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는 21일 올 시즌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 후보 4명과 최우수신인선수 후보 5명을 발표했다. 이들 가운데 MVP와 신인왕의 영광을 안을 주인공은 오는 27일(화) 프로야구 출입 기자단의 투표로 가려진다.
MVP 후보로는 김상현(KIA)과 김광현(SK), 김현수(두산), 그리고 박용택(LG) 등 투타의 각 부문 타이틀 홀더들 4명이 이름을 올렸다. 신인왕 후보로는 두산의 신인 투수 3인방인 고창성, 이용찬, 홍상삼을 비롯해 안치홍(KIA)과 김민성(롯데)까지 모두 5명이 선정되었다.
이 후보군은 지난 19일 KBO와 한국야구기자회 소속의 종합일간지, 스포츠전문지, 방송사 간사로 구성된 후보자 선정위원의 회의 결과 확정되었다. 신인왕 후보의 경우는 별 다른 불만 없이 이름을 올릴 만한 선수들이 무난히 선정되었다는 평가다. 아마도 최종 주인공은 올 시즌 두산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던 투수 3인방 가운데 한 명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안치홍과 김민성도 후보군으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MVP 후보의 경우는 좀 다르다. 수상 가능성과는 별개로 반드시 후보군에 포함되어 있어야할 몇몇 선수들의 이름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 대부분이 페넌트레이스 1위인 KIA 소속이라는 점이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바로 CK포의 한 축인 최희섭과 에이스인 로페즈, 그리고 올 시즌 최고의 구원투수인 유동훈이 그 비운의 주인공들이다.
올 시즌 MVP 구도는 시즌 초반 김광현의 독주 분위기였지만, 그의 부상과 이후의 판도 변화에 따라 후반기에는 사실상 김상현과 김현수의 2파전 양상으로 굳어졌다고 할 수 있다. 실제 투표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1,2위는 두 선수의 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이 후보군으로 추가된다고 해도 대세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MVP 후보’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가 가벼이 여겨져선 곤란하다. 어떤 선수를 따돌리고 수상자가 되었는지도 상당히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또한 해당 시즌의 최우수선수 후보로 이름을 올린다는 것은 선수 개개인에게도 무척 명예로운 일이다. 홈런-타점 1위인 김상현(36홈런 127타점)이 KIA의 페넌트레이스 1위 등극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홈런 2위 타점 3위인 4번 타자 최희섭(33홈런 100타점)의 공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KIA의 타선을 표현하면서 ‘CK포’라 일컫는 것은 최희섭의 비중이 김상현에 비해 크게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최희섭은 김상현보다 높은 OPS(1.023-1.011)를 기록했으며, 98득점은 정근우와 더불어 리그 1위다. 볼넷도 무려 96개나 얻어 페타지니(97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김상현(77득점 41볼넷)의 화려한 타점 개수에 가려져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 최희섭의 타격 기록은 갖은 실속으로 꽉 찼다. 수비의 면에서도 모든 선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21개의 실책을 범한 ‘돌글러브’ 김상현에 비해 훨씬 뛰어났다. '임팩트'는 무족했을지 몰라도 '공헌도'면에서는 김상현의 아래라고 볼 수 없는 이유다. KIA의 실질적인 에이스였던 로페즈(14승 5패 3.12)가 MVP 후보에서 제외된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로페즈는 4월 17일 첫 선발 등판에서 LG를 상대로 7이닝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로 승리를 거둔 이후 단 한 번도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26번의 선발 등판 임무를 수행했다.
그 결과 다승 공동 1위, 평균자책점 3위에 올랐으며, 선발 투수의 최고 덕목이라 할 수 있는 투구이닝 부문에서도 190⅓이닝으로 전체 1위를 마크했다. 올 시즌 경기당 평균 7이닝 이상을 소화화해 낸 유일한 선수이기도 하다.
이미 대다수의 팬들은 2009년 최고의 선발투수로 부상 때문에 시즌 중반 이탈한 김광현 대신 로페즈를 꼽고 있는 실정이다. ‘최강선발진’이라 불리는 KIA에서도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준 투수가 MVP 후보에서 제외되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시즌 초반의 공헌도는 높았으나, SK의 저력이 드러난 막판 19연승에 전혀 공헌하지 못했고 포스트시즌에도 출장하지 못한 김광현은 MVP 후보로 그 이름을 올리고 있기에 로페즈의 탈락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KIA의 막강 마무리 유동훈(6승 2패 10홀드 22세이브 0.53)도 최소한 MVP 후보군에는 그 이름을 올리고 있었어야 할 선수다. 그는 규정이닝의 50%이상을 소화한 투수들 가운데 0점대 평균자책을 기록한 역대 3번째 선수다. 그보다 앞서 동일한 일을 해낸 선수는 홀로 3번이나 기록한 선동열과 2007년의 정대현(0.99)뿐이었다.
페넌트레이스 전체를 통틀어 67⅓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유동훈이 허용한 점수는 고작 6점(4자책)밖에 되지 않았다. 피안타율은 .159에 불과했고, 이닝당 안타와 볼넷 허용율(WHIP)도 0.74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치를 기록으로 남겼다. 한기주의 부진으로 불안했던 KIA의 뒷문을 확실하게 책임지며, 역대 구원투수를 통틀어 손꼽히는 성적을 남긴 주인공이 바로 올 시즌의 유동훈이다.
그러나 이들 3명의 선수는 MVP 투표에서 단 한 장의 표도 얻을 수 없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이 3명이 MVP 후보에서 탈락함으로써 가장 큰 반사이익을 얻게 되는 선수는 팀 동료인 김상현이다.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MVP와 신인왕 투표는 단 한 명의 이름만 적게 되어 있고, 그 결과 뛰어난 팀 동료가 같이 후보군에 선정되었을 시에는 표가 갈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최희섭 등이 포함되어 있었더라면 오히려 김상현의 수상 가능성에 방해요인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같은 팀 선수들이 후보군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는 사실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따로 후보군이 없다면 모를까, 정식으로 ‘표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후보를 선수를 선별하면서 ‘표를 얻을만한 자격이 있는 선수’들을 대거 제외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과거의 후보 선정 과정에서도 한 팀에서 2명 이상의 후보가 나온 적이 있었기에 더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따로 MVP나 사이영상 ‘후보’를 발표하지 않고, 모든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여 기자단 투표를 진행한다. 단, MVP는 10명, 사이영상과 신인왕은 3명의 이름을 순위대로 투표용지에 적게 되어있다. 그리고 등수별로 점수를 차등 적용하며, 그렇게 취득한 점수를 합산하여 최종 수상자를 가린다. 메이저리그의 방식이라고 무조건 따라할 필요는 없겠지만, 좋은 방식이 있다면 도입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KIA 타이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