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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금민철의 '금빛 역투'가 위기의 두산을 구하다!

by 카이져 김홍석 2009. 10. 1.

두산이 전날 패배를 멋지게 되갚아 주었네요. 6-0의 승리. 1차전 경기가 롯데의 완승이었다면, 2차전은 확실히 두산의 완승이었습니다. 시리즈의 역전승을 위한 발판을 제대로 마련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무엇보다 ‘금민철의 재발견’은 더할 나위 없는 큰 수확이었습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1차전 승리팀이 예외 없이 플레이오프로 진출했지만, 그건 과거의 준PO가 대부분 3전 2선승제였기 때문이죠. 우리나라 포스트시즌 역사상 5전 3선승제로 치러진 20번의 시리즈에서는 1차전을 패하고도 역전에 성공한 경우가 4번(20%)있었습니다. 적은 확률이긴 하지만 선례가 있다는 점에서 두산이 5번째가 되지 말란 법이 없죠. 승부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고 봐야 할 겁니다.

전날 9년 만에 포스트시즌 승리를 거뒀고, 10년 만의 포스트시즌 시리즈의 승리를 노리고 있는 롯데의 사정은 분명 절박합니다. 하지만 2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준우승에 그친 두산도 또 다른 의미의 절박함을 가지고 있죠. 그들은 한국시리즈 무대에 ‘두고 온 것’을 되찾아야 합니다. 게다가 PO에서는 그 패배를 안겨준 SK가 기다리고 있으니 결코 질 수 없죠.

▶ 승리의 주역 1. ‘환상역투’ 금민철

‘깜짝 선발’의 의미가 강해보였던 금민철이 이정도의 호투(6이닝 6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를 보여주리라 생각했던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요? 선발 싸움에서는 절대 다수의 전문가와 팬들이 롯데의 우세를 점쳤지만 실제로 상대 타선을 압도하며 경기를 지배한 것은 금민철이었습니다. 1차전 승리투수인 조정훈 만큼이나 단연 돋보이는 투구였습니다.

삼자 범퇴를 시킨 것은 5회 뿐이었지만, 매회 주자를 내보내면서도 금민철은 침착함과 제구력을 잃지 않고 후속타를 막아내더군요. 그럴 때는 본업이 구원인 투수의 진가가 드러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김경문 감독도 ‘길어야 5회’라고 생각했을텐데 6회를, 그것도 무실점으로 막아낼 줄은 생각지 못했을 것 같네요.

만약 이대로 두산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면 오늘 경기에서 수확한 ‘금민철의 재발견’은 커다란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의 컨디션을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서지만, 그런 생각이 절로 들만큼 오늘 금민철의 역투는 인상적이었습니다.

▶ 승리의 주역 2. 드디어 뛰기 시작한 ‘두산 육상부’

꼭 도루를 해야만 빠른 발이 발휘되는 것은 아니죠.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베이스러닝으로 상대 배터리에게 압박을 가해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두산의 발 빠른 타자들은 경기 내내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보여주며 롯데 수비를 교란시켰습니다.

두산이 대거 4득점하며 경기의 분위기를 완전히 갈랐던 3회말, 두산이 자랑하는 발야구의 질주가 시작됐죠. 임재철과 이종욱은 출루하자마자 루상에서 지속적인 움직임을 보여줬고, 결국 고영민이 빠른 발을 무기로 한 내야안타를 만들어 내며 첫 득점을 올렸습니다. 고영민이 아니었더라면 점수는 허용하더라도 투아웃이 되어 4점까지 내주지는 않았을 지도 모르지요. 그리고 이어진 김동주의 타석 때 이종욱이 2루에서 보여준 몸놀림은 롯데 배터리에게 ‘스트레스’ 그 자체였을 겁니다. 김동주와 최준석의 연속 안타는 주자로 나가있던 발빠른 타자들이 만들어낸 압박감의 결정체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4회초 롯데가 1사 1,2루의 추격 찬스를 맞았지만 결국 득점에 실패하면서 경기 분위기는 완전히 기울고 말았습니다. 만약 저 때의 주자가 이대호와 가르시아가 아니라 김주찬과 이승화였다면 어땠을까요? 발 빠른 타자들이 찬스를 만들고 중심타선이 해결사 역할을 한 두산과 중심타선이 출루한 후 후속타 불발로 찬스가 무산된 롯데. 오늘 승패는 이 차이가 가르지 않았나 싶네요.

