셔서 Daum의 기사를 보시면 아래 댓글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 댓글의 요지는 ‘구장 크기로 보면 잠실-광주-사직 순이고, 잠실을 두 구단이 사용하니 사직은 4번째, 그러니 사직구장이 홈런치기 힘든 구장이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죠. 롯데팬으로 보이는 많은 분들이 반발을 하며 소위 말하는 ‘다굴’을 시작한 것입니다. 사직은 펜스높이가 있기 때문에 홈런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광주보다 훨씬 홈런이 적게 나온다며 그 댓글을 다신 분을 공격했습니다. 어떤 분은 ‘난 또 살다살다 광주구장이 크다는 소리는 첨 들어 본다’는 말까지 하셨더군요. 롯데팬분들에 의해 그 분은 한 순간에 ‘바보’가 되어버렸습니다.

기사의 본래 취지와는 관계없이, 댓글은 ‘어디가 더 홈런이 잘 나오는 곳이냐’의 주제를 가지고 산으로 향하고 말았습니다. 곧바로 뛰어들어서 정확한 답변을 드리고 싶었지만, 그러긴 좀 민망하고 해서 참았었는데, 아무래도 ‘진실’을 말씀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우선 결론부터 말씀드리죠. 사직구장이 광주구장보다 홈런이 더 많이 나오는 구장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사직구장이 평균 이상으로 홈런이 많이 나온다는 뜻은 아닙니다. 여전히 사직은 홈런이 적게 나오는 구장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광주구장이 그보다 더 적게 나온다는 점이 중요하죠.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 중에는 롯데 팬이신 분들의 비율이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분들께는 다소 불편한 진실이 될 지도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그게 ‘진실’이거든요. 지금부터 그 이유를 설명해드리죠.

‘파크팩터’라는 걸 알고 계신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쉽게 말해 그 구장의 특성상 타자와 투수, 둘 중 어느 쪽에 더 유리하게 작용하는 지를 수치적으로 나타낸 것인데요. 100을 평균으로 해서 100이상이면 타자에게 유리하고, 이하이면 투수에게 유리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기본적인 파크팩터는 ‘득점’을 기준으로 하지만, 여기서 논하는 바는 ‘홈런’이니 지금부터 각 구장별 ‘홈런팩터’를 기준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문제의 광주구장은 2006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홈런이 많이 나오는 구장 중 하나였습니다. 2003년까지의 홈런팩터가 136에 이르렀고, 2004~2005년에는 168로 절정을 이루었습니다. 2006~2007년에도 112로 평균보다는 훨씬 높았죠.

홈런팩터가 120이라면, 평균적인 구장보다 20%나 더 많은 홈런이 나온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평균적인 구장에서 30홈런을 치는 선수가 120의 홈런팩터를 가진 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팀으로 이적하면 연간 홈런이 33개(홈=15*1.2=18, + 원정 15개)로 늘어납니다. 그 만큼 과거의 광주 구장은 타자에게 유리했습니다. 예전 타이거즈 선수들이 불방망이를 과시했던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제가 위의 설명에서 왜 년도 구분을 했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 시기마다 구장의 개보수 작업 등으로 구장 크기 등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죠. 홈런 수는 단순히 펜스까지의 거리와 펜스의 높이에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파울존의 넓이와 잔디의 성질 등도 큰 영향을 줍니다. 파울존이 좁아 다른 구장 같으면 파울플라이가 될 만한 타구가 파울로 처리되어 한 번 더 타격기회를 잡게 된다면, 그 자체로 홈런이 나올 확률이 조금 더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예전의 광주 구장은 중간이 113m, 좌우가 97m로 매우 짧은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2006시즌을 앞두고 펜스 위치를 조정하면서 현재의 광주구장은 중간이 120m, 좌우가 99m로 그 크기가 잠실(125m-100m)에 이어 두 번째로 넓은 구장으로 변했죠. 게다가 센터에는 6m가 넘어가는 그린몬스터까지 설치되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인조잔디를 교체하면서 광주구장은 그야말로 ‘투수들의 구장’으로 변모하고 말았습니다.


