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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2009시즌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는?

by 카이져 김홍석 2009. 9. 22.


이번 주면 6개월 동안 달려왔던 2009시즌 프로야구의 정규시즌이 막을 내립니다.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간 것도 같고, 꽤나 길었던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이렇게 한 시즌이 또 흘러가네요. 포스트 시즌은 하나의 ‘축제’로 즐기면 되는 거니까요.

올 시즌은 갑자기 타고투저 바람이 불면서 타자들이 힘을 냈던 시즌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올 시즌 프로야구 최고의 타자는 누굴까요? KIA의 김상현과 최희섭, 두산의 김현수, LG 박용택과 페타지니, 그리고 SK 정근우 정도가 그 후보로 꼽힐 수 있겠네요.

개인적으로는 김현수나 최희섭에게 한 표를 던지고 싶군요. MVP를 뽑으라면 김상현을 뽑겠지만, ‘최고타자’를 꼽으라면 전 그 둘을 선택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누가 되건 앞서 이름을 언급한 타자들 전부가 ‘최고’라는 명성에 걸 맞는 개인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타자들임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투수들의 성적은 유래가 없을 정도로 빈약한 편입니다. 타고투저에 WBC 후유증으로 인한 에이스들의 부상까지 겹치면서, 돋보이는 개인성적을 보여주는 선수가 없네요. 과연 이런 상황에서 누구를 최고로 꼽아야 할지가 의문입니다. 아마도 12월에 있을 골든글러브 수상에 있어 투수를 뽑는데 가장 애를 먹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부터 ‘2009년 최고의 투수’로 꼽힐만한 후보들을 살펴보려 하는데요. 우선 몇 가지 기준을 정하려고 합니다.

아무리 평균자책점이 낮고 많은 승리를 거뒀다 하더라도 선발투수가 경기당 평균 6이닝도 책임지지 못한다면, 그 선수를 두고 ‘최고’라 칭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삼성 윤성환(5.90)과 SK 송은범(5.25)은 후보에서 제외합니다. 마찬가지로 한 시즌의 최고투수라면 선발 투수일 경우에는 적어도 25경기 이상은 등판해야겠지요. 또한 아무리 불운했다고 하더라도 ‘최고’의 투수라면 패가 승보다 많아서는 곤란하겠죠. 따라서 김광현(21경기)과 봉중근(11승 12패)도 후보에서 제외하겠습니다.

이렇게 4명의 투수를 후보에서 제외하고 나니까 정말 돋보이는 선수들이 없군요. 김광현이 건강하게 시즌을 마무리 했다면 별 고민 안했을 텐데, 그렇지 않다 보니 참으로 어설픈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남은 후보들을 살펴보시죠.

1. 유동훈(6승 2패 10홀드 21세이브 평균자책 0.55)

0.55라는 기적에 가까운 평균자책점과 0.77이라는 환상적인 WHIP, 그리고 .163의 절정에 달한 피안타율. 65⅓이닝을 던지면서 허용한 피홈런은 고작 2개, 자책점도 4점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소화한 이닝이 적다 하더라도, 이만한 포스는 전성기 시절의 선동열 외에는 그 누구도 보여주지 못한 것입니다.

유동훈은 9회에만 등판한 투수가 아니었죠. 그는 팀의 위기 상황이 되면 언제든 마운드로 올라갔던 선수였습니다. 앞선 투수들이 남긴 주자가 무려 39명이나 되었지만, 그 중 유동훈이 홈까지 밟게 한 선수는 고작 6명(15.4%)에 불과합니다. KIA 투수들은 유동훈 덕분에 자신들의 평균자책점이 높아지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하고 한 턱 쏘아야 할 판입니다.(참고로 이승호 35%, 이정훈 45%, 임태훈 25.6%, 전현욱 32.8%, 오상민 28.6%, 권혁 20%, 윤길현 15.9%)

윈-쉐어(Win-Share) 포인트를 따져 봐도 18.1점을 획득한 유동훈은 2위 로페즈(13.8점)를 까마득하게 따돌리고 압도적인 1위를 기록 중입니다. 구원투수인지라 큰 의미는 없다고 하지만 조정방어율이 무려 835에 달하는군요. 규정이닝의 50%이상을 소화한 역대 투수들 가운데 선동열(95년-787)마저 능가하는 역대 최고 수치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유동훈에게 한 표 던지고 싶습니다.