▶ 승리의 주역 3. ‘능수능란’ 김경문

전날 경기에서는 조정훈이 워낙 잘 던지는 바람에 김경문 감독이 어떻게 할 겨를도 없었을 겁니다. 오늘 경기에서의 로이스터 감독도 마찬가지죠. 상대 투수가 이렇게 잘 던지면 작전이고 뭐고 쓸 기회조차 얻기 힘드니까요. 그래서였을까요? 김경문 감독은 오늘 평소보다 좀 더 빠르게 작전을 전환하더군요.

두산은 1회부터 3회까지 모두 선두타자가 출루했습니다. 하지만 1,2회에는 강공으로 밀어 붙이다가 두 번 모두 실패하고 말았죠. 그리고 마운드에서는 금민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잘 던져주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3회말 공격에서는 임재철이 출루하자 곧바로 용덕한에게 번트를 지시했죠. 전날부터 용덕한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당연한 지시인지도 모르지만, 경기 초반이라는 점과 김경문 감독의 평소 스타일을 감안하면 조금은 이른 시점에서의 스타일 전환이었습니다.

결국 번트 작전이 성공하면서 이종욱-고영민의 연속 안타로 선취점을 올렸죠. 그 후로야 워낙에 경기가 잘 풀렸으니 특별히 더 말할 건더기도 없네요. 아, 하나 빼먹었군요. 2차전 선발로 롯데전에 강한 홍상삼이나 에이스인 김선우가 아닌 금민철을 낙점했다는 것. 바로 이 점이 오늘 두산이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었으니까요.(^^)

▶ 그럼, 롯데의 패인은?

“2차전을 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나중에 글로 쓸 예정이긴 한데, 일단 경기 시작 전에 여기에 미리 밝혀두는 게 좋겠네요. 전 개인적으로 장원준을 사직에서 3차전 선발로 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올 시즌 그의 홈(9승 3패 3.44)-원정(4승 5패 5.43) 성적이 엄청난 차이를 보이거든요. 그래서 송승준을 2차전에, 장원준을 3차전에 내보내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은데, 일단은 지켜봐야겠네요. 만약 롯데가 역전을 허용하게 된다면, 그건 이번 2차전 선발 투수를 잘못 선택한 결과 때문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경기가 시작하기 전에 제가 이 블로그에서 남긴 댓글입니다. 어제 쓴 글에 한 방문자분이 롯데가 스윕할 것 같은 예감이 드신다고 하시기에 드린 말씀이었죠. 미리 이 주제로 정식으로 글을 쓸까 하다가 “불길하게 왜 쓸데 없이 초치고 그래?”라는 말을 들을까봐 꺼렸었는데, 아쉽게도 예상대로 되고 말았네요.

송승준도 원정경기보다는 홈경기에서의 성적이 더 좋습니다. 하지만 그는 애당초 최근 컨디션 자체가 나쁜 편이죠. 그렇다면 사직에서라면 확실히 1승을 거둘 수 있는 카드인 장원준을 3차전으로 돌리고 송승준을 2차전에 등판시키는 것이 어떨까하고 생각했었습니다. 금민철의 롯데전 방어율이 두 자릿수이긴 했지만, 그건 고작 6.2이닝에서의 결과이기 때문에 절대적인 지표가 될 수 없죠. 하지만 장원준의 홈-원정 성적은 정규시즌 전체의 결과입니다.

‘기록의 스포츠’인 야구라는 종목에서 현장지도자들은 기록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때로는 그걸 무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편이죠. 투수들의 홈-원정 성적이 바로 그런식으로 무시되는 대표적인 경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컨디션만 좋으면 되지 무슨 상관이냐?”라고 말하는 일선 지도자들이 참 많지만, 역시나 기록이라는 건 무시할 수 없는 거니까요.

이로서 롯데는 3,4차전을 안심할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홍상삼과 김선우가 남아 있는 두산에 비해 롯데는 송승준을 제외하면 4차전 선발이 애매한 상황이죠. 5차전까지 간다면 조정훈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유리할테지만, 여차하면 내리 3연패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3차전의 확실한 승리 카드를 2차전에 소비해서 패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결과론일 수도 있지만, 아쉬움이 크게 남습니다.

그나저나 둘 중 아무나 3연승으로 시리즈를 끝내고 추석 때 좀 쉬길 바랬던 저의 꿈은 오늘로 산산조각 나고 말았군요. 이왕 이렇게 된 거 계속해서 양 팀이 좋은 경기로 치열한 승부를 펼쳐줬으면 좋겠네요. 두산과 롯데, 모두 파이팅입니다!!

[사진출처=Osen.co.kr]

// 카이져 김홍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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