지난 2년 동안 광주구장의 홈런팩터는 고작 67입니다. 이곳에서 경기를 하면 홈런이 무려 33%나 감소한다는 뜻이죠. 실제로 올 시즌 KIA 타자들은 홈경기에서는 고작 52개의 홈런을 기록했지만, 원정에서는 그 두 배에 달하는 101개의 대포를 쏘아 올렸습니다. 엄청난 차이죠. 투수들도 마찬가집니다. 원정경기에서는 64개의 홈런을 허용한 투수진이 홈에서는 고작 44개만을 내줬을 뿐입니다. KIA를 제외한 나머지 7개 구단의 평균 홈런수가 140개임을 감안하면, KIA 투수진은 홈에서는 비정상적일 정도로 적은 수의 홈런을 허용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KIA 타선이 예전의 그 막강한 위용을 잃어버리게 된 것은 바로 이러한 변화 때문입니다. 그리고 올 시즌 KIA가 투수왕국으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는 것도 여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죠. 그러한 차이는 올 시즌 최희섭의 홈(10홈런 33타점 .253)-원정(21홈런 62타점 .353) 성적에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최희섭이 삼성이나 한화 소속의 선수였다면, 올 시즌 40홈런은 가뿐하게 때리고도 남았을 겁니다.

자, 그럼 이제는 사직으로 넘어가보죠. 1986년부터 롯데가 홈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사직 구장은 잠실구장 다음으로 큰 넓이와 넓은 파울존으로 인해 타자가 홈런치기 불리한 대표적인 구장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2005년까지 사직의 홈런팩터는 75에 불과했죠.

하지만 사직도 2006년에 인조잔디를 천연잔디로 교체하는 공사를 했습니다.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후 사직구장의 홈런펙터는 83으로 예전보다 조금 높아졌죠.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잠실과 광주구장 다음으로 홈런 치기 어려운 곳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 사실입니다. 그런 곳에서 2년 연속 30홈런을 노리고 있는 가르시아는 정말 대단하다고 봐야하죠. 이대호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한 KIA 팬분의 주장대로 ‘사직보다는 광주구장이 홈런치기 더 어려운 곳이다’라는 주장은 ‘사실’이라는 겁니다. 오히려 최초의 댓글을 달았던 분에게 다굴을 놓았던 일부 롯데 팬들이 자세히 몰랐던 것이지요. 괜히 그 소용돌이에 어설프게 발을 담갔다가는 똑같이 바보 취급 당할까봐, 이렇게 좀 더 자세한 내용과 더불어 블로그에 글을 남깁니다. 공격당하신 그분에게 조금의 위로가 되었으면 하네요.

아래의 홈런팩터는 지금 사용되고 있는 구장들이 현재의 규격과 모습을 갖춘 후의 수치들입니다. 이것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이걸 보시면 왜 일선 지도자들이 김동주를 최고의 타자로 꼽는지, 그리고 왜 김현수의 미래가 기대되는 지를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더불어 이대호의 타격 3관왕이 평가절하 되어야할 이유가 없다는 것도요.

잠실구장 :  58 (개장이후 계속 50대 유지)
광주구장 :  67 (2007년까지는 약 138)
사직구장 :  83 (2005년까지는 75)
문학구장 : 108 (2002~올해)
잠실구장 : 108 (펜스 당겨 X존 설치한 올 시즌 LG 홈)
대구구장 : 117 (95~06까지는 131, 07년 앞두고 펜스 뒤로 물림)
목동구장 : 117 (작년부터 사용)
대전구장 : 132 (97~05년까지는 118)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것은 ‘홈런팩터’일뿐, ‘득점’을 기준으로 한 수치는 아닙니다. 득점이 기준이 되면 그 차이는 훨씬 줄어든다는 것 명심해주시기 바랍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 기록제공=Statiz.co.kr]

// 카이져 김홍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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