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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MLB 배틀] 신(新) 유격수 삼국지

by 카이져 김홍석 2008. 1. 15.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노마 가르시아파라 그리고 데릭 지터, 비슷한 시기에 이루어졌던 이 세 명의 천재 유격수의 등장은 메이저리그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유격수라는 점만 같을 뿐, 타격 성향이나 수비 스타일까지 뭐 하나 닮은 구석이 없는 이들은 각자의 강한 개성만큼이나 크나큰 인기를 누렸다. 내셔널 리그에서는 마크 맥과이어와 새미 소사의 홈런 경쟁이 인기를 주도했다면, 아메리칸 리그의 인기를 이끌었던 장본인은 ‘유격수 3인방’이라 불리는 바로 이들 세 명이었다.


하지만 가르시아파라가 부상에 허덕이기 시작하면서 내셔널 리그로 트레이드 되었고, 로드리게스는 뉴욕 양키스에 합류하면서 3루수로 전향했다. 오래도록 지속될 줄 알았던 3인방의 시대는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현재는 지터만이 유격수 포지션을 지키고 있다.


최근 들어 내셔널 리그에는 이들을 좋아했던 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큼 뛰어난 유격수들이 계속해서 배출되고 있다. 지난해 리그 MVP를 수상한 지미 롤린스도 너무나 뛰어난 선수지만, 특별히 눈이 가는 것은 이제 막 20대 중반에 접어드는 호세 레예스(25)와 핸리 라미레즈(25) 그리고 트로이 툴로위츠키(24)다. 이들은 여러 가지 면에서 10년 전 풋풋했던 시절의 원조 유격수 3인방을 추억하게 만든다.


뛰어난 재능을 바탕으로 오래전부터 큰 주목을 받아온 레예스는 2003년에 20살의 나이로 빅리그에 입성했다. 팀의 중심이 될 리드오프로 기대 받던 그는 2005년 60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기량을 꽃피우기 시작하더니 2006년에는 66개의 장타와 64도루를 바탕으로 122득점하며 리그 최정상급 1번 타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지난해에는 시즌 막판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며 포스트 시즌 탈락 위기에 놓인 팀을 구해내지 못했지만, 78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3년 연속 도루왕에 등극했다. 두말 할 것 없는 현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의 1번 타자 중 한명이다.



Yr

G

R

H

2B

3B

HR

RBI

BB

SO

SB

AVG

OBP

SLG

레예스

05

161

99

190

24

17

7

58

27

78

60

0.273

0.300

0.386

06

153

122

194

30

17

19

81

53

81

64

0.300

0.354

0.487

07

160

119

191

36

12

12

57

77

78

78

0.280

0.354

0.421

라미레즈

06

158

119

185

46

11

17

59

56

128

51

0.292

0.353

0.480

07

154

125

212

48

6

29

81

52

95

51

0.332

0.386

0.562

툴로위츠키

07

155

104

177

33

5

24

99

57

130

7

0.291

0.359

0.479



자쉬 베켓과 마이크 로웰이 보스턴 유니폼을 입는 과정에서 플로리다로 트레이드 된 핸리 라미레즈도 2년 연속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트레이드 된 이후 맞이한 2006시즌에서 팀의 주전 유격수로 낙점 받은 라미레즈는 74개나 되는 장타를 기록하는 한편 도루도 51개나 성공시켰다.


당당히 신인왕을 차지한 라미레즈는 2년차 징크스가 뭐냐고 묻는 듯 2007시즌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전년도보다 4푼이나 오른 .332의 타율부터 시작해 29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중심타자 못지않은 막강 화력을 선보였다. 그런 와중에도 전년도와 똑같은 51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125득점, 리그 MVP 투표에서 10위에 올랐다. 적어도 겉으로 드러나는 성적은 MVP에 선정된 롤린스에 비해 한 치의 모자람도 없는 수준이었다.


셋 중 유일하게 드래프트 1라운드 출신인 툴로위츠키의 작년시즌 데뷔도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24번이나 담장을 넘기며 53년 만에 내셔널 리그 신인 유격수 최다 홈런 기록(종전 1954년 어니 뱅크스의 19개)을 갈아치우는 등 파워 넘치는 거포형 유격수의 출현을 팬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라이언 브론이라는 괴물 신인이 등장하는 바람에 신인왕은 놓쳤지만, MLB.com에서 실시한 ‘팬들이 뽑은 올해의 신인’에는 브론을 제치고 당당히 2007년 최고의 신인으로 뽑혔다.


메이저리그 전체 유격수 수비율 1위에 오르는 등 안정적인 수비까지 선보인 툴로위츠키는 당당한 체구와 클럽 하우스 내에서의 리더십 등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연상시키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계속해서 성장세를 보인다면 로드리게스 이후 다시금 40홈런을 때려내는 거포 유격수를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두 명은 동부에, 한 명은 서부에서 뛰고 있다는 상황까지 유사한 이들 신(新) 유격수 3인방은 아직도 적지 않은 발전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어 더욱 기대가 된다. 레예스와 라미레즈는 물론 이제 막 신인 티를 벗은 툴로위츠키까지도 벌써부터 베테랑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기도 하다.


10년 전의 원조 3인방의 경쟁은 유격수로서 사상 최초로 50홈런을 때려낸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승리로 끝이 났다고 할 수 있다. 10년이 지난 후 리그를 옮겨 내셔널 리그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유격수 3인방의 경쟁은 누구의 승리로 끝이 날까. 동일한 포지션을 가진 비슷한 연령대의 선수들이 이루는 라이벌 구도는 언제나 이를 지켜보는 팬들을 즐겁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