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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프로야구 신인왕, 고창성이 받아야 하는 4가지 이유

by 카이져 김홍석 2009. 9. 28.

많은 사람들이 올 시즌 신인왕 경쟁이 예년에 비해 그 수준이 떨어진다고들 말한다. 실제로도 그 말은 사실에 가깝다. 10승을 거둔 선발 투수도, 안정감 있는 마무리도, 수준급 타자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올 시즌 신인왕에 대한 관심은 예년보다 덜한 편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숨겨진 보석처럼 빛나는 선수가 한 명 있다. 바로 두산의 구원투수인 중고신인 고창성이다. 대부분의 언론에서 올 시즌 신인왕 구도를 홍상삼과 이용찬의 2파전으로 바라보는 있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년의 신인왕들에 비해 그다지 부끄럽지 않은 성적으로 신인왕을 수상할 수 있는 선수가 바로 고창성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그가 신인왕을 수상해야 하는 네 가지 이유를 살펴보자.

1. 1점대 평균자책점

고창성은 올 시즌 구원투수로만 64경기에 등판해 74이닝을 소화했다. 구원투수로서 적지 않은 이닝을 책임진 고창성의 올 시즌 평균자책점은 1.95다. 규정이닝의 50%이상(67이닝)을 소화한 전체 57명의 투수 가운데 이 보다 낮은 평균자책을 기록한 선수는 ‘2009년 최고의 투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KIA 유동훈(0.53)이 유일하다.

선발이든 구원이든 신인 투수가 1점대 평균자책을 기록한다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다. 특히 올해는 유독 ‘타고투저’가 두드러진 시즌이었기에 고창성의 기록은 더욱 빛난다. 지난 27년 동안 규정이닝의 50%이상을 소화하고 1점대 평균자책을 기록한 신인 투수는 모두 8명, 그 중 3명(91년 조규제, 02년 조용준, 05년 오승환)이 신인왕을 수상했다. 고창성은 그 4번째 주인공이 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선수다.

2. 블론 세이브 ‘제로(0)’

고창성은 64경기에 등판해 5승 2패, 16홀드(2위)와 1세이브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단 하나의 블론 세이브도 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규정이닝의 50%이상을 소화한 14명의 구원투수 가운데 블론 세이브가 없는 투수는 고창성이 유일하다. 0점대 평균자책을 기록한 유동훈 조차도 3번의 블론 세이브가 있었다.

K-I-I-L라인이라 불렸던 두산의 불펜 4인방 중 고창성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은 총 13번의 블론 세이브를 범했다. 임태훈이 6번, 이용찬이 5번, 그리고 이재우가 2번이었다. 고창성이 두산 불펜에서 차지했던 위상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선발)가 부실해 잇몸(불펜)으로 버텨왔던 두산의 야구는 고창성이라는 투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3. 부실한 경쟁자들

현재 언론으로부터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는 두 주인공은 고창성의 팀 동료인 홍상삼과 이용찬이다. 하지만 이들은 ‘선발’과 ‘마무리’라는 보직상의 이점 외에는 고창성에 비해 나은 점이 하나도 없다.

홍상삼(117이닝 9승 6패 5.23)은 경기당 평균 투구이닝이 4.49로 전체 9이닝의 절반에도 이르지 못한다. 이것은 20경기 이상 선발 등판한 선수들 가운데 한화 김혁민(4.36) 다음으로 적은 다소 민망한 수치다. 5이닝도 책임지지 못한 투수를 ‘선발투수’라는 이유로 플러스 점수를 줄 수는 없다. 5점대인 평균자책점도 걸림돌이다.

이용찬(26세이브 4.21)은 세이브 부문 공동 1위라는 실질적인 타이틀을 따냈다. 올 시즌 모든 신인들 중에 유일한 타이틀 홀더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5번의 블론 세이브와 4점대의 높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불안한 마무리’였으며, 51경기에 등판했지만 고작 40⅔이닝만을 소화한 ‘관리된 마무리 투수’였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김경문 감독이 가장 위태로운 상황에서 믿고 등판시킬 수 있었던 투수는 이용찬이 아니라 고창성이었다.

신인 타자들도 부실하기 그지없다. 유일하게 규정타석을 채운 신인 안치홍(14홈런 38타점 .235)은 후반기에 페이스가 떨어지면서 경쟁에서 사실상 이탈한 상태다. 74이닝을 소화하며 단 1개의 홈런만을 허용했을 정도로 뛰어난 피칭을 보여준 고창성에 비하면, 다른 경쟁자들의 기록은 성에 차지 않는다.

4. 팬들의 지지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을 거둔 이후, 그 영향을 받은 한국 야구팬들의 수준은 매우 높아졌다. 이제 그들은 각종 야구 관련 커뮤니티나 개인 블로그 등에서 전문가 못지않은 식견을 드러내고 있다. 많은 매체가 홍상삼과 이용찬을 신인왕 1순위 후보로 거론하자, 이에 대해 가장 먼저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도 바로 야구팬들이었다.

이런 ‘준전문가급’ 팬들이 신인왕 후보로 가장 인정하고 밀어주는 선수가 바로 고창성이다. 팬들은 고창성의 이름이 홍상삼과 이용찬의 이름이 거론 된 후에 ‘기타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현실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고창성은 ‘팬들이 원하는’ 신인왕에 가장 어울리는 선수다.

[사진=두산 베어스, 기록제공=Statiz.co.kr]

// 카이져 김홍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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