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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SK vs 두산, 플레이오프의 5가지 관전포인트

by 카이져 김홍석 2009. 10. 7.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서 격돌하게 된 두 팀,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 무대가 한국시리즈에서 플레이오프로 바뀌긴 했지만 그 의미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3연패를 위해 다시 한 번 두산을 꺾어야 하는 SK와 2년 연속 준우승의 빚을 갚아줘야 하는 두산은 나름대로의 이유를 가지고 이번 대결에 임한다.

워낙에 사연이 많은 두 팀이라 경기 내외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7전 4선승제가 아닌 5전 3선승제의 비교적 짧은 시리즈에서 모든 것을 풀어낼 수 있을지가 걱정될 정도. 일단은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 살펴봐야 할 경기 내적인 다섯 가지의 관전 포인트만 간단히 살펴본다.


1. 지뢰밭 타선 vs 막강 중심타선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박정권(25개) 단 한 명뿐이다. 하지만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무려 10명이며, 박경완을 제외해도 9명이나 된다. 주전 멤버 가운데 유일하게 한 자릿수인 정근우(9개)를 포함해 백업멤버까지도 한 방의 파괴력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SK의 지뢰밭 타선은 올 시즌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팀홈런(166개)과 득점(평균 5.5점)을 생산해 냈으며, 유일하게 8할대(.822)의 OPS(2위는 .789의 히어로즈)를 기록했다. 쉬어갈 곳이 없다는 것은 상대 투수에게 더할 나위 없는 스트레스다.

준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롯데 팬들은 2회에 한 번씩은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강력한 중심타선의 차례가 돌아오면 어김없이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김현수(23홈런 104타점)-김동주(19홈런 86타점)-최준석(17홈런 94타점)으로 이어지는 곰 군단의 중심 타선은 정교함과 파워를 겸비한 최고의 라인업이다. 이들이 있었기에 SK 다음으로 많은 득점(평균 5.43)을 기록했고, 준PO를 통과할 수 있었다. 어쩌면 SK의 ‘쉬어갈 곳 없는 타선’보다 두산의 ‘피하고만 싶은 중심타선’이 주는 압박감이 더 심할지도 모른다.


2. 벌떼 야구 vs 막강 선발진(?) + K-I-L-L라인

리그 평균자책 1위인 김광현(2.80)과 2위 전병두(3.11), 그리고 4위 송은범(3.13)까지 모두 이번 PO 엔트리에서 빠졌다. 부상이었던 김광현이나 후반기 내내 부진했던 송은범은 그렇다 치더라도 진정한 의미에서 ‘김성근식 야구’의 중추를 담당했던 전병두의 공백은 뼈아프다. 1차전 선발 글로버(9승 3패 1.96)를 제외하면 믿고 내세울 수 있는 선발이 없는 상황. 결국 어쩔 수 없이 ‘벌떼 야구’를 가동해야할 판이다. 지난 2년 동안 마치 로봇처럼 김성근 감독의 기대에 100% 부응하는 모습을 보였던 와이번스의 구원투수진이 이번에는 얼마만큼의 호응해줄 것인지가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의외로 선발진의 우세를 밑천삼아 준PO를 통과했다. 믿었던 K-I-I-L라인이 합쳐서 11이닝 동안 7실점(5.73)한 것에 비해, 선발진은 4경기를 통틀어 20⅓이닝을 소화하면서 겨우 3점(1.33)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선발진의 호투가 이번에도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K-I-I-L라인의 분발이 절실하다. 상대가 ‘김성근 감독의 SK’라는 점을 감안할 때, 단 1점도 허투루 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3. 정근우 vs 이종욱, 리드오프 전쟁

지난 2년 동안 플레이오프에서는 40타수 21안타(.525)로 펄펄 날며 2년 연속 MVP를 수상했던 이종욱은 한국시리즈에서는 49타수 10안타(.204)로 부진했다. 포스트시즌에서의 활약이 미비했던 것은 정근우(44타수 8안타 .182)도 비슷하다.

그 동안 국가대표 1번 타자로 자리매김한 이종욱은 이번 PO에 임하는 SK의 투수진이 예년만 못하다는 점에서 ‘PO의 사나이’다운 모습을 재현하겠다는 각오다.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3할5푼의 고타율을 기록한 정근우도 올해만큼은 달라 보인다. 양 팀 모두 투수력이 100%가 아닌 만큼, 누가 더 많이 출루해 상대 투수진을 흔들어 줄 수 있느냐는 경기를 풀어나가는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4. 수비에서의 승자는 누구?

두산이 준PO에서 1차전을 내주고도 2~4차전을 내리 따낼 수 있었던 것은 4경기를 통틀어 단 하나의 실책도 범하지 않은 야수들의 공이 매우 컸다. 정규시즌 동안 83개의 실책을 범한 두산은 삼성(80개) 다음으로 그 수가 적었고, SK(94개)는 롯데(96개) 다음으로 많은 실책을 기록했다. 롯데가 어떻게 무너졌는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단기전의 특성상 수비에서의 약점이 드러난다면 아무리 투-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하더라도 이길 수가 없다.

SK는 정근우(16실책)와 나주환(15실책)의 2루-유격수 라인이 걱정이다. 올해 이들보다 많은 실책을 범한 키스톤 콤비는 하나도 없다. 정상호는 올 시즌 모든 포수들 가운데 9이닝 기준으로 가장 많은 폭투+패스트볼(0.63개)을 기록했다.(용덕한은 0.45개) 이렇게 불안한 SK의 내야 수비는 예상외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SK가 특유의 집중력을 발휘한다면 또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지난해 SK는 정규시즌에서 가장 많은 실책을 범한 팀이었음에도 한국시리즈에서의 범실은 단 3개에 그쳤다. 반대로 두산은 매 경기마다 실책을 범하며 5경기에서 총 9개의 에러를 기록했다. 야구는 일단 ‘지키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


5. ‘야신’ 김성근 vs ‘뚝심’ 김경문

경기 내외적인 요소들로 인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승리’라는 조건만 놓고 본다면 김성근 감독은 ‘야신’이라는 별명에 부끄럽지 않은 2년 연속 우승의 주역이다. 김경문 감독 역시 오래전부터 그 지도력을 인정 받아왔고,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확인 도장을 찍었다. 지난 두 번의 대결은 김성근 감독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지만, 이번에는 두산으로서도 전력 면에서 꿇릴 것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만났다고 할 수 있기에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다.

특히 ‘최강 전력’을 자랑했던 작년과 달리 올해의 SK는 부상으로 인한 구멍이 곳곳에 엿보이는 상황이다. 오히려 당장의 전력만 놓고 본다면 두산 쪽의 손을 들어준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그래서 더더욱 ‘김성근 매직’이 필요하다. 김경문 감독이야 예의 스타일 그대로 선수를 믿고 하는 야구를 바탕으로 상황 하나하나에 세밀하게 관여하지 않겠지만, 현재의 SK는 김성근 감독의 그러한 세심한 작전지시가 없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올해의 SK에는 지난 2년 간 우승의 주역이었던 박경완과 김광현이 없다. 이들의 공백을 완전히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김성근 감독뿐이라는 점에서 이번 시리즈는 그 흥미를 더한다.

[사진=SK 와이번스, 두산 베어스, 기록제공=Statiz.co.kr]

// 카이져 김홍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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