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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수준 높은 야구의 진수를 보여준 PO 1차전

by 카이져 김홍석 2009. 10. 8.

두산이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SK를 이기고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준플레이오프에 이어 포스트시즌 4연승이네요. 반면 정규시즌을 19연승으로 마감했던 SK는 21경기 만에 첫 패배를 당했고, 3년 연속 두산과의 포스트시즌 첫 경기에서 패하는 묘한 징크스를 이어갔습니다.

그나저나 두 팀 정말 멋진 경기를 보여주더군요. 준플레이오프부터 계속해서 경기를 보신 분들은 느끼실 수 있으셨을 겁니다. 두산과 SK의 1차전이 야구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준 명경기 중의 하나였다는 것을 말이지요. 이제야 진정 ‘포스트시즌다운’ 경기를 본 듯한 느낌입니다.

사실 준플레이오프 경기를 보는 내내 불만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팬이기도 한 롯데가 졌기 때문이 아닙니다. 두산의 경기력은 비교적 훌륭했지만, 롯데가 실책으로 자멸하는 바람에 경기 내용 자체가 ‘졸전’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정규시즌도 아니고 포스트시즌에서 그토록 수준 낮은 경기를 본다는 것은 고역이었습니다.(로이스터식 야구가 수준 낮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이번 시리즈에서의 경기 내용이 그랬다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두산과 SK는 역시 팬들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더군요. 단 하나의 실책도 없는 깔끔한 경기력과 양 팀 감독의 치열한 두뇌싸움까지. 특정 팀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야구팬이라면 순수하게 만족감을 느낄 만한 그런 재미있는 경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점수가 적게 났다고 해서 긴장감이 떨어지거나 재미가 부족한, 그런 수준의 경기가 아니었죠.

‘벌떼 야구’를 할 것이라 예상되었던 김성근 감독은 오히려 글로버가 6이닝을 던지고 내려간 후 3명의 구원투수를 각각 1이닝씩 던지게 하는 깔끔한 계투 작전을 선보였습니다. 대신 풍부한 대타 요원을 이용해 상대 투수진의 흔들기에 좀 더 신경을 많이 쓰는 모습이었죠.

김경문 감독은 상대의 이러한 ‘대타 작전’에 잦은 투수교체로 대응했죠. 선발 금민철이 5이닝을 던지고 내려간 후 5명의 투수가 등판해 나머지 이닝을 책임졌습니다. 그 중 세데뇨와 지승민은 각자 한 명의 타자만 상대한 후 마운드에서 내려갔죠. 1차전에서는 오히려 김경문 감독의 모습 속에서 김성근 감독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같은 확률의 작전이라면, 먼저 시도한 쪽이 손해를 보기 마련이죠. 김경문 감독은 적절한 투수교체로 김성근 감독의 대타 작전을 막아냈고, 결국 팀의 승리를 이끌어 냈습니다. 평소 김성근 감독의 대타 작전이 얼마나 높은 성공률을 자랑하는지 아는 분이라면, 1차전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 김경문 감독이라는 것을 인정하실 겁니다.

그나저나 올해는 1차전 승리의 기세를 그대로 이어 두산이 SK를 꺾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가는군요. 지난 2년 동안은 1차전을 이기고도 시리즈를 내주는 안타까운 모습이 연속해서 연출되어 팬들의 아쉬움을 샀으니까요. 작년에는 1차전 승리 후 내리 4연패하며 무릎을 꿇었고, 2007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2연승 후 4연패하는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었죠.

사실 1차전 경기의 승리 자체는 두산이 가져갔지만, SK로서도 얻은 것은 있었던 경기였습니다. 준플레이오프 동안 불방망이를 휘두른 김현수와 김동주를 나란히 4타수 무안타로 침묵시킨 것이 바로 그것이죠. 돌격대장 이종욱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고영민과 최준석의 타구가 바람을 타고 넘어가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패하긴 했지만, 내용적인 면만 놓고 본다면 안타와 볼넷을 각각 6개와 1개만을 허용한 짠물피칭에서 알 수 있듯이 SK는 ‘그들다운 야구’를 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반면 두산은 총력을 기울여 SK의 공세를 막아낸 듯한 느낌이었고, SK의 투수진을 공략하는데 그다지 효과적인 모습을 보이지는 못했습니다. 탈삼진이 무려 10개였죠. 그래도 투수진이 좋은 피칭을 선보였다는 점은 만족스러운 점이었죠. 특히 고창성과 이용찬의 피칭이 인상깊더군요.

아무래도 시리즈가 이대로 두산의 승리로 굳어질 것 같지는 않을 거란 예감이 드네요. 두산이 유리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뭔가 파란의 전조도 조금은 느껴지는 1차전 경기 내용이었습니다. 글로버를 제외하면 제대로 된 로테이션조차 꾸리기 힘든 SK지만, 그래도 지난 2번의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준 그들의 모습은 ‘그 이상의 어떤 것’을 기대하게 되더군요.

플레이오프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1차전과 같은 수준 높은 경기가 계속해서 이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롯데가 사라지는 바람에 조금은 더 순수한 마음으로 가을 야구를 즐기게 된 입장에서, 매 경기마다 수준 높고 재미있는 경기가 계속해서 이어졌으면 좋겠네요.

[사진출처=Osen.co.kr]

// 카이져 김홍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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