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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300만불 거절한 박찬호의 적정 몸값은?

by 카이져 김홍석 2009. 12. 15.

윈터미팅의 시작과 더불어 내년에 뛰게 될 팀을 찾고 있는 박찬호의 거취가 국내 야구팬들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와 함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박찬호의 계약 조건, 즉 연봉이다.

올 시즌 몸담았던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1년 계약에 300만 달러의 연봉을 제시했고, 박찬호의 에이전트인 제프 보리스는 이를 거절했다. 현지 언론에서는 필리스가 제시한 조건이 미미했기 때문에 협상이 결렬되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을 정도로 박찬호의 가치는 인정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박찬호가 받을 수 있는, 또는 받아야 하는 적정 수준의 연봉은 어느 정도가 될까? 이는 비슷한 수준의 다른 구원투수들과의 비교를 통해 얼마든지 가늠해볼 수 있다.

올 시즌 박찬호의 연봉은 기본 250만 달러에 경기 수 출장에 따른 옵션 성과금 8만 달러를 합쳐 총 258만 달러였다. 작년에 LA 다저스에서 받았던 총 연봉(약 60만)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액수다. 하지만 이는 박찬호가 선발 출장에 따른 최대 250만 달러에 달하는 옵션을 포함시킨 결과였다. 순전히 구원투수로서의 계약을 노렸다면 이 보다 좀 더 많은 연봉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 당시의 평가다.

2008년 다저스에서의 화려한 부활에 이어 FA 시장을 노크한 박찬호를 미국의 스포츠 전문 사이트인 ESPN은 구원투수 랭킹 9위로 평가했다. 마무리투수를 제외한 순수 중간계투만 따지면 6위였다.

당시 박찬호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던 5명의 중간계투는 모두들 최소 30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고 새로운 팀과 계약을 했다. 마무리 경력이 있는 브랜든 라이언이 425만 달러로 가장 많았고, 가장 적게 받은 제레미 아펠트도 연봉 300만 달러에 2년 계약을 보장 받았다.

오히려 박찬호보다 순위가 낮았던 투수들 중에도 카일 판스워스(2년 925만)나 러스 스프링어(330만), 다마소 마테(3년 1200만), 덕 브로카일, 밥 하우리(이상 275만) 등은 박찬호보다 좋은 조건으로 새 보금자리를 찾았다. 결국 박찬호는 ‘설발투수로 뛸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기 위해 연봉에서의 불이익을 어느 정도 감수한 셈이다. 구원투수를 원하는 구단의 요구에 순순히 응했다면 최소 300만 달러 이상은 가능했다고 봐야 한다.

작년에 이어 올 시즌에도 구원투수로서 훌륭한 한해를 보낸 박찬호의 가치는 작년 이 맘 때 이상이다. ESPN의 FA 구원투수 랭킹에서도 8위로 한 단계 상승했고, 메이저리그행이 확정되지 않은 일본 출신의 료타 이가라시와 마무리 투수들을 제외하고, 중간계투로만 그 범위를 좁히면 국내 팬들에게 ‘방탄코트’라는 별명을 얻은 라파엘 베탄코트에 이은 2위다.

올해도 벌써부터 FA가 된 구원투수들의 계약 소식이 쉴 새 없이 들려오고 있다. 존 그라보가 2년간 750만 달러의 조건으로 시카고 컵스에 남기로 했고, 셋업맨으로 잔뼈가 굵은 라트로이 호킨스도 같은 조건으로 밀워키 브루어스로 팀을 옮겼다. 한 때 아메리칸리그 최고의 마무리였던 J.J. 푸츠는 1년간 300만 달러의 계약으로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부활을 노리게 됐고, 비슷한 시기에 내셔널리그를 호령했던 다카시 사이토는 1년간 320만 달러에 애틀란타 브레이브스로 향했다.

필리스가 박찬호와 함께 놓고 저울질 했던 브랜든 라이언은 3년간 1500만 달러를 보장받고 휴스턴 에스트로스와 계약했다. 단순한 셋업맨이 아닌, ‘마무리 후보’로서의 계약이었기에 가능한 금액이다.

ESPN의 랭킹에서 박찬호 바로 아래에 위치했던 라이언을 비롯한 위의 투수들은 모두 박찬호 보다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선수들이다. 그런 그들이 하나 같이 300만 달러를 훌쩍 넘어가는 연봉을 보장받고 있는 와중에, 필리스가 그 보다 못한 금액으로 오퍼를 넣었으니 에이전트인 보리스가 거절한 것도 당연하다.

이미 지난해 뉴욕 양키스와 계약한 다마소 마테가 3년이라는 장기계약으로 연평균 4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이끌어낸 바 있고, 올해의 베탄코트도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일류 중간계투들의 연봉은 350만 달러를 훨씬 넘어가고 있고, 박찬호 역시 그 대열에 합류하기에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그러한 여러 정황을 따졌을 때, 박찬호의 적정 연봉은 최소 350만 달러 이상이다. 중간계투로서의 경력이 비교적 짧은 편이라곤 하나, 메이저리그 경력은 그 누구보다 우월한 투수가 바로 박찬호다. 선발로서의 경력과 월드시리즈 진출 경험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재산이다.

물론 박찬호는 연봉보다는 ‘선발투수’라는 보직에 더욱 연연해하고 있다. 실제로 한 때 연간 1300만 달러의 연봉을 받았던 그에게 50만 달러 안팎의 금액 차이는 별 대수롭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 돈으로 5억원이 훨씬 넘는 엄청난 금액이며, 연봉은 선수의 자존심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할 때 쉽게 양보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연봉조정 신청 기간이 끝나며 각 구단으로부터 재계약 통보를 받지 못한 선수들이 대거 FA 시장으로 풀려나왔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박찬호보다 뛰어난 구원투수는 단 한 명도 찾을 수 없다. 가치가 높은 선수라면 그에 따른 보상을 받는 것이 프로의 세계다.

필리스와의 계약이 힘들어졌다고 해도 여전히 박찬호를 원하는 팀은 많다. 선발을 원하는 박찬호의 의지가 관철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중간계투로의 계약이라면 작년처럼 자존심을 굽힐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박찬호와 제프 보리스의 최후 선택이 기다려진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홍순국의 순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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