2. 조정훈(14승 9패 182⅓이닝 175탈삼진 평균자책 4.05)

다승 공동 1위, 투구이닝은 및 탈삼진 2위, 평균자책 9위의 조정훈. 역시 ‘최고’라 불리기에는 좀 부족해 보이는 성적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조정훈은 한 번의 선발 등판이 더 남아 있고, 거기에서 좋은 투구로 승리를 따낸다면 기록에서 풍기는 분위기 자체를 완전히 바꿔 놓을 수 있습니다. 다승-탈삼진-투구이닝의 3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평균자책을 3점대로 끌어 내린다면 기록이 풍기는 포스 자체가 완전히 달라질 테니까요.(참고로 투구이닝은 로페즈와 1이닝 차이, 탈삼진은 류현진과 2개 차이)

조정훈의 많은 승리가 단지 ‘운이 좋아서’라고 여기는 분들이 간혹 계시던데요. 그건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원래 긴 이닝을 소화하는 투수는 그렇지 못한 투수에 비해 평균자책이 다소 높더라도 오히려 승이 많은 편이지요. 게다가 조정훈은 올 시즌 퀄리티 스타트(QS)를 기록하지 못한 경기에서도 3승을 챙겼지만, QS를 기록하고 패한 경기도 3번 있었습니다. 또한 승리 요건을 갖춘 상태에서 마운드를 물려줬지만, 구원투수들이 그의 승리를 날려 버린 것도 3번이나 되지요. 그러한 점을 감안하면 현재 그의 승수는 조정훈이 스스로의 힘으로 얻어낸 것이라고 해도 될 겁니다.

유동훈이 눈에 보이는 정규 타이틀이 하나도 없는 것과 반대로 조정훈은 가장 주목받는 두 개의 타이틀(다승, 탈삼진)을 따낼 수 있습니다. 투구이닝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록으로 인정받는 것이죠. 평균자책도 3점대로만 끌어내릴 수 있다면, 조정훈이 먹어 치운 엄청난 이닝이 나머지 모든 약점을 충분히 커버해주고도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평균자책 4위까지 모두 150이닝 미만) 선발투수라는 점도 골든글러브 선정에 있어서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죠.


3. 류현진(12승 12패 181이닝 177탈삼진 평균자책 3.63)

역시 한 번 괴물은 영원한 괴물인가 봅니다. 시즌 중반 무너지는 듯 했던 류현진은 후반기에 들어서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주더니 어느 정도는 그 명성에 어울리는 성적으로 회복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탈삼진 1위, 다승 7위, 평균자책 8위, 그리고 투구이닝 3위입니다. 이렇게까지 확실하게 되살아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었습니다.

그의 패가 많은 것이 류현진이 잘못해서가 아니라는 건 다들 알고 있을 겁니다. 올 시즌 QS를 기록하고도 패한 경기가 무려 6번, 그 중 절반만 승리했더라도 류현진은 다승 단독 1위를 달리고 있었을 테니까요. 구원 투수들이 류현진의 승리를 날려 먹은 적이 없었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입니다.


4. 로페즈(13승 5패 183⅓이닝 125탈삼진 평균자책 3.24)

로페즈는 올 시즌 선발 투수들 가운데 경기당 평균 투구이닝이 7이닝 이상인 유일한 선수입니다.(2위는 6.75이닝의 조정훈) 투구이닝 1위, 다승 3위, 평균자책 5위로 성적의 밸런스는 굉장히 훌륭합니다. 운이 따라줘서 조정훈과 윤성환이 15승에 실패하고, 로페즈가 투구이닝 1위를 지키면서 14승을 따낸다면 ‘올 시즌 최고 투수’로 뽑혀도 손색이 없겠지요.

하지만 KIA는 단 2경기만 남겨두고 있고, 로테이션상 구톰슨과 양현종이 등판할 차례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조범현 감독이 로페즈에게 기회를 준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로페즈가 가진 모든 프리미엄은 사라지고 맙니다. 가장 중요한 건 조범현 감독의 선택이겠네요.

[사진=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 한화 이글스, 기록참조=Statiz.co.kr]

// 카이져 김홍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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